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양식품 [뉴스락]

[뉴스락] 최근 코로나19에도 매출 상승을 기록한 삼양식품이 오너가 주식 대량 매도로 눈길을 끌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5월25일 삼양식품 창업주의 차남이자 전인장 회장의 쌍둥이 동생인 전인성 씨가 자사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

전인성 씨는 5월18일부터 19일까지 총 14회에 걸쳐 주식 3만주를 장내매도해 약 35억 3000만 원을 현금화했다.

전인성 씨의 삼양식품 주식매도는 1월부터 시작됐다. 지난 1월9일부터 1월17일까지 전인성 씨는 27회에 걸쳐 판매한 주식은 5만주이며 현금으로 약 150억 원에 해당하는 양이다.

전인장 회장의 조카로 알려진 전병주 씨 역시 5월18일 보유하고 있던 1만 개 주식을 총 3회에 걸쳐 전부 매도했다. 현금 11억 7000만 원에 해당하는 주식이다.

5월25일 삼양식품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너일가 13인이 보유한 주식은 총 46.11%로 2018년 4월3일 47.22%였던 것에 비해 1.11%만큼 줄어들었다.

오너가 일원이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는 상황은 주가의 최고점을 찍었다는 뜻이 될 수 있어 투자자들에 불안감을 조성할 우려도 있다.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전인성 씨와 전병주 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주식을 팔아 현금화를 시도했다.

이와 같이 삼양식품 오너일가가 주식을 계속해서 매도하는 이유는 뭘까?

 

조카 제치고 삼양식품 왕국 차지하기 위한 작은아버지의 큰 그림

수양대군은 형인 문종이 죽자 조카인 단종을 유배 보내고 조선 왕조를 차지했다. 전인성 씨의 주식 매도 역시 삼양식품 왕국을 차지하기 위한 경영권 분쟁의 시발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전인성 씨가 삼양식품 계열사 중 하나에 높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정인성 씨가 삼양식품 주식을 매도해 확보한 현금으로 계열사 지분을 늘려 지주사 장악을 꾀할 수도 있다는 논리다.

삼양식품은 계열사인 삼양내츄럴스가 자사 주식을 33.26%를 보유하고 있으며 뒤이어 김정수 전 대표이사와 전인장 회장이 각 4.33% 3.13%를 갖고 있다. 전인성 씨는 0.93%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삼양식품 주식을 최다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삼양내츄럴스는 김정수 전 대표이사와 전인장 회장이 각 42.2%, 21.0%를 보유 중이다.

또 두 사람의 아들인 전병우 해외사업본부 부장이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 에스와이캠퍼스(전 비글스)도 삼양내추럴 주식 26.9%를 보유 중이다.

현재 삼양식품 전인장 회장은 50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아 올해 1월 징역 3년 형을 확정받은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전 회장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계열사가 삼양식품에 납품한 포장재와 식자재 중 일부를 페이퍼컴퍼니가 납품받은 것처럼 위장해 사익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김정수 전 대표이사 역시 본인을 삼양식품 페이퍼컴퍼니 직원으로 꾸며 매달 4000만 원 월급을 받아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경영진에서 물러났다. 즉 주식을 장악하고 있는 오너가의 삼양식품 경영은 공식적으로 공석인 셈이다.

반면 전인성 씨의 이름은 삼양식품 계열사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형을 선고받으며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김정수 전 대표이사는 현재 법무부에 취업 재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누나와도 소송, 전인장 없는 틈에 전인성 회사 분리 꾀할까

한편으로는 전인성 씨의 주식 매도를 융통한 현금으로 삼양식품 계열사 중 하나를 분리 독립시키려는 계획이 아니냐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삼양식품 창업주인 (故)전윤중 전 명예회장은 슬하에 5녀2남을 뒀으며 장남인 전인장 회장에 회사를 물려줬다. 전인장 회장의 쌍둥이 동생인 전인성 씨 역시 삼양식품 이사로 계열사인 삼양유지사료와 삼양유통 경영에 참여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현재는 개인 사업으로 돌아선 상태다.

이후 전인성 씨는 삼양식품 주주총회 등에도 불참하며 회사 경영에는 일체 참여하지 않았다. 형인 전인장 씨의 부재를 틈타 전인성 씨가 다시 삼양식품으로 복귀해 유통 등 부분을 분할할 가능성도 비춰진다.

전윤중 전 명예회장의 차녀 전문경 삼양USA 대표에게는 삼양식품의 미주 내 식품 독점 유통권을 물려줬다. 전윤중 회장이 사망한 뒤 전인장 회장은 미국 유통권을 두고 전문경 대표와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이와같은 전인장 회장의 회사 독점 소유욕이 전인성 씨를 자극한 것일 수 잇다는 추정이다.

 

형 부재 속 공정위 규제 피하기 위한 동생의 주식 살신성인

마지막으로 전인성 씨의 주식 매도가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규제를 피하기 위함이라는 가능성 높은 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

삼양식품에 '일감몰아주기'는 떼기 힘든 수식어 중 하나다. 삼양식품은 2014년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휩싸이며 26억 과징금을 물었으며 2018년에는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삼양식품은 삼양내츄럴스부터 삼양프루웰, 삼양로지스틱스, 삼양목장, 삼양베이커탱크터미널, 삼양제주우유, 삼양제분 등 10개의 비상장 계열사를 두고 있다.

계열사들 중 삼양제주우유는 2019년 115억 8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그중 17%인 19억 8700만 원이 삼양식품과 내부거래로 발생한 매출이다.

공정위가 발표한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자산규모 5조 원 이상인 기업 중 상장사의 경우 오너가 주식 지분이 30%가 넘는 곳이 대상이다. 규정에 따르면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 이상이거나 전체 매출의 12% 이상이 내부거래에 따른 매출인 경우 공정위 제지를 받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오너가 지분이 46.11%인 삼양식품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오너가 지분을 낮추고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기준 삼양식품 자산 총계는 4959억 1000만 원이며 비상장 계열사들의 자산을 합해도 5조 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자산 규모가 5조 원 이하인 삼양식품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해당되지 못한다.

반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2019년 취임식에서 "대기업 집단뿐 아니라 자산총액 5조 원 이하 중견 집단의 부당한 거래 행태도 꾸준히 감시하고 제재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어 삼양식품도 충분히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삼양식품 측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전인성 씨는 회사 경영에 전혀 참여하고 있지 않으신 분이라 주식 매도 사유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고 답했다.

삼양식품은 코로나19 여파와 각종 비리 문제에도 불구하고 2020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563억 원, 영업이익 266억 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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