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중고차 매매 시장에 대기업의 유입이라는 큰 변동이 생길 전망이다.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현대자동차(대표 정의선)는 중고차 시장 진출 의사를 밝혔다. 제조사에서 직접 중고차 시장에 들어온다는 소식에 중고차 매매 시장 관계자는 물론 소비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차후 계획 발표는 아직 없었기 때문에 현대차의 움직임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유입이라는 날벼락을 맞은 현 중고차 매매 시장의 입장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판단해 <뉴스락>이 직접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뉴스락>은 지해성 한국자동차매매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을 만나 조합연합회의 의견과 입장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해성 한국자동차매매조합연합회 사무국장. 사진 김재민 기자. [뉴스락]
지해성 한국자동차매매조합연합회 사무국장. 사진 김재민 기자. [뉴스락]
다음은 한국자동차매매조합연합회 지해성 사무국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 시장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의사에 협회 관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 시장에 들어온다고 밝힌 것은 모두 알고 있다. 발표 당시 매우 당혹스러웠다. 2019년 초까지 중고차 판매업은 중소기업 적합 업종이었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선정되면 해당 분야에 대기업은 진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기간이 만료되자마자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발표했다.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하고 중소기업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기한 만료 이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했다. 하지만 관계 기관인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지난해 11월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어떤 경위로 부적합하다 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확인을 위해 동반성장위원회에 의견서 공개를 요청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의견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원래 볼 수 없는 자료인지 모르지만 부적합한 이유를 알지 못해 다소 답답하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소비자 보호'와 '브랜드 가치'를 얘기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현재 중고차 시장이 시장 밖에서 어떤 이미지인지 알고 있다. 허위 매물이 많고 고장 난 차가 많으며 사기꾼이 많다는, 중고차 매매 관련 직업을 한다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을 알고 있다.

대부분 시장 외부에서 조직을 구성하고 조직으로 움직이는 사기로 발생한다. 사기꾼들은 매물이 많은 것처럼 보여야 하므로 판매가 완료된 상품도 판매 완료 고지를 않는다. 소비자도 게시된 가격으로 구입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건을 찾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사기 유형이다.

이렇게 발생한 사건이 신문, 언론, 인터넷 등으로 퍼지게 되고 일부에 불과하지만 부정적인 이미지가 부풀려져 중고차 매매 시장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게 된 것 같다.

그리고 현대차에서 이 부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진출 이유로 삼는 것이다.

현대차가 말한 소비자 보호는 허위매물과 차량 상태와 관련된 부분에서 소비자를 보호해주겠다는 의미인데, 이미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 조합연합회 홈페이지와 '자동차365' 사이트에 접속해 차량 번호만 입력하면 차량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만 홍보가 부족해 소비자가 모르는 게 현실이고 안타까울 뿐이다. 클릭 한 번으로 해당 매물이 실제 존재하는지, 매물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는데 사이트를 알고 있는 소비자가 많지 않은 것이 문제다. 국토부에 적극적인 홍보를 부탁했고 팜플렛 등 업체에 부착할 수 있는 홍보자료들이 왔지만 현장을 방문하기 이전에 소비자들이 알아야 하는데, 현장을 방문하지 않으면 해당 홍보자료를 볼 수 없어서 홍보 효과가 미비하다.

브랜드 가치 부분은 제조사로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 시장 관리를 하지 않아서 브랜드 이미지가 나쁜 것도 아니고 현재 신차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가 굳이 중고차 시장까지 확장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 시장에 진출하면 어떤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현대차에서 구체적인 진출 방향을 밝힌 것이 없어서 금전적 피해 정도를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현재 중고차 시장은 약 6천개의 업체와 5만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기업의 진입은 중소기업을 포함, 중소기업 종사자들까지 위협하는 행동이다. 현대차의 유입 이후 중고차 시장에 있는 사람들이 본인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 제일 크다.

또 제조사가 중고차 시장에 들어오는 건은 독과점을 더욱 가중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미 국내 신차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까지 접수한다면 현대차에서 신차를 팔고 중고차를 매입하고 그 중고차를 판매하는 운영 구조를 갖출 것이다. 결국 현대차의 독과점은 지금보다 심해질 것이다. 현재 제조사가 신차와 중고차 모두 판매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매우 드물다. 미국의 경우 법으로 이러한 독과점을 막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현대차가 들어온다는 것은 표면적으로 중고차의 퀄리티가 높아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제조사 관리보다 더 신뢰 가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조사는 협력 서비스 센터를 이용해서 검사·수리를 진행할 것이다. 이 부분에서 발생하는 인건비, 수리비 등은 중고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또 단순히 중고차 시장만 몰락하는 것이 아니라 중고차와 연관된 광택, 정비 등 주변 산업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국정감사에서 '상생'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상생 조건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부터 상생은 깨진 것이다. 아직 현대차가 향후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고차 시장에 언제 진출을 할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인지 아무것도 모른다. 이 상황에서 상생은 고려하기 이른 감이 있다.

상생 조건과 관련해 박영선 중기부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장관님은 무응답 했다.

상생과 관련해 '오픈 플랫폼'이 언급됐다. 하지만 오픈플랫폼은 사람 관점에 따라 기준과 의미가 달라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오픈플랫폼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정식 진출인지, 현대차가 단순 오픈플랫폼 운영으로 수익 없는 행동을 하려는 건지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긴 어렵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상생 대안 중 인증제도가 있다. 이는 미국에서 사용되는 방식으로 5,6년 미만 중고차를 제조사의 체크리스트에 맞춰 검사하고 판매하는 제도다. 5,6년 된 차량은 크게 검사, 수리하지 않아도 탈 수 있을 만큼 멀쩡하다. 인증제도는 겉보기엔 그럴싸하지만 내막은 소위 상급 상태의 중고차들을 독식하려는 행동이다. 그 이상의 연식 차량은 기존 중고차 업계에 준다는 것인데 오랜 연식 차량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 

지해성 한국자동차매매조합연합회 사무국장. 사진 김재민 기자. [뉴스락]
지해성 한국자동차매매조합연합회 사무국장. 사진 김재민 기자. [뉴스락]

중고차 매매 시장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선 여러 방면에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혹시 어떤 개선 계획이 있는가.

중고차 시장이 넓기 때문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막을 수 없지만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해왔다. 국토부와 계속해서 컨텍을 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법 개정과 입법 예고로 소비자보다 제도적 개선이 많았다. 

정부가 중고차 시장이 보다 투명해질 수 있도록 중고차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에 대한 홍보를 도와주길 바란다. 중고차 시장의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고, 매매종사원을 자격화 할 계획이 있다. 단순 자격증이지만 교육을 이수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고 매매종사원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직접적인 패널티를 가하고 일정 점수를 넘기면 자격을 박탈시키는 등 강력한 조치를 할 예정이다.

꾸준한 개선으로 중고차 시장을 중소기업이 이끌어갈 수 있는 분야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중고차 시장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변화의 움직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