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들이 성비위 사건 등 내부에서 발생한 직원들의 비위행위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데 그쳤다는 지적들이 이어졌다. 심지어 성추행 등으로 해임된 직원에 퇴직금 전액을 지급한 건도 있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이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기술보증기금, ‘3번 성희롱’ 직원 처벌은 정직 6개월

성희롱을 3번이나 일으킨 기술보증기금 직원이 ‘정직 6개월’ 처분에 그치며 내년 1월 복귀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술보증기금은 지난 2018년 2월 여직원들을 상대로 집합교육을 실시했는데 교육 후, 여직원들이 직원 A씨로부터 2000년, 2013년, 2015년 각각 성희롱을 당했다는 제보가 감사실로 접수됐다.

당초 기술보증기금은 A씨에 대해 직장내 성희롱으로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질서를 문란케했다는 이유로 면직처분했다.

하지만 당시 기술보증기금의 성희롱 징계 규정 최고 수위가 정직으로 돼 있어 A씨는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했고 A씨는 이를 인정받아 복직하게됐다. 이에 기술보증기금은 행정소송을 제소했으나 패소했으며 A씨는 재징계 의결에 따라 정직 6개월 처분을 받고 내년 1월 복직할 예정이다.

문제는 당초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16년 12월 기술보증기금에 공직유관단체의 성범죄‧음주운전 징계 실효성을 공무원 징계수준으로 신설하거나 보완할 것을 권고했다는 것이다.

기술보증기금은 관련 공문을 전달받고도 징계 양정기준을 보완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 10월 실시된 중소벤처기업부의 감사가 이뤄진 이후에야 이를 보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27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A씨에게 구체적인 해고 사유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고 인사권을 가진 대표이사나 직무대행이 아닌 인사부장의 명의로 ‘징계사유 및 위반규정’ 문서를 발송했다.

이에 서면으로 해고사유를 통지한 것으로 볼 수 없어 기술보증금은 결국 효력이 없는 것으로 행정심판 판결을 받았다.

이동주 의원은 “기술보증기금의 안일한 판단과 규정 미비가 결국 내부 성비위가 용인되는 조직 분위기를 만든 것”이라며 “피해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내부 성희롱 재발방지를 위한 엄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보증기금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해당 직원을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소송까지 한 것을 봐서 예정대로 복직하지 않을까 싶다”며 “피해자들이 현재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복직이 예정된 직원과 최대한 마주치지 않게 인사발령으로 조치를 할 것이며 기존에 실시해온 양성평등‧성인지 교육 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문제 관련해서 고충상담원 제도를 신설해 문제 발생 시 직원들이 이에 대해 상담하고 에로사항 등을 전달할 수 있게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반발은 없었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알 수가 없다”며 “해당 사항에 대해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2차‧3차 가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공단, 성희롱 징계 강화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국민연금공단에 대해서는 징계 종류를 신설하는 등 성희롱 징계 기준을 강화했지만, 성비위 사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 자체감사로 지난 4년간(2017~2020년 7월) 신분상조치 징계를 받은 직원은 대마흡입 4명을 포함해 총 57명(파면 3명, 해임 7명, 정직 10명, 감봉 19명, 견책 1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3월 ‘러브샷’, ‘손등 뽀뽀’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모지사 가입지원본부장에 대해 ‘정직 3개월’ 징계처분을 내리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해당 가해자는 부서 자체 성희롱·성폭력 예방 점검 및 교육 등을 수행하는 성희롱 고충 상담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018년 10월18일 성 관련 비위행위 근절을 위해 징계 종류에 ‘강등’을 신설하는 등 성희롱 징계 기준을 강화한 바 있다.

이밖에도 국민연금공단에서는 지난 9월 동료 여직원의 치마 속 등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검찰에 송치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성비위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성 의원은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금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의 일탈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며 “공단의 근본적 쇄신 대책들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14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성 비위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공직에서 배제하도록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2차 피해 방지도 중요하므로 피해가 발생하면 가해자를 즉각 분리조치하는 동시에 피해자에 심리치료·법률지원 서비스 등을 통해 적극 보호하겠다”라고 밝혔다.

◆국토위 소관 공공기관들, 성추행 등으로 파면·해임된 직원에 퇴직금 전액 지급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관 공공기관들이 각종 비위행위로 파면·해임되거나 금고이상 형을 받은 임직원에게 퇴직금을 전액 지급하는 등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소관 공공기관 25개 중 파면·해임 임직원이 있는 21개 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파면·해임 임직원은 총 151명으로 이들에게 총 57억9947만원 규모의 퇴직금이 지급됐으며 이 중 106명에게는 감액없이 전액 지급된 것으로 밝혀졌다.

감액 지급된 파면·해임 임직원은 45명으로 1인당 평균 11.4% 감액된 것에 그쳐 감액 규모 또한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관별로는 한국철도공사 및 5개 자회사는 파면·해임 인원 50명에게 총 10억4700여만원 규모의 퇴직금을 전액 지급했으며 수서고속철도를 운영하는 ㈜SR, 한국공항공사, 한국건설관리공사 등 총 14개 기관이 파면·해임된 임직원에게 퇴직금을 전액 지급했다.

아울러 한국국토정보공사 직원이 성추행으로 해임됐음에도 불구하고 1억6500만원 상당의 퇴직금을 전액 수령해 조사 기관 중 가장 많은 퇴직금을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 째로는 뇌물수수로 파면된 국가철도공단 직원으로 1억5950만원 전액 수령했다.

이에 대해 김상훈 의원은 “공공기관 임직원 퇴직금과 관련된 규정은 법률이 아닌 회사별 내규에 규정돼 있는데 사내 ‘온정주의’로 인해 퇴직금 감액규정이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공무원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파면되면 재직기간에 따라 최대 50%까지 퇴직급여를 감액한다”며 “공공기관도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영역에 있기 때문에 공무원과 같은 퇴직금 지급 규정을 법률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위행위로 공공기관이 손해를 입었을 때 해당 임직원을 상대로 의무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퇴직금 누진제가 있었을 당시 기준으로는 해당 직원의 퇴직금 감액이 가능했지만, 누진제가 폐지되면서 감액이 불가능해졌다”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사내급여 규정에 징계를 받아 파면된 경우 퇴직금의 2분의 1감액, 해임된 경우에는 4분의 1을 감액하는 등 관련 내부 규정은 있다”며 “다만, 규정보다 상위 법인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최저액을 미달하는 경우, 퇴직금 최저액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어 감액이 안된 경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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