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허윤홍 GS건설 신사업부문 사장의 파격 행보에 재계 관심이 모인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GS건설 회장의 장남 허윤홍 사장은 지난해 말 사장직에 오르며 GS 4세 경영 시대를 본격화했다.

신사업추진실장 시절부터 쌓아온 자신의 노하우를 토대로 사장 승진 이후 더욱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해외 모듈러 기업 인수에 이어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실내장식·내장목공업 △조립식 욕실·욕실제품 제조·판매·보수 유지관리업의 신사업을 정관에 추가하며 인테리어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밖에 데이터센터 구축사업, 친환경·에너지 사업,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사업, 휴게소·주차장 사업 등 업종을 막론하고 다방면에서 사업 다각화에 사활을 걸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 등 주변환경이 녹록치 않은 시점에서 다방면으로 뻗어나간 사업의 성과가 나타나지 못할 경우, 리스크를 안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업계 내에서도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뉴스락 팩트오픈] 'GS 오너4세' 허세홍 vs 허윤홍, 경영 시험대서 최종 승리자는 누가 (클릭)

사진 뉴스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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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윤홍 표' 파격 행보 '주목'...건설업 넘어 미래성장동력 엔진 발굴 총력

허 사장은 신사업추진실장 시절부터 추진했던 미국·유럽 등 선진 모듈러 3사 인수 중 폴란드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회사 '단우드'社와, 영국 철골 모듈러 전문회사 '엘리먼츠'社 인수를 마쳤다. 공개된 단우드사의 인수대금은 18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사장은 이번 인수를 통해 해외 모듈러 시장 본격 진출을 알리면서 주택사업에 집중돼 있던 사업 범위를 확장했다.

골조·전기·배선·현관문 등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미리 만든 뒤 이를 현장에 옮겨 레고처럼 조립하는 방식인 모듈러 공법은, 그동안 건설인력 확보가 어렵고 임금이 비싼 선진국 위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국내시장도 건설인력 고령화, 임금 상승 등 환경 변화로 점차 모듈러 공법의 필요성 및 수요가 증가하고, GS건설의 주택건축기술을 토대로 해외 모듈러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수 있다는 허 사장의 판단에 따라 신사업으로 추진하게 됐다.

또,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사업을 통해 임대업의 범위를 데이터센터로 확대했다. 빌딩·건물 임대업과 동일하게 데이터센터 내 공간이나 서버 등을 일정 비용을 받고 빌려주는 사업이지만, 단순 시공·임대를 넘어 투자·운영까지 계획하고 있다. GS건설이 토지를 출자하고, 지난해 설립한 자산운용 계열사 지베스코가 건설 자금을 확보하며, IT는 클라우드 업체에 위탁하는 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이어 인도 현지 태양광 개발사업에 진출, 민자발전사업(IPP) 디벨로퍼로서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에 발전용량 기준 300㎿급 태양광 발전소를 개발할 예정이다.

IPP는 민간업체(건설사)가 발전소를 짓고 일정 기간 발전소를 운영하며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사업비는 총 2200억여원이 투입되며 GS건설은 해당 디벨로퍼의 지분 49%를 보유하게 됐다.

또,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차세대 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추진 중이다. GS건설은 지난 1월, 포항 영일만4 일반산업 단지 내 재활용 규제자유특구의 약 12만㎡(약 3만6000평) 규모의 부지에 2차전지의 재활용 및 관련 사업을 위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1차로 2022년까지 약 1000억원을 투자해, 2차 전지에서 연간 4500t의 니켈, 코발트, 리튬, 망간 등의 유가금속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2차 투자로 연간 1만여t 규모로 사업을 확대하고, 전후방 산업으로 진출한다.

수(水) 처리 관련 사업 투자도 감행했다. GS건설은 지난 5월부터 세계 수 처리 선진 시장인 싱가포르 수자원공사와 손잡고 해수 담수화 신재생에너지 기술 상용화를 위한 공동연구를 시작한 상태다.

연구 기간은 2020년 5월부터 2023년 4월까지이며, 공동연구에는 GS건설과 함께 담수 플랜트 계열사 GS이니마,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민대, 고려대 등이 참여한다.

이 같은 기술 연구를 바탕으로 GS건설은 지난달 10일 부산시가 추진 중인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참여, 바닷물 오염물질을 정화해 깨끗한 바닷물로 청정 해산물을 생산하는 스마트양식 신사업까지 진출했다.

스마트양식은 정보통신(ICT)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양식산업으로 첨단 수 처리 기술이 핵심이다. 육상에 지어지고 폐쇄순환식 구조이기 때문에 해수를 정화해 양식에 최적화된 물을 제공하고 양식장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처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한 양식수조 내부에서는 청정한 양식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청소 등의 작업에 환경 및 ICT 기술이 적용된다.

GS건설은 자체 보유 기술을 토대로, 부산시 기장군 부경대학교 수산과학연구소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사업 6만7320㎡ 규모 부지 안에 스마트양식 테스트베드를 오는 2022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기존 진출 사업 확대에도 열을 올린다.

이미 GS파크24 등 계열사가 주차장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가운데, 휴게소 사업으로까지 진출하는 것.

지난해 11월 상장한 GS건설 자회사 자이S&D는, 서울문산고속도로주식회사와 고양휴게소 운영권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11월부터 30년간 운영할 예정이다.

그동안 자이S&D가 수원∼광명, 광주∼원주(제2영동), 옥산∼오창 고속도로의 요금 징수·시설관리·순찰 등 전반적 인프라 운영관리 업무를 수행해오기는 했지만, 휴게소 사업 진출은 처음이어서 업계 이목을 끈다. 

자이S&D는 휴게소 사업의 확장은 물론, 주차장 사업 등 사업 다각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광범위한 신사업 확대는 어느 정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GS건설의 2분기 실적 중 신사업 부문은 올해 초 인수한 유럽 모듈러 업체의 실적이 반영되면서 전년 동기 1270억여원 대비 85% 증가한 2350억여원을 기록했다. 1분기 신사업 매출 903억원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 국내외 건설-플랜트업황 '침체', 코로나19 속 리스크 여전...."신사업 실패시 부담 배가 우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는 행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하나의 업종만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좁은 영토와 제한된 자원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건설업 전성기는 어느 정도 지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점들을 미루어 볼 때, 신사업추진실을 신사업본부로 승격시키면서까지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는 허 사장의 행보는 업계 내에서도 빠른 변화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업황이 녹록치 않은데다가, 소위 '문어발식' 확장의 약점을 고려할 때 다소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본업이자 캐시카우가 돼야 할 국내외 주택-건설(플랜트)사업 자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국내 주택 시장의 상황이 여전히 녹록치 않다.

특히 지난달 29일부터 시행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주택시장 위축이 더 우려되고 있다. 해당 제도는 투기과열지구 등 상한제 적용 지역에 주변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하고, 나머지를 국고로 환수하는 내용이 골자다.

분양가 인하를 목적으로 하는 이 사업은 건설사와 조합 입장에선 반갑지 않다. 분양가 인하가 곧 수익성 감소로 이어지고, 정비사업 주체인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증가하는 분담금과 일반분양 수익 저하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사업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GS건설의 경우, 이러한 재건축·재개발 사업 차질이 바로 매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해 매출 10조4000억원·영업익 7660억원을 기록(-21%·-28% 감소)하며 영업익 '1조 클럽'에 들지 못한 GS건설은, 올해 1분기 역시 매출 2조4410억원·영업익1710억원을 기록(-6.2%·-10.5% 감소)하며 주춤했다.

2분기도 매출 2조5470억원·영업익 16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7%, -19.8% 감소했다.

해외 부문에서 특히 플랜트가 매출액 25% 상당 감소한 영향이 컸다. 2분기를 포함한 상반기 매출은 4조9888억원, 영업이익 3362억원이다.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15.4% 감소했다.

물론 같은 기간 신규 수주가 4조686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17.9% 상승한 점, 모듈러 기업 인수에 따른 신사업 실적 반영으로 영업이익률이 상반기 6% 후반대를 기록한 점에서 고무적이나, 국내 부동산 규제 강화와 더불어 코로나19 리스크가 글로벌로 확산됨에 따라 이 같은 악재가 하반기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현장에서는 GS건설을 포함한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참여하고 있는 이라크 카르발라 지역 건설현장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함에 따라 인력 송환 및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카르발라 현장은 도급액 2조5604억원에 달해 GS건설이 진행 중인 해외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건설 중단으로 약 1200억원의 추가 비용이 일시적으로 반영돼 플랜트부문 원가율이 111.2%까지 상승한 상황에서, 하반기에도 해외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재무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도 해외 플랜트 매출액은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 부문 실적에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허 사장 입장에선 공교롭게도 자신이 사장 승진한 직후부터 실적과 주변환경이 녹록치 않은 것에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 시작 단계라곤 하나 신사업 매출 비중이 전체 실적 중 7%대에 불과하고, 주력 사업의 업황이 녹록치 않을 때 신사업이 혹여나 실패할 경우 재무부담이 두 배로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가 공개한 2019년도 종합건설업 경영상태 평균비율에 따르면, 전국 종합건설업의 부채비율 평균은 110.3%다. 

2분기 GS건설의 부채비율은 185% 수준으로 평균치를 웃돈다. 재무건전성은 중간등급으로 평가됐다.

아울러 근본적으로는 신사업 자체의 리스크도 해소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의 고층 철골 모듈러 전문기업 스카이스톤 인수절차가 보류되고 있다. 해외 모듈러 3사 인수 건은 허 사장이 대외적으로 가장 내세웠던 신사업이기도 하다.

GS건설은 폴란도 단우드사, 영국 엘리먼츠사 인수 이후 미국 스카이스톤 인수 건을 올 2월까지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아직 보류된 상태다.

당초 허 사장은 이들 3개사 인수로 미국·유럽 모듈러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스카이스톤 인수 보류로 일정이 연쇄·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GS건설은 국내외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코로나 악재까지 더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고전이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젊은 오너4세 체제에서 무리한 신사업 진출은 재무부담 등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갓 지휘봉을 잡은 젊은 오너가 자신의 경영능력을 보여주고 인증받기 위한 행보 차원일 수도 있지만 현재의 회사 사정을 고려할때 숙고하는 자세와 내부 견제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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