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일제히 사장으로 승진한 GS그룹 오너 4세의 경영 행보가 거침없다.

오너 3세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GS그룹으로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4세 경영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에 응답하듯 4세들의 신사업 광폭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것.

이 중 그룹 장손 허준홍 GS칼텍스 전 부사장이 계열사 삼양통상으로 옮겨가면서, 4세 경영은 사촌지간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과 허윤홍 GS건설 사장 2파전으로 굳어졌다.

두 회사 모두 그룹 주력 계열사인 만큼 이들의 신사업 행보가 곧 그룹 전체의 미래를 좌우하게 되는 가운데, 경쟁구도 속 경영능력평가의 승기를 잡게 될 이는 누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왼쪽)과 허윤홍 GS건설 사장(오른쪽)이 4세 경영 행보를 걷고 있다. 사진 뉴스락 DB.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왼쪽)과 허윤홍 GS건설 사장(오른쪽)이 4세 경영 행보를 걷고 있다. 사진 뉴스락 DB.
◆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미래형 주유소·모빌리티 신사업 적극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GS그룹 4세 중 가장 연장자(1969년생)로, 2006년 GS칼텍스 싱가포르 법인에 입사하며 일찌감치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월부터 공식적으로 사장직을 맡게 된 허 사장은 정유 부문에 주력했던 회사의 성향을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다방면에서 영토 확장에 나섰다.

취임 직후부터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발맞추기 위해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 ‘미래형 에너지-모빌리티 융복합 스테이션’ 조성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 등과 손잡았다.

이같은 투자는 지난 5월 기준 전국 37개 주유소 및 LPG충전소에 41기의 100kw 급속충전기를 설치·운영하는 결실로 이어졌다. 5월 말에는 서울 강동구 소재 주유소·LPG충전소 부지에 첫 수소충전소를 준공, 융복합 에너지 스테이션 구축에 성공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유소를 급유만 하는 곳이 아닌 물류 서비스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지난 4월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와 손잡고 인천시 중구 소재 인천물류센터에서 유류 샘플 드론 배송 시연 행사를 개최했다. 이는 6월 제주도 주유소 드론 배송 시연 행사로 이어졌다.

물류 차량 진입이 용이한 주유소를 드론 배송 거점으로 활용해 택배 서비스와 유류 자원, 구호 물품까지 전달할 수 있는 미래형 주유소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산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스마트공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네이버 클라우드를 통해 전기차 충전 및 결제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 구축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여수공장 생산시설 가동을 위한 연료인 저유황 중유(LSFO: Low Sulfur Fuel Oil)를 공정 개선작업을 통해 액화천연가스(LNG)로 전량 대체하는 등 친환경 경영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역량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 허윤홍 GS건설 사장, 건설+신사업 접목한 광폭 행보…실적 증명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GS건설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2005년부터 쌓아온 경력을 토대로 신사업추진실장 재직 당시 그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만 40세의 나이로 사장 자리에 올랐다. 

허 사장은 취임 이전부터 추진했던 미국·유럽의 선진 모듈러 3사 인수를 지난해 마무리 짓고, 해외 모듈러 시장 진출에 본격 나서면서 주택사업에 집중돼 있던 회사의 사업 영역을 폭넓히기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골조·전기·배선·현관문 등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미리 만든 뒤 이를 현장에 옮겨 레고처럼 조립하는 방식인 모듈러 공법은, 그동안 건설인력 확보가 어렵고 임금이 비싼 선진국 위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국내시장도 건설인력 고령화, 임금 상승 등 환경 변화로 점차 모듈러 공법의 필요성 및 수요가 증가하고, GS건설의 주택건축기술을 토대로 해외 모듈러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수 있다는 허 사장의 판단에 따라 신사업으로 추진하게 됐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실내장식·내장목공업 △조립식 욕실·욕실제품 제조·판매·보수 유지관리업의 신사업을 정관에 추가하며 인테리어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사업을 통해 임대업의 범위를 데이터센터로 확대하기도 했다. 빌딩·건물 임대업과 동일하게 데이터센터 내 공간이나 서버 등을 일정 비용을 받고 빌려주는 사업이지만, 단순 시공·임대를 넘어 투자·운영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인도에서 나온 사업비 약 22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에 참여해 지분을 49% 보유했고, 해수담수화 상용화 연구와 2차전지에서 니켈, 망간, 코발트, 리튬 등 핵심 소재를 회수하는 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추진 중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10일에는 부산시가 추진 중인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참여, 고도의 수(水) 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바닷물 오염물질을 정화해 깨끗한 바닷물로 청정 해산물을 생산하는 '스마트양식 신사업'에  GS건설이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 이목을 끌기도했다.

그 결과 GS건설 2분기 실적 중 신사업 부문 매출액은 유럽 모듈러 업체 인수 실적이 반영되면서 전년 대비 85% 증가한 2350억원을 기록했다.

허 사장의 장점을 살린 행보가 어느 정도 실적으로 증명된 것이라는 업계의 고무적 평가가 나온다. 

◆ 정해진 것 없는 4세 승계 대결, 신사업 통해 증명해야

비슷한 시기에 사장으로 승진한 후 '같은 듯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GS 오너 4세를 바라보는 재계 시각은 흥미롭다.

아직 3세 경영이 이어지고 있고 4세 행보가 이제 막 시작됐지만, 미래지향적으로 바라볼 때 이들의 최근 행보가 향후 그룹을 이끌어갈 승계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그룹 초대 회장을 맡아온 허창수 회장의 아들 허윤홍 사장이 직속 승계자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그룹 장손 허준홍 전 부사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차손인 허세홍 사장이 사실상 현재 그룹 내 가장 높은 서열인데다가, 최근 거침없는 신사업 행보를 보이고 있어 승계 구도에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

현 그룹 회장인 허태수 회장 역시 체질 개선과 혁신 성과를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GS그룹 특성상 무조건 장손에게 승계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능력을 잣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이들의 행보에 그룹의 미래가 달렸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허세홍 사장의 아버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올해 초 GS건설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등 노선을 확실히 하면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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