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역성장 타격보다 비용 감축 효과 누렸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화장품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1분기는 중국 등 해외 시장의 유통 활로가 막히고, 관광객수 급감에 따른 매출 타격을 입었다. 내수 시장 역시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화장품 매출은 하락한 반면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에 힙입어 상쇄 효과를 띄었다. 

지난 5일 주요 화장품업체들이 1분기 실적을 공개한 가운데 일부는 예상대로 코로나 파고를 넘지못하고 매출하락의 쓴맛을 봤지만, 또 일부는 괄목한 성장을 내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뉴스락>이 코로나19 속 화장품업계의 지난 1분기 실적을 토대로 자세한 면면을 들여다봤다. 

왼쪽부터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대표, 에이블씨엔씨 조정열 대표이사, 토니모리 배해동 대표, 애경산업 임재영 대표이사 . 사진=LG생활건강, 네이처리퍼블릭, 아모레퍼시픽, 에이블씨엔씨, 토니모리, 애경산업 [뉴스락]
(왼쪽부터)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조정열 에이블씨엔씨 대표, 임재영 애경산업 대표, 배해동 토니모리 대표. 사진=각 사 제공 [뉴스락]
◆ LG생건·네이처리퍼블릭·아모레퍼시픽, 2분기 위해 손실 비축

LG생활건강(부회장 차석용)은 코로나19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광고비용'을 축소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연결기준 1분기 매출 1조 89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3337억 원으로 3.6% 증가했다.

매출 증가율은 낮은 편이었지만 지난해 508억 원에 달하던 '광고선전비'가 399억 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반면 숨, 오휘 등 소위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의 견고한 실적 유지에도 불구하고 뷰티·헬스 부분 매출은 하락했다. 매출 증가는 생활용품, 음료 등 분야의 매출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실적에 있어서 전체적으론 선방을 했다고 보지만 화장품 분야의 경우 하락은 있었다"며 "판매관리비 등의 경우 이것만으로 실적이 나아졌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장기화에 해외사업 분야의 영향도 받는 상황이라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네이처리퍼블릭, 매출 줄었지만 영업손실 비축으로 선방

네이처리퍼블릭(대표 정운호) 역시 줄어든 매출에도 영업손실을 비축하며 큰 타격은 피해 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은 1분기 매출 4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3% 감소했지만 영업손실은 15억 원으로 51.68% 감축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총 매출은 감소했지만 지난해 19억 원을 지출했던 '광고선전비'를 1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12%까지 줄이며 큰 타격은 막아냈다.

특히 원정도박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정운호 대표가 출소 후 경영에 복귀한 이후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가 기대를 모은다.

정 대표는 경영 복귀 후 이상현 전 칼라일 한국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반등을 모색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상현 이사는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 칼라일에서 한국 대표를 8년간 역임했다. 브랜드 더페이스샵 창립자인 정운호 대표는 기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당시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 한국지사 대표였던 이상현 이사와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소폭 감소했으나 비효율 오프라인 매장 정리와 비용 절감 등 내실 개선에 집중해 적자 폭을 줄였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것이 예상됨에 따라 앞으로는 경쟁력 있는 신제품 개발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상현 이사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M&A와는 전혀 관련 없다"며 "이상현 이사에게 기업 경영과 컨설팅 자문을 제공받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 아모레퍼시픽, 탄탄한 브랜드력으로 실적 회복 시간 문제?

아모레퍼시픽(회장 서경배) 역시 LG생활건강, 네이처리퍼블릭과 같이 마케팅 비용을 절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세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1분기 매출 1조 279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1%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 또한 679억 원으로 66.8% 감소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마케팅 비용을 전년 동기보다 27% 절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지난해 1537억 원이었던 '광고선전비'를 1121억 원으로 27% 절감했다.

그럼에도 아모레퍼시픽의 주력 제품인 설화수 등이 특히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화제가 됐던 만큼 코로나19 이후 중국 유통 채널 성장률이 무려 33%나 감소해 하반기 해외 시장의 상황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의 희비가 뚜렷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해외 시장 중 북미 시장 경우엔 오히려 판매율이 상승하는 의외의 실적을 기록해 눈길을 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여파가 컸다. 특히 중국 내에서는 매장 오픈 자체를 할 수 없었다"며 "북미의 경우 코로나19가 아시아에 비해 늦게 확산됐기 때문에 일시적인 상승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 년 사이에 글로벌 시장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디지털 판매 등을 강화할 전략"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소비자들의 니즈가 높은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만큼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안정적인 실적회복을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최근 서경배 회장의 딸인 서민정 뷰티영업전략팀 프로가 보광창투 홍석준 대표 아들 홍정환 씨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인 사실을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보광창투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아내 홍라희 여사의 남동생 홍석준 대표가 운영 중인 기업이다. 따라서 서민정 프로와 홍정환 씨의 결혼은 아모레퍼시픽과 삼성가가 사돈을 맺는 형국이 될 것으로 동종업계 뿐만 아니라 주식 시장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 미샤·토니모리·애경, 1보 전진 위한 2보 후퇴?

에이블씨엔씨(대표 조정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1분기 전년 대비 400%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불운하게 마무리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는 1분기 매출 835억 원으로 8.8%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손실이 122억 원으로 424.81% 대폭 증가했다.

주목할 점을 여타 화장품업체들이 코로나 사태 속 1분기를 광고선전비 축소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려했다면,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지난해 58억 원이었던 광고선전비로 33.87% 증가한 78억 원을 지출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4222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코로나19의 파고를 뚫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에이블씨엔씨가 마케팅비 지출을 늘린 이유로 중국 시장에서의 미샤 브랜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올 3월 조정열 전 한독 대표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글로벌마케팅 전문가로 알려진 조정열 대표가 에이블씨엔씨의 대표브랜드 미샤를 글로벌한 브랜드로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해외 마케팅은 작년부터 시작해 올해 성과를 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주춤한 상황"이라며 "영업손실 부분은 오프라인 점포에서 고정적으로 지출된 비용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비하면 로드샵 점포 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매출을 위해 앞으로 매장 수를 줄이겠다거나 유지하겠다는 전략은 따로 계획에 없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또 "브랜드력이 있는 미샤의 온라인 판매 부분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애경산업, 1인 대표 체제 어떤 영향주려나

업계 후발주자 애경산업(대표 임재영)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애경산업 내 화장품 사업의 1분기 매출은 648억 원으로 27.8%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69억 원으로 61.8% 감소했다.

특히 애경산업은 지난해 83억 원이었던 '광고선전비'가 110억 원으로 31.48%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최근 이윤규 대표의 돌연 사임을 둘러싸고 1분기 실적과 연결 짓는다.  

애경 측은 그룹 계열사 사장단 교체가 코로나19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럼에도 업계에선 흔한 일이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애경산업은 애경유화 대표였던 임재영을 대표로 선임해 1인 대표 체제로 기업을 운영해갈 예정이다.

애경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면세점 위축과 색조 화장품 수요 등이 줄었다"며 "화장품 관련 업계 자체가 영향을 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운영전략은 명확하게 말할 수 없지만 시장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며 "온라인의 경우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커가는 시장이었기 때문에 발 맞춰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애경산업은 화장품부터 샴푸 등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 토니모리, 연이은 사건사고에 매출 감소까지 '설상가상'

토니모리(대표 배해동) 역시 매출 하락과 영업손실 증가 1분기 역성장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다르면 토니모리 1분기 매출은 16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69% 감소한 수치이며 영업손실은 76억 원으로 447.16% 증가했다.

토니모리의 '광고선전비'는 지난해 13억이었던 것에 비해 24.33% 증가한 17억 원이었다.

토니모리는 1분기 역성장에 이어 올해 3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로드샵 명동점 매장과 관련해 1년 치 임대료를 미납했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해당 매장은 3월31일 돌연 점포를 정리했다.

토니모리는 이어지는 구설수와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토니모리는 이런 상황에서 21일 투자사 '토니모리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배해동 대표는 최대주주에 한해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겠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토니모리 최대주주는 현재 배해동 대표다.

'토니모리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최대주주는 배해동 대표이며 그 뒤로 배 대표의 자녀인 배진형, 배성우 이사가 다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매출이 하락한 상황에서도 상승한 마케팅 비용에 대하 "2019년 사용한 비용이 결산의 이유로 이월되거나 사후 청구 들어온 금액이 커 일시적으로 증가했다"고 답했다.

또 명동 매장 임대료 미납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협의와 다르게 6억 원의 바닥권리금을 요구해 토니모리와의 신규 임대차 계약체결을 거부하며 벌어진 사건"이라며 "임대인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토니모리는 2020년 3월 기준 487개의 매장을 보유 중이며 2018년 595개 였던 것에 비해 100여 개 매장이 줄어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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