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총괄 수석부회장. 뉴스락DB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뉴스락DB

[뉴스락]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하며 현대차그룹의 총수가 20년 만에 바뀌었다.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4차 산업혁명 대처라는 과제를 받은 그는,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변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젊은 피 수혈을 통한 보수적 조직문화 탈피, 업종간 초협력, 기술혁신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 회장에 대해 재계 안팎에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만 2년 만에 회장직에 오르게 된 것이 이를 대변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결함 등 품질 논란과 노조 문제, 지배구조 개편 등 부정적 평가도 산적해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로나19라는 악조건 속에서 회장으로 취임한 그에게 올해는 소위 ‘2년차 징크스’에 빠지지 않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뉴스락>은 2년을 넘긴 정의선 체제의 어제와 오늘을 되짚어보며 ‘명과 암’을 조명한다.

제네시스 GV80 출시 당시 모습. 사진 현대차 제공 [뉴스락]
제네시스 GV80 출시 당시 모습. 사진 현대차 제공 [뉴스락]
◆ ‘잇따른 결함’ 실망하는 민심…돌파구 찾기 안간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신차 매직’이 연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그만큼 줄을 잇고 있는 결함 문제는 현대차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이자 오랜 기간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악재 중 하나다.

디자인 인사 카드를 줄줄이 영입하고 야심차게 출시했던 소나타 DN8(센슈어스)은 지난 4월 냉간소음과 풍절음(주행 중 바람소리) 논란에 이어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장치 오류로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콜 조치됐다.

프리미엄 세단 브랜드 ‘제네시스 G90’은 소프트웨어 오류로 리콜을, 대형 SUV ‘제네시스GV80’은 스톱앤고 소프트웨어 오류 및 계기판 오류 등으로 국내 출시 이후 두 달 만에 두 번이나 리콜을 진행했다.

지난 3월말 출시한 제네시스 신형(3세대) G80에서는 앞서 대형 SUV모델 GV80에서 나타났던 차량 방전, 계기판 오류 등 문제와 더불어 핸들 잠김 문제, 조립 불량 등 다수의 결함이 발생했다는 차주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GV80의 경우, 가장 최근인 지난 9월 말에도 제조공정 과정 중 고압연료펌프에서 발생한 흠집으로 인해 내부에 이물질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연료 공급이 되지 않아 시동이 꺼질 가능성이 확인돼 8783대 리콜 조치를 실시했다.

뉴 그랜저 모델에서도 엔진오일이 비정상적으로 급격하게 감소한다는 제보가 이어졌으며, 급기야 정 회장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전기차 코나EV마저 지난 7일, 출시 후 14번째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서보신 현대차 생산품질담당 사장이 코나EV의 결함을 인정하고 즉각 리콜 및 업데이트 조치를 내렸지만, 앞서 3월 한 차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업데이트를 하고도 또다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과 반복되는 리콜·사고로 인해 소비자들의 품질 신뢰도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다.

결국 정 회장은 최근 엔진 품질 개선비용으로 총 3조3600억원(현대차 2조1000억원, 기아차 1조2600억원)을 3분기 실적에 충당금으로 반영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품질경영’ 되찾기에 나섰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전경. 사진 기아차 제공 [뉴스락]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전경. 사진 기아차 제공 [뉴스락]
◆ 기아차 노사 갈등 ing, 연이은 노조 일탈…노조 이미지 개선 시급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자동차업계 노사 갈등이 예상됐지만, 현대차 노조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임금 동결로 협상을 조기 종결했다. 고통의 시간을 함께 통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 회장 취임에 현대차 노조도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며 상호 협력관계 기조를 이어가고자 했다.

다만 정 회장이 2005년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기아차의 경우, 지난 15일 7차 본교섭 테이블을 열었지만 임금단체협상을 아직 마무리 짓지 못했다.

기아차 노조는 ▲전기차·수소차 파워트레인(구동계)를 기아차 공장에서 생산하게 해줄 것 ▲현대차 수준으로의 임금 인상 ▲노동 이사제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이를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아차 노조는 양재 사옥을 넘어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집회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들은 정 회장의 취임에 대해선 축하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그룹사 전체 노사 대표자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임금 등 당면한 문제 외에도 전기·수소 등 친환경차 생산 확대에 따른 향후 고용 안정도 현대·기아차 노사 전반에 걸친 숙제다.

기본적으로 전기차 부품수는 2만여개로 내연기관 차량에 탑재되는 부품보다 1만여개 적다. 민주노총은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이 구축될 경우 조립 및 의장 부문 인력 30%가 감소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장기간 내연기관 차량 조립 업무를 해온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에게 친환경차 관련 교육이 요구되거나, 생산라인 변동에 따른 대대적인 보직 이동, 인력 규모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편, 노조를 둘러싼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 역시 정 회장의 과제다. 강성 노조로 평가받고 있는 현대차 노조는 최근 도 넘은 일탈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부 생산 직원이 업무용으로 공급되는 와이파이망으로 작업 도중 유튜브를 시청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받았다. 당시 노조는 와이파이 공급을 끊은 사측과 대립하기도 했지만, 올 초 출범한 이상수 지부장 체제에서는 휴식시간에만 와이파이를 사용하며 쇄신에 나섰다.

이밖에도 현대차 내부감사를 통해 지난 7월 근무지 이탈, 조기 퇴근 등을 행한 직원 300명이 감봉 등 징계를 받았다.

울산공장 내에서 할당된 업무를 일부 직원에게 몰아주고 나머지 직원은 쉬는 ‘묶음 작업’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으며, 공장서 생산한 신차를 무단으로 ‘카풀’ 용도로 사용한 직원도 적발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고강도 내부감사로 출혈을 감내하고 있긴 하나, 소비자 입장에서 수많은 근무태만 적발사례와 최근 잇따른 결함이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정 회장 주도하에 적극적인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중고차시장 진출 선언, 업계 반발…대기업의 중소시장 잠식 논란

내비게이션 업체 인수, ‘디지털 키(Digital Key)’ 기반 대리운전 서비스(픽업 앤 대리) 및 탁송 서비스(픽업 앤 딜리버리) 등 이(異)업종에 투자를 해온 현대차는, 최근 본격 중고차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2013년 지정된 중고차 매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기간이 만료되고, 동반성장위원회가 이 업종의 생계형 적합업종 재지정에 대해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대기업인 현대차가 진출 의지를 천명한 것.

그동안 허위매물 등 기존 중고차시장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현대차의 ‘소비자 권익을 위해 진출한다’는 목적은 여론의 환영을 받고 있으나, 업계 내부 반발 심화와 함께 독과점이 우려되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곽태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장은 “중고차 매매업은 대기업진출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사업”이라며 “현재 케이카가 한 달에 200~250건을 판매하고 있는데 우리 회원사는 15~16대 정도에 불과해 매우 힘들다. 여기에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면 중고차 매집을 독과점하고 상생방안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현대차의 중소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중고차매매 사업자들은 이미 지난 9월 초부터 현대차 양재 사옥 등지에서 1인 시위 등 집회를 이어왔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보내는 등 강도 높은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여론이 기존 중고차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일부 이해하나, 이는 허위매물 등 시장 내 단속·제재 강화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 대기업에 의한 시장 잠식은 옳지 않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지해성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뉴스락>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신차 시장의 70%대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차가 중고차시장 이미지 개선, 가격 투명성 등을 운운하며 중소시장에 진입하려 하는데 이미 이 자체가 상생을 깨는 행동”이라며 “기존 시장의 부정적 이미지를 이용해 약 6000개 업체, 5만여 명의 인력들이 설 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출고 5년 내 차량 중심 판매 등 상생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역시 지난 8일 국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생 차원에서 캡을 씌우겠다고 하나 연식이 4~5년 된, 잘 팔리는 차를 팔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해성 사무국장은 “출고 5년 내 중고차량은 사실 큰 검사, 수리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멀쩡한 차량이 많고 소비자 선호도도 높다”며 “사실상 그 이상 연식의, 수리를 더 필요로 하는 차량 매물이 중소업체로 넘겨지게 되는데 소위 좋은 매물은 이미 현대차에서 다 팔기 때문에 이미지 차이는 갈수록 더욱 커진다. 이를 인증제도로 포장한 것뿐 진정한 상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의 최종 결정권이 중소기업벤처부에게 넘어온 상황에서,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시대가 변해 어느 한 쪽의 입장만 더는 들을 수 없다”며 조건부 허용을 암시했다.

이어 박 장관은 “중고차 업계와의 상생안을 도출하기 위해 정 회장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발언했다. 혼란을 겪고 있는 중고차시장 진출에 대해 정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회장으로 취임했다. 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뉴스락]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회장으로 취임했다. 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뉴스락]
◆ 2년 전 실패한 지배구조 개편, 이제는 해야…공정위 압박 눈치

수석부회장 체제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한 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는 정 회장은 취임 직후 빠른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받고 있다.

앞서 2018년 3월 정 회장(당시 수석부회장)은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과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를 통해 기존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정몽구·정의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글로비스·현대제철’로 단순하게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비율(6대4)을 놓고 주주들 사이에서 오너 일가에게 유리한 비율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에 미국 해지펀드 앨리엇을 비롯해 캐스팅보트였던 국민연금마저 난색을 표해 정 회장은 개선안을 철회, 전면 재검토에 돌입했다.

이후 2018년 10월 현대다이모스-현대파워텍 합병 등 계열사 구조개편은 서서히 진행됐지만, 정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현 시점까지 순환출자 구조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 수정안이 나오지 않아 향후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현대차에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압박을 가했던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의 기조를 조성욱 현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5대 그룹(삼성,현대차,SK,LG,롯데) 중 현대차만이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규 취임한 정 회장이 경영 승계를 매듭짓기 위해선 지배구조 개편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지배구조 개편과 지분 승계 등에서 발생하는 증여세 등 막대한 세금이 향후 걸림돌이 될 수 있어 빠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정 회장은 최근 “고민 중”이라는 답변을 남겼다.

한편, 이 같은 시기에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계열사 현대오토에버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어 정 회장의 고민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9월 초부터 국제거래조사국 조사 인력을 동원해 서울 강남구 현대오토에버 본사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통상 정기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조사1국이 아닌 국제거래조사국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현대오토에버의 해외자금 흐름을 파악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매출 7198억원 중 특수관계자(현대차 등)로부터 매출 6935억원을 달성, 내부거래 비중 96%에 달하는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가 지분 28.48%, 기아차 19.05%, 현대모비스 19.05%, 정 회장 9.57%를 보유한 형태다.

특히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23.2%에 이어 계열사 중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 중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5년 만에 하는 정기 세무조사로 알고 있고 어느 부서에서 나온 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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