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국내 1위 국적 항공사 대한항공이 2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 확정했다.

대한항공의 지주사 한진칼이 대한항공 2조50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대한항공이 총 1조8000억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 신주(1조5000억원)와 영구채(3000억원)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는 방식이 주 시나리오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총 8000억원의 지원사격을 한다. 산은이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을 투입하고 한진칼 지분 10.7%를 가져간 뒤,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해 향후 대한항공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 1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등 주요 관계기관 인사가 참석한 회의 자리에서 결정됐다.

아시아나항공이 HDC현대산업개발 피인수 실패 후 수개월 간 부채만 쌓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을 살리기 위해 대한항공이 나서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1,2위 항공사에 해당하는 양사의 이번 인수전이 성사되면 글로벌 규모의 항공사가 탄생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이점도 존재한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인 우려점도 산적해 있다. 재계와 항공업계에서도 이번 인수 발표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뉴스락>이 기대와 우려를 집중분석해본다.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 기대 1 : 세계 7위 초대형 항공사 탄생, 글로벌 경쟁력 제고

통상 인구 1억명 이하 국가가 1개의 국적 항공사를 보유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에선 1988년 아시아나항공 출범 이후 32년간 양대 국적 항공사 체제로 이어져 왔다. 자연히 독일, 프랑스,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 항공사들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간한 ‘세계 항공 운송 통계 2020’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 및 화물 운송 실적 기준 대한항공은 세계 19위, 아시아나항공은 세계 29위를 기록했다.

만약 양사가 이번 인수전에 성공할 경우 단순 합산 세계 7위 규모의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로 도약하게 된다.

비행기만 240대를 넘게 보유하게 되며 국제 화물 수송량 기준으로는 세계 3위, 수송인원 기준으로는 10위 항공사가 된다. 자산 규모도 40조원에 육박한다.

이러한 규모는 코로나 팬데믹, 리쇼어링 정책(해외에 나가있는 자국기업들을 본국으로 불러들임) 등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자국기업 보호 기조가 깔려 있는 글로벌 현 상황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며, 나아가 국위선양의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기대 2 : 존폐 기로 아시아나항공, 국내 2위 항공사 살리기 나서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아시아나항공은 일본 불매운동 등 여파로 2018년 매출 7조1833억원, 2019년 6조9658억원을 기록하며 사세가 줄었다. 2018년 영업이익은 282억원, 2019년 –4437억원을 기록했다.

오너 책임론이 대두됐고 이에 지난해 3월 박삼구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아시아나항공 매출은 1조9000억원에 그쳤으며, 2분기 기준 자본잠식률은 56.3%, 부채비율은 2291%로 심각한 상태다.

HDC현대산업개발 피인수가 무산된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산은과 수은(수출입은행)의 관리를 받으며 3조3000억원을 지원받았다. 여기에 기간산업안정기금 2400억원도 추가 지원받았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M&A 상대를 찾는 것이었다. 부채비율 자체가 높아 향후 단계적인 재무 개선이 동반돼야 하겠으나, 이번 한진그룹 인수 결정은 1조8000억원의 추가 자금 투입과 더불어 아시아나항공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국내 2위 항공사를 살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 기대 3 : 계열사 LCC, 반등 가능성 생겨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양사 산하의 LCC(저비용항공사)들도 대대적인 통합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한항공은 진에어(한진칼 지분 60%)를,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 44.17%), 에어서울(아시아나항공 100%)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LCC업계의 여객 수 기준 올 1~10월 점유율은 제주항공(26.91%), 티웨이항공(22.4%), 진에어(20.4%), 에어부산(18.35%), 에어서울(5.4%) 순이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통합할 경우 점유율 44.15%로 제주항공을 앞선다. 공룡 LCC가 탄생하는 셈.

업계에선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흡수합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진에어의 시장 독식을 우려해 에어부산을 별도 매각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화물운송을 통해 나름의 돌파구를 찾은 것과 달리, 여객사업 중심의 LCC는 업계 전반에 치명적인 매출 타격을 입었다.

LCC 점유율 1위 제주항공이 지난 3분기 영업손실 692억원으로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진에어 492억원, 에어부산 4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회복이 어려운 상황.

때문에 이번 LCC간 M&A가 어느 정도 교통정리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황 불황 속 합병을 통해 규모를 조정하고, 기업간 경쟁을 최소화해 영업비용을 줄여나가는 등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 기대 4 : 영업비용↓·수익성 개선 등 효율성 향상

인수가 성사될 경우 규모가 확대됨은 물론 효율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선 정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 체제가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내년 말까지 항공업계에 4조8000억원의 정책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이보다 더 장기화될 때 비용은 더욱 커진다.

때문에 줄어든 여객·화물 수요를 놓고 양사가 ‘제 살 깎기’식 경쟁을 하다 동반 부실에 빠지는 것보다, 하나의 회사로 통합하는 것이 정부 정책자금을 줄이고 실적 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경영적 측면에서도 정비·조종사 교육 등을 일원화하면서 비용을 줄이고, 중복 노선 간소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아직 정리되지 않았지만 마일리지 통합과 양사 서비스의 장점을 결합해 소비자 편익 증대를 기대할 수도 있다.

◆ 우려 1 : 조원태vs3자 연합 ‘경영권 분쟁’, 특혜 의혹 등 반발 심화…소송 번져

반면, 인수 과정에서 제기되는 우려점 또한 산적해 있다.

먼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대척점에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이 공적 자금으로 총수 일가를 돕는 형태라며 인수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인수에 따른 유상증자가 단행되면 산은은 한진칼 지분 약 10.7%를 보유하게 된다. 대외적으로 산은이 “일방에만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인수전이 아시아나항공 재매각에 난항을 겪었던 산은과 경영권 방어가 시급했던 조 회장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점에서 산은은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이 될 확률이 높다.

조 회장은 산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한진칼 지분 47.33%를 자기 진영으로 돌릴 수 있다. 반면 총 45.23%를 보유하고 있던 3자 연합은 유증 시 지분율이 40.4%로 희석된다.

3자 연합의 신주인수권 164만6235주 모두를 주식으로 전환해도 42.9%에 그쳐 내년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측에 대한 설욕을 하기 위해 지분을 늘리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이를 막기 위해 3자 연합은 지난 18일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25일 서울중앙지법은 가처분에 대한 심문을 진행, 한진칼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인 다음달 2일 전까지 판단을 내린다.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들일 경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 일정에 큰 차질이 생긴다.

3자 연합 외 일각에서도 재벌 특혜라는 주장이 나온다.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공적 자금이 투입되면서 노골적인 ‘조 회장 살리기’가 아니냐는 시각에서다.

이를 의식한 듯 산은은 한진칼에 사외이사 선임권,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등 7가지 의무를 부여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통합 이후 한진에 대한 경영평가를 실시해 성적이 나쁘면 경영진 교체를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우려 2 : 독과점 우려, 기업결합심사 걸림돌 되나

이번 인수로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되지만, 그만큼 독과점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기준 국내선 여객운항 시장점유율은 대한항공이 22.9%, 아시아나항공이 19.3%를 기록하고 있다. 양사가 소유한 LCC 운항 몫까지 더하면 인수 이후 대한항공의 점유율은 62.5%까지 상승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점유율 50%를 넘기는 자를 시장지배적 사업자 즉, 독과점으로 보고 있다.

LCC를 단계적으로 통합해 시장점유율을 조정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나, 불황의 늪에 빠진 LCC업계를 고려하면 매각 또는 통폐합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아울러 공정위가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능한 회사로 판단하거나 글로벌 업황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결합을 허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는 현 시점에서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상은 독과점의 대표적인 폐단인 운임 상승, 품질 하락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경쟁 상대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국토교통부는 “외항사가 33% 이상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고 항공협정에 따라 국제선 운임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 대한항공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그간 대한항공이 독점하다시피 해온 국제선 항공료가 대체로 고가에 속해 여전히 우려를 낳고 있다.

◆ 우려 3 : 인력 구조조정 불가피, 노사 갈등 예고

통합 과정에서 겹치는 노선 등 중복 분야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말 기준 대한항공의 정규직 직원은 1만7209명, 아시아나항공은 8797명으로 총 2만6006명에 달한다.

업황 불황 장기화에 따른 구조조정이 항공업 전반에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규모가 더 커질 경우 구조조정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특히 이번 통합은 동종업계 인수와 더불어, 현대차-기아차의 사례처럼 독립경영방식이 아닌 통합운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복 영역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단계적으로 통합될 것으로 보이는 LCC사 간에서도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과 조원태 회장이 “추가 노선 및 사업 확대 등을 통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도록 하겠다”고 못을 박았지만, 업계 및 노조에선 이러한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모양새다.

양사 조종사노조 등 6개 노조는 인수 관련 정보 공유, 노조의 인수 절차 참여 등을 사측에 요구하는 등 노사정협의체를 구성해 합병을 원점 논의하자는 성명문을 냈다.

한편, 기업간 인력 통합 외에도 양사 마일리지 서비스의 행방에도 관심이 모인다. 만약 마일리지 서비스가 통합될 경우 비율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 시점에서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보유한 소비자가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를 보유한 소비자보다 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고자 하기 때문이다.

◆ 우려 4 : 코로나 장기화, 업황 불황 속 ‘승자의 독배’ 위험성

이번 인수가 ‘승자의 독배’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항공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은 가운데 인수주체인 대한항공 역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상태다.

올 6월말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총계는 23조원, 부채비율은 1099%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산은으로부터 유상증자 포함 올해 초부터 약 3.2조원의 신규 자금을 조달했다.

이 중 유증으로 조달한 1조1270억원을 내년 2월까지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매 분기별 지출되는 이자비용은 1200억원, 연간 5000억원을 이자로만 사용하고 있다. 빌린 돈으로 빚은커녕 이자 갚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채비율 2291%인 아시아나항공까지 합쳐지면 통합된 회사의 부채비율은 더 크게 늘어난다. 산은의 지원만으론 거대한 빚을 줄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올해 2분기 화물운송을 통해 대한항공은 148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타 항공사들도 화물운송에 발을 들이면서 화물운임 단가가 떨어져 시장 메리트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의 재확산 추세는 대한항공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든다. 여객수요가 필수적으로 살아나야 양사 모두 생존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다시 장기화될 경우 동반 추락의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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