[뉴스락] 지역 거점 은행들이 위기다. 저금리·저성장 시대 속 지역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고,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생존을 위한 활로 찾기에 고심이다. 

지역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한 DGB대구은행을 비롯 BNK부산은행·경남은행, JB전북은행·광주은행 등은 이미 몇년 전부터 수도권으로 눈길을 돌려 먹기리 찾기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도리어 수도권 시중은행들의 지역 공략에 역풍을 맞을까 전전긍긍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지역 지자체 금고 입찰 등을 통해 지방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향토 은행들의 밥그릇마저 빼앗가고 있다. 

그마나 좋은 소식은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바젤3 신용리스크 산출방식 개편안을 조기 시행키로 하면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뉴스락>은 지방은행들의 현 상황과 그들만의 생존법을 들여봤다.  

(왼쪽부터 빈대인 부산은행장, 황윤철 경남은행장, 김태오 대구은행장, 임용택 전북은행장, 송중욱 광주은행장)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왼쪽부터)빈대인 부산은행장, 황윤철 경남은행장, 김태오 대구은행장, 임용택 전북은행장, 송중욱 광주은행장)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지방은행, 이자이익 수익성 악화…비이자이익으로 순익 하락 상쇄

지난해 지방은행들은 대체로 순이익 증가세를 보였다.  

저금리 기조 속에 이자이익과 순이자마진(NIM)이 감소세를 보였지만 비이자이익이 이를 상쇄하면서 결과적으로 선방했다. 

지난해 은행별 실적 상황을 각 사 실적발표자료를 통해 살펴봤다.

부산은행(은행장 빈대인)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8.1% 증가한 3748억원을 기록했다. 부산은행은 이자이익이 감소하면서 NIM 등이 하락세를 보였지만, 부도‧도산 감소에 따른 대손비용 축소 및 비이자수익 확대로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또한, 판매관리비와 대손상각비 부문에서 각각 6066억원, 148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9%, 13.6% 감소했다.

손익현황을 부문별로 보면 수수료부문이익에서 전년 대비 21.7% 증가한 920억원을 기록해 선방했지만, 이자부문이익과 신탁부문이익이 각각 5.8%, 16.6% 감소했고 기타부문이익은 88억원 감소해 적자전환했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4분기 NIM은 1.98%를 기록해 전년 동분기 대비 0.26%p 하락했다.

BNK경남은행(은행장 황윤철)은 이자이익이 감소하고 판매관리비가 증가했지만, 비이자수익 등이 증가해 전년 대비 7.5% 증가한 181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또 대손상각비는 전년 대비 30.4% 감소한 1600억원을 기록했지만, 판매관리비가 4.6% 증가했다.

부문별로 보면 이자부문이익이 7.3% 감소한 8023억원을 기록하며 NIM 또한 전년 동분기 대비 0.3%p 하락한 1.81%를 기록해 하락세를 유지했다

기타부문이익 또한 279억원 감소했으나, 수수료부문이익과 신탁부분이익이 각각 43.9%, 3.6% 증가한 574억원, 8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BNK금융 관계자는 “두 은행의 NIM 하락은 우량대출 확대 등으로 인해 예수금 비용률 하락 대비 대출채권 수익률 하락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며 “NIM 하락세 방어를 위해 신용등급별 금리 차별화 및 중금리 대출상품 출시, 금융채 조달 확대 등을 통한 조달구조 개선 등 NIM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어 향후 NIM 하락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DGB대구은행(은행장 김태오)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282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0.2% 증가한 수치를 기록해 실적 개선을 이뤄냈지만, 직접적인 수익성 개선의 영향보다는 지난해 발생한 명예퇴직급여 등의 일회성 요인이 올해에는 발생하지 않은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대구은행은 이자이익이 1조1396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감소하며 NIM 또한 전년 동분기 대비 0.09%p 하락한 1.93%를 기록했다.

다만, 수수료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한 864억원을 기록하는 등 비이자이익이 전년 대비 51.6% 증가했다. 영업이익 또한 14.5% 증가했으며, 판매비·관리비가 5.2% 감소한 6253억원을 기록했다.

JB전북은행(은행장 임용택)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09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9.0% 증가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충당금전입액이 283억원으로 전년 대비 43.8% 감소했으며 대손비용률 또한 전년 동분기 대비 0.15%p 감소했다.

판매관리비는 215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5% 증가했으며, 이자이익은 420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NIM은 전년 동분기 대비 0.03%P 증가했으나, 전 분기 대비는 0.04%p 감소한 2.46%를 기록했다.

광주은행(은행장 송종욱)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73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3.1% 증가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판매관리비와 충당전입액은 1.7%, 29.1%씩 감소한 2929억원, 39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다만, 마찬가지로 이자이익은 5776억원으로 4.1% 감소했으며 NIM 또한 전년 동분기 대비 0.18%p 감소해 타 지방은행과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모두 비이자이익 부문을 흑자로 전환하지는 못했지만, 적자금액을 전년 대비 각각 161억, 294억씩 줄이며 적자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방은행들, 수도권 진출...맞불보다는 틈새 공략

지방은행들은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의 지방은행 영업구역 확대 등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수도권 진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수도권에 진출한 부산은행을 시작으로 지방은행들은 점포 수를 확대하며 수도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방은행(전북·광주·부산·경남·대구은행)들의 수도권 지역 지점 수는 지난 2015년 12월 기준 52곳에서 2019년 12월까지 4년새 73곳으로 늘어났다.

다만, 기존 수도권 지역 영향력이 큰 시중은행과 직접적으로 맞붙기보다는 각 은행 특색에 맞는 채널을 선택해 틈새를 공략하는 등의 전략을 펴고 있다.

먼저 JB금융지주의 전북‧광주은행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전북은행은 지난해 12월 기준 16개 지점이 수도권 지역에서 영업 중이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지역밀착 영업과 역외에서는 각 지역별 특성에 맞는 영업채널과 상품을 통해 니치마켓(Niche-Market, 틈새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은행은 국내 145개 점포 중 28점포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으며, 지난해 10월 서울 마곡지점을 개점했다.

송종욱 광주은행장은 개점식에서 “앞으로 주력 영업지역인 광주‧전남지역에서 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지는 고도화 전략을 추진하는 한편 성장영업지역인 수도권을 상대로 신시장 개척 전략을 전개해 100년 은행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JB금융지주 관계자는 “새 점포 신설계획은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하면서 지주차원에서 수도권 지역보다는 연고지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에서 1%를 올라가는 가치보다는 우리 연고 지역에서 9%의 마켓쉐어가 올라가는 것이 각 은행의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고 우리 그룹의 핵심가치에도 훨씬 더 높은 가치를 달성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지난해 12월 기준 각각 11개, 8개 지점이 수도권 지역에서 영업 중이다.

BNK금융지주의 경남은행은 수도권 지역과 다양한 협약을 맺어 수도권에 대한 인지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경남은행은 지난 2월 서울특별시와 함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등에 대한 경영안정자금 지원 협약’ 등을 맺어 수도권 지역 금융지원에 나섰다.

협약에 따라 경남은행은 서울시 추천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에게 경영안정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강상식 여신영업본부 상무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등에 대한 경영안정자금 지원 협약에 힘입어 서울특별시 관할 구역 안에 소재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영 어려움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울특별시가 추천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국내 244개 지점 중 서울·경기·인천지역에 8개의 지점이 영업 중에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수도권 지역 개인금융 영업네트워크 강화 측면에서 수도권 론센터를 신설하며, 기존 PRM을 통한 기업금융에 수도권 론센터를 추가해 수도권 공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그룹 디지털 마케팅의 획기적인 성과와 수도권 및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 그리고 신사업발굴을 통한 미래 성장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종합금융그룹의 기틀을 견고히 하는 한 해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 시중은행의 지방 시장 영향력 확대 '경계령'

지방은행은 지방거점이라는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실적·수익성 등에서 시중은행에 비해 뒤지지 않는 결과를 보여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9~2018) 6개 지방은행의 자산은 113조에서 221조로 증가해 94.9%의 자산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7개의 시중은행의 자산성장률 48.7%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높은 수치이다. 10년간 평균 ROA 또한 0.60%로 0.47%를 기록한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에 비해 규모도 작고, 대체로 신용도가 더 낮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면서도 시중은행에 비해 더 좋은 성과를 보여 왔던 것은 지역민들의 높은 충성도와 지역기업에 대한 관계형 금융 등이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시중은행이 지방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지방 시장에 대한 지방은행의 지역 기반을 흔드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시중·지방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들도 나름의 이유는 있겠지만, (대형은행이) 지방까지 진출할 것까지 있냐는 시각이 있다”며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은행의 행태를 지적했다.

◆ 지방은행에 들려오는 희소식, 바젤3 조기 시행…BIS비율 1~4%p 상승 전망

최근 금융당국은 2022년 적용하기로 했던 바젤3의 신용리스크 산출방식 개편안을 약 1년 반 앞당겨 다가오는 2분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9일 금융위는 바젤3 최종안 중 ‘신용리스크 산출방식 개편방안’을 바젤위원회 권고 시점보다 앞당겨 조기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국내은행 및 은행지주회사 중 시스템구축 등 준비가 완료된 회사부터 올해 6월 말 BIS비율 산출 시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바젤위원회는 지난 2017년 12월 은행 BIS자기자본비율 산출 시 적용하는 신용리스크 산출방법을 개편하는 바젤3 최종안을 오는 2022년까지 시행할 것을 회원국들에게 권고했다.

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누어 산출하며, 위험가중자산은 해당 은행의 신용·운영·시장리스크를 합산한 값이므로 신용리스크가 감소하면 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은 높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 포함 대구·부산·광주·경남 등 지방은행들의 BIS비율이 1%p~4%p 상승하게 될 전망이다.

BIS비율은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은행들의 위험자산대비 자기자본비율을 나타내는 기준으로 BIS에서는 은행들에게 BIS비율을 8%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BIS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후 100을 곱해 산출하는데 이 비율이 높을수록 은행 경영이 건전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은행들은 비율 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방안을 시행하면,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을 중심으로 BIS비율이 크게 상승하는 등 기업자금 공급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자본여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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