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장기화되며 올 상반기 한국 경제 부진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업계에서도 지난 23일 KB금융을 시작으로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1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이목이 쏠린다. 

신한금융지주가 압도적 실적 차이로 1위 자리를 공고히 했으며,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1분기 금융지주사들의 실적 희비는 비이자이익이 갈랐다. 이자이익 부문은 전년 대비 성장했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비이자이익 부문은 전체적으로 감소세인 가운데 비이자이익 감소폭이 순익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

또한, 코로나19 여파는 2분기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금융지주사들은 1분기 실적이 비교적 선방했다는 이유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 신한금융지주, 지난해 이어 업계 1위 수성

신한금융지주(회장 조용병)는 업계 2위인 KB금융그룹과 당기순이익 차이를 2000억원 이상 벌리며, 지난해에 이어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신한금융 실적발표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2020년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932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만, 1회성 요인 및 오렌지라이프 지분인수 효과 감안 시 경상 당기순이익은 8000억원 중반대를 기록하게 된다.

이자이익 부문은 해외 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6.2%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유지하며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2조40억원을 기록했다.

이자이익 부문에서 순이자마진(NIM)은 1.86%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0.21%p 감소했으나, 대기업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이 전년말 대비 각각 15.5%, 2.3% 증가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올 1분기 순이자마진이 감소 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출 수요가 증가하면서 해당 감소폭을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비이자이익 부문은 734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0.6% 감소했지만, 수수료 이익 중 증권수탁수수료·리스업무수입수수료가 늘어나며, 전년 대비 10.8% 증가해 하락폭을 일부 만회했다.

수수료 이익이 늘어나 비이자이익 하락폭을 상쇄한 것은 결국 타 금융지주와의 순익 격차를 벌리는데 주된 원인이 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혁신성장’과 ‘금융안정 지원’이라는 기치 아래 대출자산이 중소‧소상공인 기업 중심으로 전년 대비 2.9% 성장했다”며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이어간 결과,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1분기 대출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초저금리 시대 진입에 따른 저성장 극복을 위해 글로벌 및 IB시장 기반으로 기초체력 강화 노력들을 하고 있으며, 신한만의 방식을 통해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KB금융지주, 이자이익은 선방했지만…비이자이익 35.9% 급감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는 이자이익에서 오히려 업계 1위인 신한금융보다 나은 실적을 기록했지만, 비이자이익에서는 수익이 급감했다.

KB금융 실적발표에 따르면, KB금융의 올 1분기 순이익은 72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감소했다.

순이자이익은 그룹 순이자마진이 전년 동기 대비 0.14%p 감소했으나, 은행과 카드부문의 자산성장에 힙입어 전년 대비 4.3% 증가한 2조349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KB금융은 비이자이익 부문에서의 손실이 뼈아팠다.

순수수료 이익이 증권수탁수수료 증가 및 IB부문 실적 개선으로 670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1.7% 성장하는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비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5.9% 감소한 3928억원을 기록했다.

비이자이익 부문이 급감한 이유는 기타영업손익이 2773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손실은 주로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외화채권·원본보전신탁 등 유가증권 부문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과 파생상품 및 외환 관련 부문에서 약 340억원의 CVA 손실, 자체헤지 운용손실 등이 발생한 것에 기인했다.

KB금융 관계자는 “현재 금융업 경영환경은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실을 다지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진정한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저성장·저금리 등 금융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수익성 관리전략의 일환으로 핵심 성장동력인 IB와 WM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강화해 중장기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는 등 그룹의 수익기반을 확대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하나금융지주, 비용 절감·글로벌 부문 성장에 두자릿수 실적 성장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정태)는 코로나19 사태 여파 속 두자릿수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하나금융 실적발표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3% 증가한 6570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의 실적 성장세는 그룹 차원 비용 절감 노력과 함께 비은행 및 글로벌 부문 성장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판매관리비 부문에서 지난해 1분기 시행된 특별퇴직 관련 비용 약 1260억원의 기저효과와 경상적 비용절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감소한 9279억원을 기록했다.

이자이익 부문은 금리인하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8%p 감소한 1.62%를 기록했지만, 대출자산 성장 및 저금리성 예금 증대 등으로 전년 동기 수준인 1조428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수수료 수익이 여신·외환 관련 수수료 개선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한 5330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익증권수수료가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한 277억원을 기록하는 등 비이자이익 부문 합계가 전년 동기 대비 10.9% 감소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향후 경기침체 지속으로 일부 은행부문 수수료 이익 성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바, 신용카드·증권중개 등으로 비은행부문 수수료 증대 노력 등을 통해 이익 안정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 우리금융지주, 비이자이익 개선…신규 편입 자회사 손익기여 본격화

우리금융지주(회장 손태승)는 지난해 대비 순익이 감소세를 보였지만, 비이자이익 부문의 개선을 이뤄냈다.

우리금융 실적발표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올 1분기 당기순이익 518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했다.

순이자마진은 1.63%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0.15%p 감소했지만, 이자이익 부문이 시장금리 하락추세에도 조달비용 등이 감소하며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했다.

비이자이익 부문은 신규 편입된 자회사(우리자산신탁·우리자산운용·우리글로벌운용)들의 손익기여가 본격화되며 314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했다.

또한, 글로벌 부문이 1분기 약 53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그룹 당기손이익 비중을 10% 이상 유지했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국내 금융산업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나, 우리금융그룹의 펀더멘탈이 과거 금융위기 때와는 완전히 다른 수준”이라며 “지난 몇 년에 걸쳐 이룬 ’안정적 수익창출 능력과 탄탄한 건전성 관리 능력’으로 불확실성이 큰 현 상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본격적인 코로나19 여파 ‘2분기’ 반영 전망

금융지주사들이 1분기 시장 예상치보다 선방한 실적을 거뒀지만, 다가올 2분기에는 상황이 더욱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금융지주사들의 순이자마진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수익성 악화에 따른 2분기 실적 방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전년 동기 대비 순이자마진은 신한금융 2.07%에서 1.86%, KB금융 1.98%에서 1.84%, 하나금융 1.80%에서 1.62%, 우리금융 1.78%에서 1.63%로 각각 하락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는 2분기부터 실적 방어 여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미 시중금리가 단기물을 중심으로 1분기 중 연초대비 35bp 하락함에 따라 순이자마진(NIM) 축소 압력이 가중될 여지가 큰 가운데, 코로나19에 따른 여파로 은행들의 공적 기능 강화와 대손 비용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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