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민 산업팀 기자
김재민 산업팀 기자

[뉴스락] ‘3조 3600억원’

웬만한 대기업 분기 매출에 버금가는 이 금액은 현대차그룹이 세타2 GDi 엔진 결함에 대한 품질비용 충당금으로 반영된 것이다.

디자인 혁신과 미래차 개발 등 새로운 비전을 들고 공격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발목을 잡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품질’이 아닐까 싶다. 

소나타 DN8, 뉴 그랜저, 제네시스 G90, 제네시스 GV80 등 잇따라 출시한 신차에서 결함들이 나타나고, 현대차의 미래를 책임질 전기차 ‘코나EV(일렉트릭)’마저 연이어 화재 사고가 발생하자 국산차의 고급화를 기대했던 민심(民心)은 또 한 번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에 현대차는 그동안 결함 대응에 미숙했다는 비판을 타개하기 위해, 즉각 코나EV 리콜 및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업데이트, 대규모 품질비용 투입 등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막대한 금액을 투입한 것과 달리, 개선에 대한 진정성에는 다소 의문이 든다.

우선 코나EV는 이미 지난 3월 한 차례 BMS 업데이트를 실시하고도 또다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 BMS 업데이트를 한들 소비자(차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줄 수 있겠냐는 것이다.

코나EV 화재 원인 규명을 두고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존재한다.

현대차는 시정조치 계획서를 통해 “일부 배터리셀 제조 불량에 의한 내부 양극 단자부의 분리막이 손상돼 만충 시 음극과 양극 단자가 닿을 경우 내부 합선 가능성이 있다”며 배터리 결함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제기했다.

그러나 현대차의 주장대로 정말 배터리 결함 문제가 맞다면, BMS 업데이트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배터리 교체가 제한적·선택적인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현대차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제출한 코나 리콜 보고서에는 “리콜 대상 차량의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은 리튬이온 배터리셀 내부 손상 또는 결함이 있는(faulty) BMS 제어 소프트웨어와 같은 전기적 결함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 완충 후 합선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적어 BMS 결함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설명을 했다. 국내와 다소 다른 내용이다.

이러한 대응은 결함 은폐 등의 처벌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에서 축소보고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현대차 BMS를 현대차 측에서 설계·생산하는 만큼 LG화학 등 배터리 제조사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았다.

현대차는 미국 보고서 문구에 오류가 있었다며 국내 제출 내용과 동일하게 수정해 다시 제출하겠다고 해명했지만,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이 단순히 ‘오류’였다는 해명으로 인해 의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품질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정 회장의 선포(품질비용 3조3600억원)로 현대차는 3분기 영업손실 3138억원을 기록하며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품질비용을 제외하면 현대차·기아차 각각 1조원이 넘는 흑자인 셈이나, 일시적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문제를 짚고 넘어가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단순히 많은 금액을 투입한다고 해서 품질 문제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정 회장의 의지와 더불어 회사 차원에서 진정성을 갖고 문제에 접근할 때 비로소 ‘흉기차'란 오명을 떨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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