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두산그룹과 홈플러스가 위기다.

두산그룹은 식음료 사업에서 중공업 플랜트 사업으로의 전환한 후 밥캣인수(현 두산밥캣)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글로벌 금융 악재까지 더해지면서 그룹 전체가 위기를 겪었다. 여기에 주력 계열사 두산건설의 실적부진까지 이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홈플러스도 매한가지다. 대형마트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평가를 받던 홈플러스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대처 하지 못해 실적이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3월 리츠 상장도 결국 실패로 돌아가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두산과 홈플러스가 경영부실화를 해소하는 방법에서 같은 듯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뉴스락>이 짚어봤다. 

사진 각 사 제공/편집 뉴스락
◆창업주 박승직이 시작한 오너家 기업 ‘두산’...식음료 사업에서 중공업으로 변화 눈길

두산그룹(회장 박정원)은 1896년 창업주 박승직 초대회장이 종로에 세운 박승직 상점을 모태로 출발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동화약품 등도 같은 시기에 설립돼, 일부는 이들을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보기도 하지만 한국기네스협회는 두산을 최장수 기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두산은 과거 소비재 중심의 회사로 이름을 날리다가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등으로 논란에 직면하면서 주력사업인 오비맥주, KFC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모두 매각하기에 이른다. 식음료 사업을 완전히 정리한 것이다.

두산가(家) 형제들은 식음료 사업을 포기하는 것과 관련해 소송을 비롯 여러 분쟁 끝에 현재의 중공업, 플랜트 사업으로의 전환이 이뤄졌다. 2001년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면서 그 토대가 마련됐다.

문제는 성공적으로 사업을 전환했던 두산그룹이 위기에 봉착하면서 그룹의 명운까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오너家 대주주 사재출연 등 그룹 살리기 ‘사활’...잇속은 뒷일?

재계는 사업전환 이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던 두산그룹(회장 박정원)의 최근 경영부실화 이유에 대해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밥캣인수, 두산건설의 실적부진, 정부의 탈원전화 등이다.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007년 7월 미국 소형건설장비 회사 밥캣, 어태치먼트, 유틸리티 등 3개 사업부문을 인수하기 위해 49억달러(한화 약 5조 5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 과정에서 인수금액의 대부분(80% 가량)이 차입금으로 충당해 부담이 컸을 뿐 아니라 인수 직후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이어지면서 초기 실적이 곤두박질 쳤다. 두산인프라코어의 2008년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1230억원으로, 다음해인 2009년엔 -3134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두산건설의 실적도 두산그룹 경영악화에 불을 지폈다. 두산건설은 지난 2011년, 2012년 각각 2601억원, 44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일산 위브 더 제니스, 용인 행정타운 두산 위브 등 미분양이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

결국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두산그룹 중간 지주사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 현물출자, 상환전환우선주 정산 등을 통해 10년간 총 1조 7000억원을 지원했는데 두산중공업으로까지 위기가 이어졌다.

두산건설은 지난 2018년 영업이익(연결기준) -521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엔 판관비 등을 600억원 가량 줄이며 81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여전히 751억원이고 두산중공업도 2018년 42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상황이다.

결국 두산건설->두산중공업->(주)두산으로까지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올해 3월 두산그룹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부터 3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긴급수혈 받았다. 두산그룹은 채권단으로부터 자구안을 요구받고 이행 중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탈원전화 정책 기조에 두산중공업 미래 수익 상실 규모가 10조원에 이른다고 평가하면서 기대감이 없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그룹차원의 책임경영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두산그룹이 채권단으로부터 요구받은 자구안 이행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우선 두산그룹의 두산중공업이 1조 171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확정짓고 해당 자금 전액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기로 했다.

또 두산솔루수(6986억원), 클럽모우CC(1850억원), 네오플럭스(730억원), 동대문 두산타워(8000억원)의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주)두산의 모트롤사업부(4530억원)도 물적 분할 후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총 확보된 금액만 2조 2096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나선 현재 입찰 후보군만 GS건설, 현대중공업 컨소시엄, MBK파트너스, 글랜우드PE, 유진그룹 등이다. 인프라코어의 인수 예상 금액은 8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에 이른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대주주들은 5740억원 가량을 사재출연 했다. 이들 대주주는 두산퓨얼셀 지분 5740억원 규모를 무상으로 두산중공업에 증여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3조원의 자구안 이행이 마무리 된 듯한 모습이다.

박 회장은 전 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대주주들은 중공업 유상증자와 자본확충에 참여해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며 “회사 경영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탓에 회사걱정까지 하는 여러분을 보면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대기업 총수일가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까지 내놓는 등 노력을 통해 자구안 이행이 예정보다 빨라지고 있고 주주와 투자자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박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들이 책임경영에 대한 약속을 하나하나 지켜가면서 재무구조 개선, 구조조정의 모범적인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말씀 드릴 수 있는 내용은 사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 밖에 없다”라며 “여러 시그널이 있어서 좋은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우리가 스스로 됐다 안됐다를 말하기 어렵다. 다만 채권단과 약속했던 부분들은 이행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있다”고 말했다.

자료출처 고용노동부·국민연금공단·홈플러스 노조·IB업계/사진 각 사 제공/편집 뉴스락
자료출처 고용노동부·국민연금공단·홈플러스 노조·IB업계/사진 각 사 제공/편집 뉴스락
◆삼성에서 출발해 사모펀드로 갈아탄 ‘홈플러스’, 실적은 해가 갈수록 난감

삼성물산 유통사업 부문에서 시작된 홈플러스(사장 임일순)는 1997년 대구에서 1호점을 오픈 후 2000년 초반까지 영남권에서 점유율을 높였다.

이후 삼성물산 유통부문은 1999년 영국의 유통업체 테스코와 합작회사로 삼성테스코를 설립하고 안산에 합작 1호점을 개점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업계 최단기간 매출 1조원을 넘기도 했다.

2008년 삼성테스코는 홈에버를 인수해 홈플러스 테스코라는 별도 법인을 자회사로 출범했다.

그러다 2011년 삼성그룹이 비핵심 사업인 유통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결정하면서 잔여 지분(5.32%)을 테스코에 모두 매각했다.

이후 테스코가 홈플러스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되면서 완전외국인투자기업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국내 대형 사모펀드에 인수된 이후 실적 개선이 되레 더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홈플러스, 차입금·이자비용 등 해소 위해 자산매각 ‘러시’...유동성 확보 가속화에도 책임경영은 ‘글쎄’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테스코에 60억달러(한화 약 7조 2000억원) 가량을 지불하면서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인수당시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대금 대부분을 대출(4조 3000억원) 등으로 충당하고 홈플러스가 기존 가지고 있던 차입금 11억달러(한화 약 1조 4000억원)를 대신 떠안는 방식을 택했다.

또 지난해 10월 홈플러스는 인수금융 상환을 위해 은행과 증권사로 구성된 대주단과 5년 만기 2조 1500억원 규모의 대출 약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년간 홈플러스가 사업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차입금, 이자부담 해소를 위해 단기 수익에만 신경쓴 나머지 경쟁업체 대비 유통업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뒷북 경영을 하고 있다는 업계 쓴소리도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홈플러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향후 2년 동안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당장 시장변화에 대한 발빠른 대처는 물론 투자도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쿠팡, 위메프, 티몬, 네이버 쇼핑 등 소셜커머스 기업들이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넓혀 나가는 가운데 홈플러스는 정작 오프라인 강화에 나섰다.

2018년 오프라인 창고형 할인점인 홈플러스 스페셜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경쟁업체 이마트가 트레이더스를 2010년 출범시킨지 8년 만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한계가 극에 달하면서 홈플러스는 뒤늦게 온라인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지만 이 역시도 몇 걸음이나 늦은 행보였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7월 온라인 창고형마트 홈플러스 더클럽 론칭했지만 오프라인 시장에 대한 부정 전망이 나온지 한참 이후다.

여기에 홈플러스는 광고비 포함 판관비도 같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당장 차입금, 이자비용으로 지불하는 금액이 영업이익과 비슷하다. 투자할 여력이 되지 않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6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6년 대비 반타작 수준이다.

이 가운데 영업외비용인 이자비용(금융비용)은 1489억원에 달했다. 사실상 영업이익의 90%가 금융비용을 지급하는데 충당되는 것이다. 당기순손실은 5322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홈플러스가 아직까지 상환할 총차입금 규모(올해 2월 기준)만 2조 3097억원이다. 때문에 매년 이자비용으로만 2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부담하고 있고 실적은 곤두박질 치는 상황에서 홈플러스가 위기를 타개할 방법이 녹록치 않은 것이다.

◆ 두산과 홈플러스, 위기 타개를 위한 근본적 차이는? 

주목할 부분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두산과 홈플러스의 같은 듯 다른 행보다.

홈플러스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폐점 점포를 늘리면서 자산유동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점포 매각을 통해 확보된 자금은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점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홈플러스는 140여 개의 매장 중 안산점, 대전 탄방점, 둔산점, 대구점 등 4개의 점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최근 노원구에 위치한 중계점을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러한 기조는 내년까지 이어질 모습이다.

홈플러스가 점포를 줄이는 등 사실상 구조조정 수순에 들어가면서 홈플러스 노조 및 직원들과의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2만 2000여 명이었던 국민연금 가입 직원이 올해 8월 들어 1000여 명 가량 감소했다. 경쟁사 이마트의 다섯 배에 달하는 수치다.

홈플러스 측은 이에 대해 분기마다 100명 이상이 정년퇴직하고 있고 순환배치 등을 통해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노조와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노조 측은 홈플러스가 경영실패에 대해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적 부진 원인에 대해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유통시장 불황, 임차료 상승 등을 꼽았다. 다만, 업계는 홈플러스의 실적부진 이유에 대해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점과 부진탈출을 위한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고 있다.

앞서 오프라인 유통업은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가 오르면서 부담이 커졌고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부정적 시각이 팽배했다. 이 가운데 홈플러스는 리츠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차입금과 이자비용을 지불할 계획이었는데, 리츠 상장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투자는 물론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홈플러스의 최대주주 MBK파트너스는 사모펀드 회사로 장기적 투자보다는 당장 눈앞의 수익성 개선에 몰두하는 경향이 크다. 리스크는 피해야 한다는 명목이다. 롯데·신세계 등 그룹이 장기적 안목에서 지원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모펀드는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주로 기업을 싼 가격에 사서 구조조정 등 수익성 개선을 통해 가치를 높이고 이를 되파는 방식을 취한다.

총수(오너)가 있는 기업에 비해 책임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모펀드 비판 토론회에서 “사모펀드와 관련된 문제는 외국자본이 알짜배기만 빼먹고 지역경제는 책임지지 않는 자본주의의 민낯”이라며 “이는 단순히 유통업계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사재출연과 더불어 직원 소통을 강화하는 오너기업과 사모펀드 회사 간의 차이가 위기대응 방식에도 차이를 만드는 모양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사모펀드 지적에 대해선 우리가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홈플러스는 어려운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방법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노조와의 갈등에 대해선 아직 입단협 교섭도 되지 않고 있는 만큼 입장차이가 있고 언제쯤 마무리 될거라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미 작년에 모든 직원을 정규직 전환한 상태로 인력 구조조정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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