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룸 [뉴스락]
사진=일룸 [뉴스락]

[뉴스락] "매니저님이 사실을 알면 되게 놀랄 사람이거든요 제가. 이미 높은데 바닥부터 시작하는 놀랄 사람."

2016년 방송된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재벌 3세인 유덕화(육성재 분)가 회사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해 할아버지 회사인 가구 업체(일룸 PPL) 매장에서 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tvN 드라마 '도깨비' 왼쪽부터 육성재. 사진=tvN [뉴스락]
왼쪽부터 배우 이채경, 가수 육성재. 사진=tvN 드라마 '도깨비' 캡처 [뉴스락]

드라마 속 재벌 3세는 회장의 지시로 'FM'대로 경영권 승계과정을 거쳤지만 현실은 달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퍼시스그룹이 운영 중인 일룸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

지난 21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위치한 퍼시스그룹 계열 가정용 가구 도매업체 일룸에 조사인력을 투입해 회계자료 등 세무자료를 확보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뉴스락>과 통화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대기업 탈세 및 비자금 조성 등 굵직한 기업 관련 수사를 도맡는 국세청 조사4국이 나선 만큼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게다가 지난해 정기조사를 받은 일룸의 다음 세무조사는 2024년으로 예정돼있어 1년 만에 이뤄진 세무조사를 평범한 수순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세무조사가 퍼시스 창업주인 손동창 명예회장이 장남 손태희 퍼시스 사장에게 불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려 한 정황이 드러난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손 회장은 경영권을 손 사장에 승계하기 위해 2015년부터 꾸준히 계열사를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이어왔다.

2015년 퍼시스의 주요 계열사였던 퍼시스홀딩스(구 시디즈)는 일룸과 시디즈(구 팀스) 등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때 팀스였던 '시디즈'와 퍼시스홀딩스의 옛이름인 '시디즈'는 별개 회사다.

2016년 퍼시스홀딩스는 알짜회사였던 일룸의 지분 45.84%를 이익 소각했고 2017년 4월 보유하고 있던 시디즈 지분을 일룸에 149억 원으로 매각했다.

이어 2018년에는 퍼시스홀딩스의 주력 사업인 의자 제조 및 유통부문을 325억 원에 시디즈로 넘긴 뒤 계열사들의 지주사 역할을 맡게 됐다.

이런 방식으로 분리된 퍼시스와 시디즈는 내부거래를 통해 계열사들 매출을 올려 회사 규모를 확장시켰다.

이후 손 회장과 손 사장은 '퍼시스홀딩스'와 '일룸'을 이용해 각 상장사인 ㈜퍼시스와 ㈜시디즈 주식을 장악했다.

현재 퍼시스 주식은 퍼시스홀딩스가 33.57%를 보유하고 있으며 손동창 명예회장이 16.70%를 소유해 2대 주주로 있다. 퍼시스홀딩스는 손 회장이 80.51% 지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퍼시스의 최대주주라고 볼 수 있다.

손태희 사장의 경우 퍼시스홀딩스 계열사인 일룸 주식을 61.29%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반면 일룸은 퍼시스 계열사인 시디즈 주식을 40.58%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는 손 회장이, 계열사는 손 사장이 이 상황에서 퍼시스홀딩스와 일룸이 전례와 같이 흡수 합병한다면 손 회장은 막대한 상속 증여세를 내지 않은 채 손 사장에 부자연스럽게 경영권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샘에서 근무했던 손동창 명예회장은 조창걸 한샘 창업주, 김영철 전 퍼시스 회장과 1983년 현 퍼시스의 모태인 한샘공업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손 명예회장은 주력사와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한 계열사들을 흡수합병 등 방법으로 장악하며 퍼시스를 지켜냈다.

현재 손 명예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시디스와 일룸 등 기업 주요 사업을 아들인 손태희 사장에게 넘긴 상태다.

손 사장이 전례와 같이 흡수합병을 통해 퍼시스홀딩스와 일룸의 흡수합병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뉴스락>은 일룸 측과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관련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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