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가운데)과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좌),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우). 사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제공 [뉴스락]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가운데)과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좌),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우). 사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제공 [뉴스락]

[뉴스락]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지분 승계를 둘러싸고 그동안 침묵해온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입장을 밝히면서 형제·남매간 갈등이 본격화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조현식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누나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제기한 성년후견(노령·장애·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에게 후견인을 선임)심판 절차에 동참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서 조양래 회장은 지난 6월 차남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 전량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조현범 사장은 기존 지분 19.31%와 합쳐 42.90%로 최대주주가 됐다. 조현식 부회장 19.32%, 차녀 조희원씨 10.82%, 조희경 이사장 0.83% 순이 됐다.

재계에서도 장남이 아닌 차남에게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지주회사 회장이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은 사실상 경영권 승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 달 뒤 조희경 이사장이 서울가정법원에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행동이 자발적이었는지 판단하기 위해 성년후견심판을 신청했고, 조현식 부회장이 이에 동참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조현식 부회장은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조희경 이사장의 성년후견심판 청구 이후 많은 고민을 했지만, 회장님 건강 상태에 대해 주변에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회장님의 최근 결정들이 회장님 측근으로부터 제공된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현식 부회장은 이어 “회장님의 건강 상태에 대한 논란은 본인뿐 아니라 그룹, 주주, 임직원의 이익을 위해서도 법적 절차 내에서 전문가 의견에 따라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성년후견심판 청구 절차에 가족 일원으로서 참여할 예정”이라며 “그룹 대표이사이자 집안의 장남으로서 가족 문제로 주주 및 임직원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말했다.

조희경 이사장 측은 “조현식 부회장의 결정은 조희경 이사장과 충분히 논의 끝에 내린 결정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버지의 뜻에 반하거나 형제간 다툼을 하기 위한 결정이 아닌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최대한 조용히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현범 사장 측 역시 가족 간의 다툼으로 비화되는 것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럼에도 “회장님의 건강 상태엔 이상이 없고, 숙고 끝에 최대주주를 결정하신 것”이라고 말해 형제·남매간 입장 차이를 쉽게 좁히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산업 전반에 악재가 드리운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를 놓고 갈등이 촉발되는 것은 오너 일가 구성원 모두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양래 회장이 직접 나서서 형제·남매간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1.8% 감소한 1757억원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3.7%나 감소한 99억원을 기록하며 코로나19發 타이어 수요 감소의 영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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