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지난해 주요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1분기 실적 급감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공통적으로 증권사들의 지난해 실적 호조를 견인했던 IB 부문이 올해 1분기에는 다소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주식 시장 유동성으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량 증가로 브로커리지(주식 중개, 위탁매매) 부문 수익이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은 이를 통해 부분적으로 실적 악화를 만회하는 데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왼쪽부터)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이현 키움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왼쪽부터)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이현 키움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증권사별 추정 1분기 실적 ‘암울’

올해 1분기 증권사들의 실적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대부분 사업 부문에서 타격을 입을 것이 예상되면서 다소 암울한 상황을 맞이할 전망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주요 원인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증시 시장이 동반 부진했던 영향을 받았고, 또 공통적으로 이에 따른 ELS(파생결합증권) 헤지(위험회피) 운용 손실 부담이 실적 저하를 유발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순이익 부진의 이유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3월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자기매매관련 운용자산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IPO 등 투자은행관련 IB Deal 진행 중단 및 지연으로 관련 이익도 감소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채권시장 및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로 인한 ELS관련 운용손실도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14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2.2% 증가하면서 수탁수수료수익은 견조한 수준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집중했던 IB부문 등에서 실적 부진을 맞은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부문이 강화로 실적 악화를 상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일명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등으로 일평균거래대금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브로커리지 수익이 개선되면서 실적 저하를 일부분 상쇄했고, 채권 운용 부문이 지속적인 호조를 보였다.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증권업종의 1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81.0%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코로나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자본시장 부진의 여파가 그대로 투영되고 있지만, 긍정적인 요인도 감지된다”고 밝혔다.

이어 “브로커리지 수익의 급격한 개선이 전체적인 실적 악화를 상쇄했다. 신규 고객의 유입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예탁금 증가 및 거래 대금증가의 순환 효과가 발생했다”며 “일평균 거래대금은 15조2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북미 협상 기대가 시작되던 2018년 2분기 고점 14조1000억원을 상회한다. 뿐만 아니라 수익성이 월등이 좋은 해외주식의 거래의 증가도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반적인 브로커리지 수익은 전분기 대비 50% 내외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 또한 “브로커리지 호황을 전망하는 이유는 거래대금이 급증해 위탁매매 수수료 증가가 예상되고, 신용공여 잔고도 3월 중순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한 만큼 이자손익도 크게 감소하지 않을 전망일 가운데 반대매매 증가로 인한 대출채권 관련 손실은 적을 전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별로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 한국금융지주(회장 김남구)는 1분기 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대우가 발표한 증권사 1분기 전망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순이익 추정치 192억원으로, 전년 대비 92.5%, 전분기 대비 88.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2015년 이래 경상적 실적으로는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ELS 자체 헤지 물량 4조원 가량으로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손실이 클 수 밖에 없었고, 조기 상환이 위축되면서 이연 수익의 인식도 크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다만, 해외 채권에서 일부 손실이 있으나, 상대적으로 좋은 채권운용 이익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사장 장석훈)의 1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전년 대비 82.6%, 전분기 대비 77.1% 감소한 20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2015년 이후 가장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길원 연구원은 “삼성증권은 ELS 잔액도 크고 자체 헤지 비중이 높아 제반 비용(운용 손실 및 거래비용 증가 등)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지난 2015년 3분기 중국 증시 급락 구간에서 동일한 부담으로 업종 평균 대비 이익 감소폭이 컸었던 경험도 있다”며 “다만 2015년 당시와 다른 점은 브로커리지 수익 급증 및 중개 수익(환전 수익 및 높은 수수료율)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이를 통해 적자를 상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사장 이현)은 타 증권사 대비 양호한 성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이 발표한 증권사 1분기 전망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1분기 추정 연결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26.9% 감소한 605억원을 기록해 시장 추정치 621억원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ELS 운용은 100% Back-to-Back 방식으로 운영돼, 대형사 대비 관련 손실은 제한적이다”며 “다만, PI(고유자산투자) 주식성 자산의 투자 비중 높아 키움증권 또한 트레이딩 부문 및 연결 대상 투자조합 자회사에서의 손실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3월 신설 계좌수 43만개(2020년 1월 14만3000개)를 기록하는 등 증시 개인자금 유입에 따른 최대 수혜가 예상되며, 브로커리지 부문 수익은 전분기 대비 50% 가까이 증가해 운용 부문 부진을 만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사장 정영채)의 1분기 추정 연결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67.7% 감소한 376억원을 기록해 시장 추정치 722억원에 48% 하회할 전망이다.

장효선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의 경우 2019년 들어 ELS 발행량 및 자체헤지 비중을 축소하며 운용 수익 변동성 관리를 진행했다”며 “이에 따라 경쟁사 대비 ELS 관련 손실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나, 산하 헤지펀드(Equity) 및 글로벌트레이딩센터(해외채권) 등 PI성 자산에서의 손실 발생으로 운용 부문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IB 내, 부동산PF 등 대체투자 부문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업활동 축소 영향이 불가피하나, 국내외 증시 거래대금 확대에 따른 리테일 부문 수익 증가로 실적 부진을 일부 만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부회장 최희문)의 1분기 연결순이익은 87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6.1%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 추정치 900억원을 3.1%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효선 연구원은 “ELS 발행잔액 및 자체헤지 비중이 낮아 관련 손실은 제한적이며, PI 채권 및 주식성 자산에서의 손실 또한 북 규모가 대형사 대비 작아, 운용 부문 손실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며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업계 전반적인 대체투자 셀다운 수요 감소는 우려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분기의 경우, 1~2월 진행된 딜 효과로 IB 부문 수익은 우려 대비 양호하겠지만, 투자심리 개선이 지연된다면 향후, 수수료 수익 감소 및 신규 투자의 지연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 신설

한국은행이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 신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증권업계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 16일 임시회의를 개최해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일반기업·은행 및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금조달이 크게 어려워질 가능성에 대비한 안전장치로서 새로운 대출제도인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를 신설하기로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한은은 대출방식에 대해 “대출 대상기관이 제공하는 적격 담보의 인정가액 범위 내에서 해당 기관이 신청한 금액을 대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대상기관은 △국내 16개 및 외은지점 23개 은행 △한국은행 증권단순매매 대상기관·RP매매 대상기관·국책전문딜러(PD) 중 어느 하나에 포함되는 증권회사 15개 및 한국증권금융 △한국은행과 당좌거래 약정을 체결하고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보험회사 6개이다.

총 대출한도 10조원, 대출기간 6개월 이내이며, 제도 운용기간은 시행일(5월4일)부터 3개월이다.

아울러 대출담보는 일반기업이 발행한 잔존만기 5년 이내 우량등급(AA- 이상) 회사채이며, 대출금리는 통안증권(182일) 금리에 0.85%p를 가산한 금리이다.

한국은행 측은 “이번 조치는 한국은행이 민간기업 발행 회사채를 담보로 증권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자금수요(시기 및 규모)에 따라 일정금리로 즉시 대출해 줌으로써 회사채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금융기관의 자금수급사정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상상황 발생 가능성에 대비한 안전장치로서 대기성 여신제도를 미리 마련해 둠으로써 시장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이번 대출제도 발표로 증권업계 유동성 관련 우려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대출 담보가 우량등급(AA- 이상) 회사채로 한정된 만큼 대출 정책의 즉각적인 실효성은 크지 않을 수 있으나, 정책 시행으로 증권사 대출 경로가 늘어나면서 단기 유동성의 안전판이 확보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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