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둘러싸고 이해가 충돌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장은 400조원의 자산과 농협을 책임지고 조합원 235만명, 농축협 조합 1100여개, 임직원 10만여명, 계열사 35개를 운영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때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은 직선제로 운영됐지만 선거 과열과 권한 집중으로 인한 폐단 등 부작용 발생을 이유로 2009년 간선제로 변경됐다.

이후 10년 넘게 간선제 방식으로 치러지면서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중앙선관위 선거관리 위탁, 공명선거 인식 증대 등 제도와 인식에 있어 상당 부분 개선됐다.

하지만 투표권을 갖지 못한 조합은 소외된다는 현장의 불만과 함께 선거 과정에서의 투명성·공정성 문제가 지속 제기돼 왔다. 

이를 개선하고 특히 전체 조합장의 뜻을 반영할 수 있도록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요구의 목소리가 농협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로 하는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직선제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직선제 전환의 선결조건으로 '부가의결권' 적용을 주장하고 있으며, 협동조합 전문가들 역시 선출 방식에 집착하기보단 더욱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뉴스락DB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뉴스락DB
◆ 농협 안팎으로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목소리...이원택 의원 등, 개정안 발의  

농협 조합장모임인 정명회와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 그리고 이원택 의원(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장, 김제시부안군) 등은 지난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중앙회장 조합장 직선제'의 조속 입법을 촉구했다.

정명회와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가 지난 9월 전국의 농협 조합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합장 98.3%가 농협중앙회 회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로 전환하는 데 찬성했다.

현행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전국 조합장 1118명 가운데,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239명이 참여해 투표하는 간선제 방식이다. 이때 영향력이 크지 않은 일선 조합장은 대위원이 되기 어렵다.

조합장의 영향력은 자산 기준, 사업량, 재선 유뮤, 학연·지연 등에서 나온다.

때문에 대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조합은 중앙회의 여러 사업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고, 일부 조합장만 선거에 참여하다 보니 투명성과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전환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오가고 있다. 특히 집권 여당을 중심으로 법률 개정이 추진 중이다.  

이원택, 서삼석(더불어민주당, 전남 영암군무안군신안군), 윤재갑(더불어민주당, 전남 해남군완도군진도군) 의원은 최근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해, 현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상임위원회에 접수된 상태다.

개정법률안의 주요 골자는 농협중앙회장의 대표성을 강화하고 민주적 관리라는 협동조합의 기본 원칙에 부응하도록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원택 의원은 “농협중앙회장을 전체 회원조합의 조합장으로 구성된 총회에서 선출하도록 변경함으로써 각 조합의 의사가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 내부에서도 직선제 도입에 대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간선제를 통해 선출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직선제 전환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 

이 회장은 중앙회 감사위원장 시절때부터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 당시 이 회장은 농협지역본부의 대표 기능을 조합장이 수행토록 하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전체 조합장의 뜻을 반영할 수 있도록 '중앙회장 직선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조합장이 한곳에 모여 농협의 주요 사업 등에 대해 토론하는 기회를 1년에 1회 이상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농협조합장 모임인 정명회와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은 지난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농협조합장 직선제 추진을 촉구했다.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 제공 [뉴스락]
농협조합장 모임인 정명회와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은 지난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농협조합장 직선제 추진을 촉구했다.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 제공 [뉴스락]
◆쟁점은 '부가의결권'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전환의 쟁점은 부가의결권 조항이다. 

현행 농협법에 따르면 정관 변경, 회원 제명, 임원 선출 및 해임 때 조합원수에 따라 1개 조합이 최대 3표의 선거권을 갖도록 하고 있다.

부가의결권은 과거 2004년 부실조합의 합병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다. 조합 간 편차가 커지면서 합병하는 조합들에게 ‘인센티브’ 형식으로 의결권을 더 부여한 것이다.

결국 직선제 재도입을 위해선 부가의결권에 관해 정치권과 농협은 큰 틀에서 궤를 같이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부가의결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개정안을 처음 발의한 서삼석 의원은 1개 조합 1표를 적용해 협동조합인 농협중앙회가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뒤이어 지난 9일 이원택 의원도 같은 내용에 ‘감사위원장도 총회에서 선출하자’는 내용을 추가해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지웅 정명회 사무국장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1988년도의 직선제와 앞으로 실행될 직선제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과거 직선제의 폐단은 간선제 보다 중앙관리위원회의 선거 위탁으로 개선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회장의 권한이 막강한 우리나라에선 회장 선출 시 각 조합의 의사가 동등하게 반영되는 것이 중요한데, 부가의결권을 적용하면 다수인 소규모 조합의 의사가 뒷전으로 밀려나 현행 간선제의 문제점을 되풀이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조합을 통폐합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생활권도 워낙 다를뿐더러 작은 지역이 큰 지역으로 통합됐을 때 소외되는 경우가 많고, 큰 조합들도 피해를 보기 싫어한다. 통폐합은 조합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치권과 농협 단체들의 직선제 전환 요구 목소리에도 관계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입장은 다소 강경하다. 

직선제 전환에 대한 선결조건으로 '부가의결권은 적용해야 한다'는 것.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직선제 전환 논의에는 열린 입장이지만, 과거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전환됐을 때에 배경이 됐던 문제들이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이루어져야 한다”며 "부가의결권에 대해서는 조합원들 간의 표의 가치가 너무 차이나기 때문에 현행 농협법을 유지해야 한다. 중앙회장 선거에서만 1개 조합 1표를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제공.
농협 지배구조 및 계열사 현황. 농협중앙회 제공.
◆전문가, “선출방식보단 근본적인 개혁 필요”

협동조합 전문가들 역시 농림축산식품부의 입장과 엇비슷하다. 

결국 선출 방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전문가들은 농협중앙회장 선거방식의 문제는 근원적으로 중앙회와 조합 간에 수직적 구조에 기인하며 협동조합의 태생적 속성에 있다고 진단한다. 

협동조합원칙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경제활동의 목적이 조합의 이윤 추구가 아닌 조합원에게 봉사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주식회사와 구별된다.

박정희 정부는 농촌 경제 안정화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농업은행과 협동조합의 합병을 추진했다. 1961년 8월 합병이 이뤄지면서 현 농협중앙회가 탄생했다.

이처럼 농협중앙회는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정부 주도로 형성돼 설립 초기 관치적 성격을 뗬다. 이러한 상부하명식 구조가 아직까지도 지속돼 남아있다는 게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농협중앙회가 선출 방식을 통한 문제해결 보다 더욱 근본적으로 바뀌어야한다”며 “중앙회에 자금이 몰려 있어 일선 조합들이 중앙회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다. 일선 조합들이 주인이 되고 중앙회와 조합들이 연합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며 "내부적으로 민주적인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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