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 LG화학 제공 [뉴스락]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 LG화학 제공 [뉴스락]

[뉴스락] 한 차례 제기됐던 LG화학의 전지사업부문 분사설이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번엔 주변 상황이 다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전지사업부문 분사를 두고 그룹 최고경영진 선에서 논의한 끝에 연내 또는 내년 4월 이내 분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유수 매체를 통해 LG화학이 올해 7월 전지사업본부 분사를 목표로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해 7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석유화학 사업 의존도를 2024년까지 전체 매출의 30%대로 낮추고 전지사업 비중을 50%(약 31조원)까지 높이겠다”고 공언한 데다가, 실제로 2017년 4조5605억원이었던 전지사업부 매출이 2019년 8조3502억원으로 2배 가량 뛰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승세임은 분명했음에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지난해 전지사업부 영업이익은 오히려 2017년 288억원 대비 감소한 –4543억원이었다.

게다가 올해 코로나19 사태까지 발발하면서 업계 전망이 밝지 않아 분사설은 종식됐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LG화학은 올해 3월 처음으로 월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세계 1위(24.6%)에 오른 후 지난 8월까지 5개월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전기차 1위 미국 테슬라를 비롯해 폴크스바겐, 현대자동차, BMW, GM, 벤츠, 포르쉐, 포드 등 세계 주요 완성차업체 대부분이 LG화학의 배터리를 납품받아왔기 때문이었다.

실적도 이를 증명했다. 올해 상반기 LG화학의 전지사업부문은 매출 5조839억원, 영업이익은 1555억원으로, 2017년 2분기(288억원) ‘반짝 흑자’를 제외하고 22년 만에 처음으로 두드러지는 실적을 냈다.

전체 매출 중 석유화학(28.6%) 부문을 제치고 38.2%라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신학철 부회장의 계획대로 진행되는 수순이다.

변화한 상황 속에서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가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배터리 사업 분사와 관련해 사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하면서, 분사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분사 후 상장을 하기에도 ‘적기’라는 평가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업 대부분이 상장 일정을 미루고 있어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가운데 유망 업종에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카카오게임즈 공모주에 역대 최다 증거금인 58조원이 몰린 것이 이를 대변한다.

배터리 점유율 1위를 이어가는 동안 상장을 통해 몸집을 키워야만 중국 등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점도 LG화학 분사 계획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분사설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이며, 구체적인 계획과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상황이나 LG화학의 상승세를 미뤄봤을 때 현재가 분사를 준비하기 알맞은 시기”라며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에서 어느 정도 승기를 잡은 점도 하나의 리스크를 덜어낸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영업비밀 침해, 특허 침해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LG화학-SK이노베이션간의 소송전은, 지난 2월 미국 ITC가 영업비밀 침해 관련 SK이노베이션 측의 조기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LG화학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오는 10월 5일 최종 판결이 내려지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조기패소 판결에 불복하는 항소를 제기하고, LG화학과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LG화학이 어느 정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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