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특별기획] "제2의 네이버를 꿈꾸며"…재계, '사내벤처' 육성·분사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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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특별기획] "제2의 네이버를 꿈꾸며"…재계, '사내벤처' 육성·분사 속도 낸다
제2의 사내벤처 ‘붐’, 업종 막론하고 인큐베이팅-분사 가속
정부 지원 아래 사업 다각화·인재 육성 등 장점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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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삼성SDS 사내벤처 제도를 통해 IT 연구를 하던 한 연구원은 검색엔진의 필요성을 깨닫고 1999년 회사로부터 분사해 직접 인터넷 기업을 이끌게 된다.

네이버 창업주이자 현(現) 네이버 글로벌투자총괄(GIO) 이해진 창업주의 이야기다.

시가총액 20조원이 넘는 IT 공룡 기업의 시작은 이처럼 여느 벤처기업과 다를 바가 없었다. 물론 이해진 창업주가 삼성에 제안한 ‘검색엔진 사업화’ 계획이 거절돼 네이버를 따로 설립하게 된 비화가 있지만, 그럼에도 기업의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네이버는 탄생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약 20년이 지난 지금, 신한·하나 등 금융권서부터 삼성전자·현대차그룹 등 재계 1·2위 기업까지 국내 기업들의 사내벤처 양성 및 분사 ‘붐(BOOM)’이 다시 불고 있다. 그동안 사내벤처 제도는 꾸준히 실행돼 왔지만, 특히 지난해부터 그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 기조에 발맞춘다는 거시적 목적과 더불어 기업이 사내벤처 제도 활성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목적과 이익은 무엇일까.

사내벤처기업들의 활동 모습.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사내벤처기업들의 활동 모습.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 삼성·현대차 등 재계 사내벤처 육성제도 활성화…분사 잇따라

재계 2위 그룹인 현대차그룹은 ‘마이셀’, ‘PM SOL(피엠쏠)’, ‘원더무브’, ‘엘앰캐드’ 등 유망 사내스타트업 4개사를 이달 한 번에 분사한다.

2~4년의 육성기간을 거친 분사 기업은 자동차 관련 기술 외에도 버섯 균사 기반 바이오, 복합 윤활제, 커뮤니티 모빌리티 서비스, 3D 도면 정보 솔루션 등 미래 유망 분야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마이셀은 친환경 소재인 버섯 균사를 기반으로 차량 복합재·패브릭 등 소재를 개발하는 바이오 소재 기업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디자이너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피엠쏠은 철분말 성형공정 중 발생하는 마찰력을 저감해주는 복합 윤활제와 3차원 제품 디자인을 구현하는 3D 프린팅용 금속 분말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고내열성과 고윤활성 물질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시판 중인 3D 프린팅용 금속 소재가 비싸 항공·발전·의료 분야에 치중됐으나, 피엠쏠의 저가 고성능 금속 분말 개발로 적용 분야를 자동차로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원더무브는 경로·도착시간·선호도를 토대로 출퇴근 시간 직장인 대상의 커뮤니티 정기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해당 서비스는 제한된 운행 시간, 횟수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 개정법 허용 범위에 속하며 운행 데이터에 대한 증빙을 제공해 보험 지급을 보장한다.

엘앰캐드는 기존 컴퓨터 이용 설계(CAD, Computer-Aided Design) 시스템의 한계점을 보완한 3D 도면 정보 솔루션 기업이다. 전용 장비 없이 일반 PC에서도 이용 가능하며, 3D 형상 데이터를 경량화해 제품 정보를 3D 상에 직접 기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들 기업은 그동안 현대차그룹 사내스타트업으로 활동했지만, 분사 후엔 독립기업으로서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다양한 업계 및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2000년부터 사내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시행해온 현대차그룹은 53개 유망 기업을 선발해 올해까지 총 16개 기업을 분사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미래 유망 분야의 신사업 기회를 탐색하면서, 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며 ”사내스타트업 육성뿐 아니라 국내외 다양한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지속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1위 그룹 삼성의 주력 계열사 삼성전자는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 인사이드’를 통해 발굴한 5개 우수 과제 스타트업의 창업을 이달 지원한다.

이번에 독립하는 스타트업은 △컴퓨터 그래픽(CG) 영상 콘텐츠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Blockbuster)’, △종이 위 글자를 디지털로 변환·관리해주는 ‘하일러(HYLER)’, △인공지능(AI) 기반 오답 관리와 추천 문제를 제공하는 ‘학스비(HAXBY)’, △인공 햇빛을 생성하는 창문형 조명 ‘써니파이브(SunnyFive)’, △자외선 노출량 측정이 가능한 초소형 센서 ‘루트센서(RootSensor)’ 등 5개사다.

특히 하일러와 써니파이브, 루트센서는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0’에 참가해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받는 등 제품과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였다.

C랩 인사이드는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 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난 2012년 도입한 사내벤처 육성제도다.

2015년부터는 ‘C랩 스핀오프(분사)’ 제도를 실시, 초기 사업자금과 창업지원금을 지원하고 분사 후 5년 내 재입사 기회를 부여하는 등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최소화하도록 돕고 있다.

현재까지 해당 프로그램으로 163명의 창업자가 45개의 스타트업을 설립했고, 분사 후 유치한 투자금이 55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효과를 토대로 삼성전자는 이미 2018년부터 5년간 C랩 인사이드(사내 임직원 스타트업)로 200개, C랩 아웃사이드(외부 스타트업 육성)로 300개 총 500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LG그룹의 IT 계열사 LG CNS는 지난 3월 RPA(로봇업무자동화)와 AI(인공지능) 물류 통관 기술을 개발하는 사내벤처 스타트업 ‘햄프킹(Hempking)’의 독립을 지원하기 위해 총 14억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햄프킹은 지난 2018년 말 LG CNS 사내벤처 대회 ‘아이디어 몬스터’를 통해 선발됐다. LG CNS는 사내 개발자 지원, 독립적 의사결정 권한 부여, 사무공간 제공 등 약 9억원 상당을 지원하고, 1년 3개월간의 인큐베이팅(인프라 지원) 끝에 약 5억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해 분사에 성공했다.

LG CNS 소속이자 햄프킹의 김승현 대표, 양자성 CTO(최고기술책임자)는 햄프킹의 지분 80%를 보유하게 되며, LG CNS가 지분 20%를 보유한 3대주주가 된다. LG CNS는 분사한 햄프킹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IT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지원을 이어간다.

이로써 LG CNS는 지난 2018년 8월 분사한 챗봇 개발 스타트업 ‘단비아이엔씨’에 이어 두 번째 사내벤처 스타트업 분사를 이뤄냈다.

또다른 LG 계열사 LG디스플레이 역시 전사적 사내벤처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18년 말 발족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드림챌린지’ 1기(4개팀, 임직원 12명)가 지난해 첫 수료자를 냈다.

1기 팀들은 △가상현실(VR)을 활용한 게임콘텐츠 개발(룩슨) △터치 기반 하드웨어 개발(별따러가자) △노안개선용 헬스케어 기기 개발 △층간소음 해소를 위한 노이즈캔슬링 기기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 중 ‘룩슨’은 방탈출 게임을 모티브로 한 VR게임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내놓는 등 1년간 지원을 받아 분사에 성공했으며, ‘별따러가자’는 민간기관 ‘함께일하는 재단’의 ‘2020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최종 선정돼 다양한 업계와 협업을 논의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드림챌린지 참여자들에게 1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지원함과 동시에 프로그램 기간 동안 업무를 배제하고, 3년 내 회사에 복귀할 수 있도록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는 올 하반기 드림챌린지 2기를 모집한다. 2기는 사내벤처 스타트업이 실제로 분사에 성공하는 데 더욱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 금융권 사내벤처 육성 적극 행보, 언택트·핀테크 주도권 선점 노력

다소 보수적인 조직 문화라는 인식이 있었던 금융권에서도 사내벤처 제도 활성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올 1월 말 하나금융의 IT 자회사인 하나금융티아이의 사내벤처 2곳(씨닷츠·씨씨기부)을 별도법인으로 분사했다. 하나금융그룹을 넘어 금융권에선 최초의 사례다.

핀테크산업에 발맞춰 초고속형 데이터 전송 플랫폼과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을 아이디어로 내세운 이들 2개사는 약 1년간의 인큐베이팅을 거쳐 올 하반기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하나금융은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D 팩토리’ 3기를 올 하반기까지 모집, 금융과의 시너지를 감안했던 앞 기수와 달리 모집분야를 확대하고 벤처캐피탈(VC) 또는 정부기관의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신한금융그룹 산하 신한카드는 최근 사내벤처 ‘애드벤처(AdVenture)’팀이 개발한 쇼핑 정보 구독 플랫폼 ‘비포쇼핑(B4Shopping)’을 정식 론칭했다.

비포쇼핑은 각종 SNS, 메신저, 문자메시지, 홈페이지 등 다양한 채널에서 쇼핑 정보를 수집해 이를 해시태그(Hash Tag, #)로 분류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해시태그를 활용해 한정판, 타임세일 등 다양한 이벤트 및 할인 정보를 주제별·브랜드별로 한눈에 확인하고 구독할 수 있다.

애드벤처팀은 해시태그를 결합해 구독하는 기능을 개발, 특허를 신청했다.

이번 론칭은 일찌감치 사내벤처 제도를 도입·실시한 신한금융그룹 정책의 효과다. 신한카드는 2016년부터 사내벤처 제도를 통해 신사업 발굴에 나섰고 2018년부터는 아임벤처스라는 이름으로 사내벤처 외에도 외부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올해 초 사내벤처 ‘우동(우리 동호회)’팀이 전국 모임 운영과 연계 사업을 결합한 동호회 종합 플랫폼 ‘우동’을 출시했으며, 또다른 사내벤처팀 ‘스터디피티’는 오는 6월 수학과목의 빅데이터에 문제은행 솔루션을 합친 ‘개인별 맞춤형 학습지 배송’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금융그룹 또한 올해 초 사내벤처 제도 ‘우리 어드벤처(A-D Venture)’를 도입하고, 자사 시너지를 유발할 수 있는 기획을 가진 팀 세 곳을 지난달 말 선정했다.

우리금융 통합멤버십포인트 ‘꿀머니’를 결제 주체로 P2P(개인 대 개인) 물건 공유 플랫폼 개발을 계획한 팀과, 해외 가상계좌 중계 솔루션, 디지털 기반 개인 물품 보관·관리 서비스를 구상한 팀 등이 선정됐다.

회사는 이들을 1년간 집중 지원한 뒤 중간 점검과 최종 평가를 거쳐 내년 정식 기업으로 분사시키겠다는 계획이다.

◆ ‘집단지성’으로 미래먹거리 찾아, 사업 다각화 등 이점 다수

이처럼 업종을 막론하고 기업들이 사내벤처 제도를 활성화하려는 데에는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정부 기조에 발맞춰 지원을 받는 등 이점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부터 떠오른 벤처창업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90개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1조4517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지원액(1조1181억원) 대비 29.8%(3336억원↑) 상승한 것이다.

중기부는 2018년 사내벤처팀을 발굴·육성할 민간 운영기업을 공모해 현대차 등 대기업부터 중견·중소기업,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까지 총 40개사를 선정해 지원한 바 있다.

올해는 4차 산업을 위한 혁신창업, 농업실용화기술 R&D지원사업, 창업이민 인재양성 등 추가 신설된 사업이 많은 가운데, 예산을 늘리고 분사 3년 이내 기업을 지원대상으로 추가하는 등 창업 및 스타트업 지원에 더 집중했다.

지원이 많아지니 기업에서도 주저할 이유가 없다. 2018년부터 계열사를 통해 ‘하이게러지’, ‘스타게이트’ 등 사내벤처 육성 사업을 펼치고 있는 SK그룹과, 롯데그룹의 사내벤처 육성기관 ‘엑셀러레이터’ 등 5대 그룹(삼성,현대,SK,LG,롯데)이 올해 사내벤처기업 분사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이 총 30개가 넘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사업 다각화와 동시에 인재 육성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분사된 기업이 사업 규모를 키워 모태기업과 신사업 협업 시너지를 발생시키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구성원의 미래지향적 아이디어를 지원해 사업영역을 확장시킴으로써 인적 자원 개발과 함께, 미래먹거리 연구를 위한 연구개발비 즉, 물적 자원 소모량까지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아울러 자사의 기업정신이 담겨진 벤처기업을 양성하고, 이들이 확장성을 갖고 규모를 성장시켰을 때 얻어지는 기업 이미지 또한 대내외적으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회사 내에서 인큐베이팅을 해 분사하는 것은 아이디어를 증진시킨다는 개념”이라며 “스타트업이 ‘맨땅에 헤딩’ 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에 소속돼 있으면서 아이디어를 키우는 것이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회사 또한 이를 장려해 또 하나의 기업을 탄생시킨다는 것이 고무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 역시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언택트(비대면) 사회와 핀테크산업의 발달 속에서 플랫폼 개발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다양한 아이디어가 다양한 플랫폼을 만들고, 또 다양한 플랫폼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선순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에는 컨테스트 차원에서 아이디어 공모 개념 정도였다면 이제는 이를 활성화해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역할까지 기업이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일반 스타트업은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느낌이지만, 사내벤처 육성제도의 경우 모기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한 인큐베이팅을 거쳐 분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업 아이템과 관련한 자원 확보 기회가 많다”며 “사내벤처 육성제도를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주력 사업에 매몰되는 것이 아닌, 오픈 이노베이션 및 혁신적 아이디어에 대해 지속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사업 다각화를 이뤄내게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환경에 대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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