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원 금융경제팀 기자.
권현원 금융경제팀 기자.

[뉴스락] “임기 중 방향을 마련해 놓을 계획이며 구성원들의 동의가 우선이다.”

지난달 21일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계열사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합병에 대해 밝혔다. 

구성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이기는 했지만, 소식을 들은 경남은행 노조 및 금융노조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즉각 행동에 나섰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김지완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합병 방향을 마련하겠다는 발언은 2017년 회장 취임 당시 부산은행-경남은행 투뱅크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다짐을 뒤집는 것이자 효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합병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라고 비판했다. 

앞서 신년사에서도 김 회장은 “BNK는 계열사별, 사업부문별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며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투뱅크 체제를 더욱 효율화해 부울경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표면적으로만 보면 노조의 지적대로 김 회장이 불과 몇개월 사이 태도를 바꾼 셈이다. 

논란이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BNK금융 측은 “간담회 자체가 공개 형태를 갖춘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간단한 식사자리였고 김 회장 또한 진중한 의미를 담아 답변한 것은 아니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합병에 대해 내부적으로 진행하거나 검토된 사항은 확인된 것이 없다”고 한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취했다.

사실 급변하는 경제 상황과 코로나19라는 글로벌 악재 속에서 금융기업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절체절명인 상황에서 변화의 모색은 최고 경영자가 가져가야할 당연한 덕목과 자질이다.  

그룹 상황에 따라 효율성을 위해 경영 로드맵을 틀어야 할 상황도 오기 마련인데, 이번 김 회장의 생각 변화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BNK금융은 올 3분기 당기순이익 4474억원을 기록하며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줄었다.

BNK 측은 “PF 중심의 수수료이익 증가와 투자증권, 캐피탈 등 비은행부문 실적 개선으로 비은행·비이자 강화의 성과가 확대되고 있는 점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악화에 대비해 충당금을 적립한 점을 감안하면 내용 면에서는 양호한 모습”이라고 설명했지만, 김 회장 입장에서는 두 은행의 합병을 통한 업무 효율성 증대는 생각해 볼 만도 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렇더라도 수천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형 금융그룹 BNK를 이끄는 수장 김지완 회장은 좀 더 신중한 발언을 할 필요가 있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합병으로 인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당연히 예상할 수 있고, 더욱이 코로나19 속에서 고용 불안감은 더욱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다.  

여하튼 합병추진설이 불거진 마당에 김 회장은 지금부터라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지말고, 하늘과 직접 마주보고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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