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코로나19 악재로 전 산업이 타격을 맞은 가운데 제조업은 종사자 감소 폭이 연월 마이너스(전년동기대비 -2.1% 감소, 366만2000명)를 기록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이 중 국가기간산업이자 중추가 되는 자동차산업 역시 타격을 입었다. 다만 기업별 행보는 다소 상이하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신차를 통한 내수 진작, 미래차 상용화 등 전략으로 코로나19 등 악재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소위 외국계 완성차 3사로 불리는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에겐 실적 외에도 노사 갈등 등 해결해야 할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때문에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예병태 쌍용차 사장,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 등 외자 3사 수장들은 임기가 아직 남았거나 연임에 성공했음에도 마음 편히 연말인사 시즌을 보낼 수만은 없는 상황.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자세로 반등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들에게 어떤 2021년이 기다리고 있을까. <뉴스락>이 살펴봤다.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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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실적↓·노사 갈등 속 ‘철수설’…먹구름

한국GM은 실적 반등은커녕 당장 한국시장 철수설부터 잠재워야 하는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노사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이 또다시 부결,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지난 1일 조합원 7364명이 참여한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이 45.1%(3322명)에 그쳐 부결됐다고 밝혔다.

한국GM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위해 24차례 교섭을 진행했음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사 갈등이 지속되자 스티브 키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노조 파업이 계속되면 더 이상 한국GM에 투자를 할 수 없다”며 “중국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한국 물량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철수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잇따른 협상 결렬과 부분파업 끝에 지난달 말 조합원 1인당 성과급·격려금 총 400만원 지급, 부평1공장 설비 투자 계획 단행, 부평2공장 생산 차종의 생산 연장 등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조합원 다수의 반대에 부딪혀 수포로 돌아갔다.

노사 갈등 장기화와 본사의 압박 속 ‘중간다리’ 역할을 맡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지고 있다.

카젬 사장은 2017년 9월 취임 때부터 녹록치 않은 시기를 보냈다. 당시 노조는 2012년 이래 2017년까지 총 357일 파업을 단행해오며 1인당 성과급 6150만원, 기본급 46만원 인상을 챙겨 받았다.

그 사이 연 판매량은 약 80만대에서 50만여대로 줄었고, 한국GM은 이듬해인 2018년 법정관리 위기에 빠졌다. 이 때 카젬 사장이 직접 나서 10년 내 한국시장 철수 금지 등 조건을 내걸며 산업은행과 손잡고 공적 자금 8100억여원을 투입해 일시적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한국GM이 내홍 진화에 매진하는 사이 경쟁사들은 신차 출시·미래차 개발 등 격차를 벌려갔다.

만년 후발주자가 된 한국GM은 2014년 영업손실 1192억원 기록 이후 2015년 -7048억원, 2016년 -5219억원, 2017년 -8385억원, 2018년 -6148억원, 2019년 –3323억원 등 매년 적자를 이어왔다.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만 4조7000억원이다.

여기에 올해 코로나19 악재로 제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반기 6만대의 생산차질을, 하반기 코로나19 재확산세와 노조 부분파업 등으로 인해 2만5000대의 생산차질을 빚으면서 실적 악화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오랜만에 출시한 신차 트레일블레이저와 쉐보레 스파크가 판매량을 이끌어왔지만, 지난 11월 한 달 동안 전년동기 대비 45.6% 감소한 2만1384대(국내 6556대·수출1만4828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생산차질 영향과 더불어 전기차 등 미래차 개발 및 유행 행보에 발맞추지 못한 점도 판매량 감소로 이어졌다.

이달 GM 본사는 전기차 투자 계획을 새로 발표하고 2025년까지 투자금액을 200억 달러(약 22조원)에서 270억 달러(30조원)로 늘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GM이 ‘노조 리스크’를 올해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GM이 바라보는 한국시장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임기 3년차인 카젬 사장은 지난 9월 임기만료 후 자동 유임됐다. 그러나 실적 악화가 심화되고 노조 리스크를 내년까지 안고 간다면, 언제든 본사에서 수장 교체 카드를 단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와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이 됐다.

◆ 예병태 쌍용자동차 사장, 눈물의 홀로서기…‘임영웅’ 업고 반등할까

지난해 3월부터 쌍용자동차 사장직을 맡아온 예병태 사장은 2022년 3월까지의 임기 중 반환점을 돌았다.

뼈를 깎는 자구책 마련, 잇따른 신차 출시 등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피력하고 있으나, 주어진 환경이 매우 척박하다.

2017년 1분기부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쌍용차는 그 해 652억원 적자, 이듬해(2018년) 642억원으로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 렉스턴 스포츠 칸, 신형 코란도 출시와 함께 당시 영업마케팅 총괄담당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예 사장을 CEO로 선임하면서 반등을 모색했다.

그러나 흑자전환을 기대했던 야심작 신형 모델들이 반짝 흥행에 그치면서 예 사장의 취임 첫 해 영업손실은 2819억원,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2017년 190.01% 수준이던 부채비율도 2019년 397.4%까지 뛰었다. 재무구조가 매우 악화됐다.

그 사이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2300억원의 쌍용차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긴급 자금 400억원만 지원했으며, 지난 6월 아예 투자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 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 사장이 산업은행에 긴급 지원 요청을 했지만 올해 3분기까지 15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이로 인해 회계법인 감사의견 거부를 받는 탓에 자구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홀로 일어서야 했다.

올해 쌍용차는 G4 렉스턴 화이트 에디션, 렉스턴 스포츠 다이내믹 에디션, 코란도 R-플러스, 티볼리 에어, 올 뉴 렉스턴 등을 출시하고 국내 처음으로 홈쇼핑을 통해 신차발표회를 진행하는 등 코로나19 악조건 속에서도 승부수를 걸었다.

특히 미스터트롯 우승자 가수 임영웅을 모델로 내세워 ‘임영웅 차’ 효과를 거두고, 티볼리 모델의 ‘차박(여행시 차에서 숙박)’ 기능을 강조해 유행으로 만드는 등 마케팅 효과는 예 사장 본인의 전문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대목이었다.

그 결과 지난 11월 한 달간 1만1859대(국내 9270대, 해외 2589대)를 판매하며 올해 최대 판매기록을 달성했다. 전년 동월 대비 국내는 0.3%, 해외는 71% 증가한 셈이다.

티볼리, 렉스턴을 토대로 판매량을 늘림과 동시에, 부산물류센터, 서울서비스센터 등 평택·창원공장을 제외한 비핵심자산을 매각하면서 재무구조 개선도 병행하고 있다.

예 사장이 취임 이후 노조와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온 덕에 노사 관계가 긍정적인 점은 회사의 현 상황에서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예 사장은 해고자 등 100% 복직, 임원 급여 삭감 등 선제적 경영쇄신방안과 상생 및 협력을 토대로 노조를 설득, 연봉 삭감 및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동결을 이끌어냈다.

노사가 어려운 상황을 해쳐나갈 준비가 된 가운데, 예 사장에게 남겨진 과제는 판매량 증대, 수출 돌파구 마련, 미래차 전략, 그리고 신규 투자자 유치다.

쌍용차는 유럽시장에 코란도와 렉스턴 스포츠 칸을 론칭하고,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첫 준중형 SUV 전기차 ‘E100’와 중형 SUV 전기차 ‘U100’ 등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여전히 3000억원대인 점과,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248억여원)를 유지하고 있어 판매량 증대 속에서도 뼈를 깎는 재무구조 개선은 한동안 장기 지속돼야 할 것으로 보여, 예 사장의 남은 임기가 곧 쌍용차의 ‘골든타임’이 될 전망이다.

◆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 ‘QM6·XM3 상승세’ 노사 손잡고 이어가야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 역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 11월에 이어 12월 역시 부산공장을 주간조 1교대만 운영한다. 야간조는 이 기간 휴업하며, 12월 11, 23, 24, 31일은 아예 공장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내수 판매가 줄어 재고가 늘고, 수출용 차량 생산 요구마저 감소하자 결국 내린 특단의 조치다.

시뇨라 사장은 르노그룹 재무 분야에서만 재직해오다 2017년 11월부터 르노삼성의 소방수로 투입됐다. 당시 르노삼성은 그 해 매출 5조6000억원, 영업이익 3541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6.4%, 12% 감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시장점유율 회복을 토대로 실적을 끌어올리는 게 그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그러나 사실상 임기 첫 해인 2018년 역시 매출 5조4448억원(-2.7%), 영업이익 2963억원(16.3%)을, 지난해에는 매출 4조6777억원(-16.4%), 영업이익 2112억원(-40.3%)을 기록하며 갈수록 실적이 악화됐다.

국내외 총 판매량 역시 2017년 27.6만대에서, 2018년 22.7만대, 2019년 17.7만대로 줄었다. 올해 1~11월까지 판매량은 10만7151대에 그쳐 올해 최악의 성적표가 예상되고 있다.

르노삼성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신차 모델 부재, 도입한 수입모델의 내수 부진, 미래차 전략 미비 등 다양한 요인이 꼽힌다.

르노삼성이 올해 3월, 4년 만에 선보인 신차 XM3는 사전계약 1만대를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11월 출시된 NEW QM6 역시 3647대 판매되며 실적을 견인했다.

문제는 이 두 모델만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 11월 한 달 르노삼성이 판매한 내수 7207대 중 QM6(3647대)와 XM3(2295대)가 전체 판매량의 82%를 차지한다. 두 모델의 판매량도 경쟁사의 동일한 차종 판매량과 비교하면 적은 수준이다.

이외에 르노삼성이 올해 야심차게 수입해온 전기차 조에(ZOE), 소형 SUV 캡쳐(Captur), 상용차 마스터 등 수입모델은 경쟁사 전기차 대비 짧은 주행거리, 좁은 실내 등 국내 소비심리에 부합하지 않아 흥행에 실패했다. 르노삼성으로서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시작될 수출용 XM3 생산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실적 부진 속 함께 반등을 모색해야 할 노조와의 갈등도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2018년부터 전면·부분파업을 반복해왔다. 2018년 임단협은 2019년 6월에서야 타결되고, 지난해 임단협도 올해 4월 타결됐다. 현재는 올해 임단협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XM3 성공 출시 격려금, 임금피크제·고과제도 폐지, 단일 호봉제 실시 등 조건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고임금을 받고 있다는 점과 올해 코로나19로 실적 타격을 입은 점 등을 들어 요구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후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했고, 강성으로 평가받는 박종규 노조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해 이달부터 새 임기가 시작되면서 투쟁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의 올해 부진한 성적이 예상되는 가운데, 노조 리스크가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시뇨라 사장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지난 10월까지의 임기 이후 자동 유임된 그에게 내년 한 해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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