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이 퇴근하던 직원이 엘리베이터에 갇혀 공황장애를 앓다가 자살한 사건에 대해 업무상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 [뉴스락]

[뉴스락] 근로복지공단이 퇴근하던 직원이 엘리베이터에 갇혀 공황장애를 앓다가 자살한 사건에 대해 업무상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27일 관련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누리텔레콤에 다닌던 직원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다. 근로복지공단은 법원 처분과 관련해 A씨 유족에게 별도의 항소 없이 업무상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관련 법규에 따른 비용을 지급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016년 10월 게임회사 누리스타덕스(현 누리텔레콤)에 다니던 A씨는 자신의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21시 경 퇴근을 하던 중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나 40분 가량 갇혀 있었다. 

A씨는 119 신고 이후 극적으로 구조됐으나 불안 및 손발저림 등 증상과 함께 병원으로부터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후 A씨는 6개월 만인 2017년 4월 자택에서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해 생을 마감했다.

게임회사 누리스타덕스는 지난 2012년 게임 개발에 나선후 2017년 3월 2일 5년만에 해당 게임을 출시했지만, 게임 출시 후에도 성과가 좋지 않아 다수의 직원들이 퇴사 혹은 이직했다.

A씨 외래진료 기록지에 따르면 A씨는 누리스타덕스 입사 이후 오랬동안 준비해온 게임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모회사와 합병되면서, 자신의 팀이 해체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업무상 과로에 대해 줄곧 토로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리텔레콤은 누리스타덕스와 2016년 9월 누리텔레콤과 합병 공시했고, 실제로 게임개발 등을 담당했던 소속 직원들 70여 명은 2016년 12월부로 누리텔레콤(누리웍스) 소속으로 변경됐다.

이와 관련해 A씨는 2016년 12월~2017년 1월 경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받았다"라며 "그런데 회사가 휴직이나 퇴직 자체를 받아 들여주지 않고 게임 출시까지 버티라고만 하고있다"고 외래진료 과정에서 토로했다.

2017년 3~4월 경에는 "게임이 망했다. 회사에서 권고 사직됐다. 올해는 쉴 생각을 하고 있다. 회사 다시 다닐 생각하니 두려웠다"고 말했다.

결국 법원은 A씨의 사망에 대해 이전부터 업무상 스트레스가 겹쳐 우울감을 호소해 왔고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도중 공황장애가 악화돼 결국, 자살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업무와 사망 간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유환우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 판사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해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고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될 필요는 없다"라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그 증명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A씨의 경우 이 사건(엘레베이터 정지, 갇힘) 전에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라며 "A씨는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겹쳤고 (사고이후)공황장애 및 이에 수반된 우울감으로 자살에 이른 것으로 사고와 자살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번 건을 업무상 산업재해 등으로 인한 사고로 결론짓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 누리텔레콤, 근로복지공단 산재 인정에도..."해당 건 퇴사 이후 발생해 회사와 상관 없어" 

일각에서는 3년이 지나서야 해당 건이 업무상 산업재해로 인정된 것과 관련해, A씨의 외래기록지를 통해 확인된 빈번한 야근, 불만사항 등과 함께 회사 측의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누리텔레콤이 자사 근로자가 야근을 하고 늦은시간 퇴근하던 도중 시설물에 의해 피해를 받았고, 결국 사망에 까지 이르게 되면서 기업 이미지에도 적지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봤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경우 일부 직원들이 산재신청 과정에서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준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증언하기도 했고, 여러 굴지 기업들이 산재 미보고로 적발되는 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처음에 해당 건이 산재에 맞지 않다는 판단에 불승인 처분을 내렸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후 유족들로부터의 소송을 통해, 법원 처분에 따라 산재 인정, 승인을 받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누리텔레콤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해당 건은 퇴사 이후에 발생한 내용이기에 회사와는 상관이 없다"고 일축했다. 회사가 애초에 해당 직원에 대한 산재를 불인정 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엔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사고는 회사에서 야근하던 직원이 퇴근 중 엘레베이터 사고로 장애를 얻고 결국 사망한 건"이라며 "법원 판결에 따른 업무상 산재 인정에도 회사가 이에 대해 상관이 없다는 말하는 것은 기업의 노동자에 대한 재해책임을 정면으로 등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A씨 유족들은 현재 누리빌딩 엘레베이터 운영 업체를 피보험자로 두고 있는 DB손해보험과, 승강기 문제가 공황장애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채무변제 관련 소송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승소했던 내용은 업무상 스트레스 혹은 재해와 관련된 내용으로 알고 있다"라며 "우리는 승강기 업체에 대한 관리로, 그 분의 사망이 엘레베이터랑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것인지, 관계가 없는 것인지 대해 소송을 진행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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