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 삼성' 선언은 삼성SDI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불러왔다. 약 3조원에 가까운 거대 자금이 들어간 삼성SDI 세계 공장이 이 부회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삼성SDI는 최근 미국 미시간주에 700억원을 투자했다. 향후 중국 톈진에 약 9000억원 규모, 시안에 1조7000억원 가량을 투자해 공장을 신설할 것으로 전해졌으며, 유럽 생산기지인 헝가리에는 두번째 라인 증설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 공장 건설을 하는 이유는 생산 이외 수출입 소비를 줄여 생산에 집중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삼성SDI는 효자상품 ESS(에너지저장장치)와 전기차 배터리셀을 주력으로 배터리 사업을 진행해 올 3분기에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SDI는 3분기 ESS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중대형 전지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해 처음으로 손익분기점 수준에 도달했다.

이에 4분기는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다만 '연이은 배터리 화재 사고가 승승장구 중인 삼성SDI의 발목을 잡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우에 그칠지 <뉴스락>이 체크해봤다. 

삼성SDS 홈페이지 일부 캡쳐. [뉴스락 편집]
삼성SDI홈페이지 일부 캡쳐. [뉴스락 편집]
◆ESS 화재 사고...꼬리표처럼 따라붙어

앞서 삼성SDI(사장 전영현)는 ESS의 화재로 종종 입방아에 올랐다.

2017년 8월 고창에서 첫 ESS 화재 사고 발생한 이래 지난 5월까지 총 29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는 전체 ESS 사업장 1622곳 중 1.7%의 비율에 달하는 사고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29번째 화재 사고를 제외한 28건의 사고 중 삼성SDI ESS가 탑재된 현장은 10곳으로 확인됐다.

계속되는 화재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월부터 5개월간 조사에 착수했고, 화재 원인을 네가지로 지목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ESS 화재 원인은 △배터리 시스템 결함 △전기적 충격 요인에 대한 보호 체계 미흡 △운용환경관리 미흡 및 설치 부주의 △ESS 통합관리체계 부재로 추정됐다.

이 중 배터리 시스템 결함 배터리 셀을 제작하는 삼성SDI에 큰 타격을 줬다.

일부 셀에서 극판접힘, 절단불랑, 활물질 코팅 불량 등 제조 결함이 확인됐고, 배터리 시스템 단락 시험을 통해 랙 단락 시험에서 배터리 보호장치의 직류 접촉기가 폭발 또는 융착이 발생했다.

정부는 이 결과를 토대로 제조에서부터 설치, 운영에 이르는 전 단계의 안전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하는 ESS 안전 강화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화재사고가 추가 발생했다. 1차 조사 이후 발생한 5건의 화재에 산업부는 2차 조사에 돌입했다.

2월, 산업부는 추가로 발생한 화재 5건 중 4건이 배터리 문제였다는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삼성SDI는 "4건 중 2건이 삼성SDI 제품이었지만 화재의 직접 원인이 배터리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뉴스락]
산업통상자원부. [뉴스락]
◆ ESS 사고 이은 배터리 문제까지 '첩첩산중'

ESS 화재에 그치지 않고 전기차 배터리마저 삼성SDI의 속을 뒤집어 놨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초 배터리 화재 가능성과 기타 안전기준 부적합 판단으로 BMW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미출고 차량 900여대의 출고 중단 지시한 것에 더해 기출고된 차량 400여대를 추가 리콜 조치했다.

배터리 화재 가능성을 제외하고 주차등 문제 등 기타 안전기준 부적합 판정으로 리콜 조치를 받은 차량도 있지만, 리콜 조치에 있어 배터리 화재 가능성을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 8월 BMW는 PHEV 일부 차량 판매 중단에 들어갔으며 3시리즈, 3시리즈 투어링, X1, X2, X3, X5,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 7시리즈, 5시리즈, 5시리즈 투어링 모델에서 전압 배터리 관련 제작 과정 문제가 발생했고, 이에 세계 시장에서 약 4500대 차량을 리콜했다.

이후 BMW PHEV 차량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조사에 착수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BMW제 PHEV 모델의 8~9월에 발생한 화재 사고는 배터리 셀 결함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추가 조사에서 배터리 셀 내부에 불순물들이 정상보다 많이 들어간 것이 확인됐다"고 지난 9월 발표했다.

BMW는 NHTSA의 분석을 토대로 즉각 해당 차량 모델을 전 세계 대규모 리콜 조치에 들어갔다.

아직 BMW PHEV 모델 화재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내장된 삼성SDI 배터리 셀이 논란이 되자 BMW는 국내·외 연관 차량을 리콜한 것.

BMW PHEV 모델 중 7종,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 사이에 생산된 차량으로 전 세계 BMW PHEV 차량 2만 7000여대가 리콜 계획에 있다. 이는 8월 발표한 리콜보다 약 5배 큰 규모다.

현재 삼성SDI 배터리를 공급받아 생산된 유럽형 미국 포드 쿠가PHEV도 리콜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삼성SDI 관계자는 <뉴스락>과 통화에서 "현재 화재 원인 조사 중인 거로 알고 있다"며 "추후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뉴스락]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뉴스락]
◆ 전영현 사장, 성공적 연임이라는 타이틀 뒤에 감춰진 화재 사고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5.0%를 차지,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4위를 점하고 있다.

삼성SDI는 3분기 267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전년 대비 약 60% 이상 실적이 상승했다.

3조를 넘긴 삼성SDI의 올 3분기 매출에서 전기 배터리 사업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최근 현대차 아이오닉7 배터리 셀 납품 입찰에 참여한 삼성SDI는 아우디, 포드, BMW 등 여러 업체에 배터리 셀을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쾌거는 전영현 사장의 연임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낳았다.

2017년 삼성SDI 최고경영자를 맡아 2020년 초 3년의 임기를 마친 전 사장은 이례적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연임 이후 첫해를 성황리에 보낸 전 사장의 임기는 오는 2023년까지다.

전 사장의 연임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ESS와 배터리 화재에 대한 논란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화재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삼성의 차세대 미래 먹거리 산업인 배터리 사업에서 핵심축을 담당한 계열사 삼성SDI 배터리가 계속해서 논란과 의혹이 이어지면 추후 삼성의 글로벌 입지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영현 사장이 이같은 우려를 잠재우고,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삼성SDI의 장기 행보를 위해선 조속한 화재 원인 규명과 입장표명, 그리고 결과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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