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경동나비엔 [뉴스락]
사진=손연호 경동나비엔그룹 회장 [뉴스락]

[뉴스락] 보일러업계 1위 경동나비엔이 경동전자와 합병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 뒷말이 일고 있다.

그동안 경동나비엔은 일감몰아주기 관련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는데, 이번 합병을 통해 이를 희석시키기 위함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경동나비엔은 자회사 경동전자와 흡수합병을 결정하고 오는 11월1일 합병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동나비엔은 합병 이유로 사물인터넷(loT)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전자기업으로 전환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며 시대의 흐름을 고려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경동전자는 지난해 1월 경동나비엔그룹의 지주사인 경동원이 자사 네트워크사업부문 일체를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로 설립 1년 6개월 만에 경동나비엔과 다시 합병하게 됐다.

경동나비엔이 이번 합병에 대해 '시대의 흐름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음에도 재계 일각에서는 말들이 많다. 

특히, 경동전자의 경우 그동안 경동나비엔과 내부 거래를 통해 매출을 올려와 '부당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등 논란과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 결정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중견그룹 일감몰아주기 제재 강화 움직임과 맥이 닿아있다고 본다. 

경동전자는 지난해 1월 신설 분할된 이후 그해 매출액 829억 원, 영업이익 59억 원을 기록했록했는데, 이 중 767억 원을 경동나비엔과의 내부 거래를 통해 달성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약 92%에 달한다. 

경동나비엔의 아낌없는 지원을 등에 업은 경동전자는 신설 분할될 당시 순자산 평가액이 약 35억 5000만 원이었던 것이 불과 1년 반만에 약 78억 원, 두 배이상 뛰어올랐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경동나비엔과 합병에서 고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상장사 경동나비엔은  이번 합병가액 5만4785원으로 평균 주가가 산출돼 1대 2.1 비율로 합병이 결정했는데, 비상장사 경동전자의 합병가액은 11만8503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경동나비엔의 매출액은 7742억 원, 영업이익은 448억 원이다.

사실 경동전자가 지난해 초 경동원에서 분리될 시점에서도 뒷말이 돌았다. 경동원은 자회사 경동나비엔과 내부거래가 상당했기 때문.

2017년 기준 경동나비엔과의 내부거래를 1688억원의 매출고를 올렸다. 이는 총 매출 2611억 원 중 64%에 해당한다. 

2018년 역시 경동원은 연간 총 매출 2654억 원 중 68%인 1812억 원을 경동나비엔과 내부거래를 통해 창출했다.

때문에 당시 내부거래 의혹과 논란이 제기되자 경동원이 경동전자를 분리시키므로써 내부거래 비중을 대폭 낮추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업계 분석은 적중했다. 지난해 경동원은 경동나비엔과의 내부거래 매출액이 751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전년 대비 1000억원 이상이 줄어든 셈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줄어든 금액만큼보다는 못하지만, 경동원에서 떨어져 나온 경동전자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보존'하고 있었던 셈이다. 

즉, 경동나비엔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경동원에서 경동전자로 단지 옮아갔을 뿐 실제론 크게 줄지 않았던 것.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도 눈여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불과 1년 반만에 경동나비엔과 경동전자의 합병은 공정위의 사정칼날만을 피하기 위한 단지 그 이유 하나때문만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먼저 공정위의 칼날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측면에서는 최근 정치권을 비롯 시민단체 등에서 대기업(중견기업 포함) 오너일가가 보유한 간접지분까지도 상장사의 경우 30%, 비상장사의 경우 20%가 넘으면 내부거래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야한다는 의견들이 등장한다.

경동나비엔과 경동전자의 경우 손연호 회장의 직접 보유 지분은 매우 낮은 편이지만, 지주사 경동원의 지분구조를 놓고보면 달라진다. 

경동원은 손 회장(27.4%)을 비롯한 형 손경호 경동도시가스그룹 회장, 동생 손달호 경동에너지 회장 등 오너일가 친인척의 간접 지분율은 90% 이상에 달한다.  

따라서 지난해 '비상장' 경동전자와 '상장' 경동나비엔 내부거래 비중이 90% 이상 달해 오너일가 간접지분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 될 경우 사정칼날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판단,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번 합병을 통해 손연호 회장의 지배력은 한층 강화됐다는 시각이다.  

경동나비엔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이번 합병을 통해 손 회장이 개인 보유한 경동나비엔의 지분율은 1.01%에서 0.95%로 미세하게 낮아졌지만, 경동나비엔의 최대주주 경동원이 보유한 지분율은 50.51%에서 53.65% 소폭 증가했다. 

결국, 일각에서는 손 회장 일가는 경동전자를 분할과 합병의 과정을 거쳐 증여세(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등 세부담을 줄이면서 지주사 경동원을 통해 상장사 경동나비엔의 지배력을 강화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뉴스락>과 통화에서 "최근 스마트 산업이 확산되며 부품에 대한 중요성 역시 커졌다"며 "보일러 시장의 경우 규모가 크지 않고 성장성마저 제한된 상황에서 기술력을 갖춘 협력업체를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 한 것이 현실"이라고 경동나비엔과 경동전자의 합병이 필수불가결한 결정이었음을 설명했다.

이어 "경동나비엔은 경쟁력을 확보해야하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한 해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으며 이번 합병 역시 관계사 간 거래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내부적으로 R&D 투자를 진행하고 생산을 위탁하는 등 아웃소싱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