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우림시장. 사진=최유진 기자 [뉴스락]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우림시장. 사진=최유진 기자 [뉴스락]

[뉴스락]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재래시장엔 아직도 봄바람이 차기만 하다. 그럼에도 상인들은 작은 희망이라는 따뜻함으로 시장을 지켜가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랑구에 위치한 '우림시장'에 방문했다. 주말 재래시장 분위기라고 하기엔 여유로움과 고요함이 여기저기서 묻어났다.

코로나19 여파인지 시장에는 몇몇 변화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흰색 마스크를 끼고 있었고 오고 가는 말소리도 확연히 줄어들어 있었다.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우림시장. 사진=최유진 기자 [뉴스락]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우림시장. 사진=최유진 기자 [뉴스락]

우림시장 북문 입구에 위치한 한 순댓국집 역시 변화가 있었다. 곱창을 먹기 위해 안쪽 자리까지 바글거렸던 사람들이 이제는 거의 보이지 않는 듯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식당 앞에 걸려있는 가마솥에는 우렁찬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시장 안에 들어서니 음식 냄새가 입맛을 당겼다. 시장 중간에 서서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끓고 있는 떡볶이 냄새나 튀김이 튀겨지는 기름 냄새는 발목을 붙잡았다.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우림시장. 사진=최유진 기자 [뉴스락]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우림시장. 사진=최유진 기자 [뉴스락]

시장에 들어선지 채 몇 걸음이 되지 않아 어묵집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주문을 받은 젊은 사장님은 흰색 마스크를 쓰고 즉석에서 어묵을 기름에 튀겨냈다. 아직 서늘한 날씨지만 어묵 하나에 뱃속까지 따뜻해진 기분이었다.

어묵을 손에 들고 시장 안을 거닐자 이번엔 여기저기 붙어있는 '제로페이'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다.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우림시장. 사진=최유진 기자 [뉴스락]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우림시장. 사진=최유진 기자 [뉴스락]

'제로페이'는 소상공인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 서울시와 지자체, 금융회사, 민간 간편결제 사업자가 협력해 도입한 공동 QR코드 방식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 등에서 지원을 약속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제로페이로 지급받을 수 있다고 해 최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로페이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손 만두와 손 두부를 판매하는 한 가게 사장님에 말을 걸어봤다. 제로페이에 대해 언급하자 사장님은 기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먼저 사장님은 "코로나19로 손님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오늘은 유난히 사람이 적은 편"이라고 최근 시장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사장님은 제로페이 스티커를 가리키며 "정부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하니 나아지겠지 기대해본다"고 품고 있는 작은 희망을 드러냈다.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우림시장. 사진=최유진 기자 [뉴스락]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우림시장. 사진=최유진 기자 [뉴스락]

제로페이 스티커는 어떻게 발급받았는지 묻자 사장님은 "시장 쪽에서 와서 다 해주고 갔다"며 "이게 어플로 받아서 하니 사용하기도 편하더라"고 말했다.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카드 결제 수수료는 시장 상인들에 골칫거리가 됐다. 사장님은 "천 원짜리 사면서 카드로 결제하겠다고 하면 좀 신경이 쓰인다"며 "제로페이는 수수료가 나가지 않는다더라"고 반가워했다.

그럼에도 제로페이가 소상공인들에 한줄기 빛과 소금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사장님 역시 "젊은 사람들도 제로페이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나이 든 사람들은 오죽할까"라고 본인도 최근 들어서야 제로페이에 대해 알게 됐음을 언급했다.

사장님 설명에 따라 설치한 어플은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로페이가 어려울 거란 선입견이 팽배하단 점을 와플 가게에서 우연히 알 수 있었다.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우림시장. 사진=최유진 기자 [뉴스락]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우림시장. 사진=최유진 기자 [뉴스락]

시장 끝 쪽으로 향하자 달콤한 와플 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와플을 구매하며 가게 사장님과 대화를 시도했다. 사장님 역시 코로나19로 손님이 대폭 감소했다고 하소연했다.

이번엔 제로페이에 대해 묻자 사장님은 "나 같은 늙으니는 제로페이를 어떻게 신청하는 지도 모른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어 "게다가 정부가 지원금을 준다고 하지만 카드깡을 하려고 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며 또 다른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우림시장. 사진=최유진 기자 [뉴스락]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우림시장. 사진=최유진 기자 [뉴스락]

어린 시절 엄마 손을 붙잡고 시장에 따라간 기억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법하다. 몇 걸음 되지도 않는 시장에서 만나는 상인마다 대화를 나눠가며 가격을 깎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지만 가게마다 개성 넘치는 손글씨로 가격을 적어둔 정겨움은 여전하다.

아직까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재래시장에 제로페이가 봄날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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