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올 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친 가운데, 건설업계는 파고를 넘기 위한 사투를 벌였다.

일부 건설사들은 해외 사업 강화에 나서는가 하면, 어떤 건설사는 내수 시장으로 복귀해 주택사업에 매진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코로나 사태는 장기화로 치달으면서 건설사들의 목줄을 죄고 있다. 더욱이 정부의 갈지자 부동산 정책도 한몫 거들면서 업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업계 맏형 현대건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뉴스락]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뉴스락]
◆재무 전문가의 등장에 술렁인 업계

현대건설을 이끄는 박동욱 사장은 지난 2018년 3월 취임했다. 전임 사장이었던 정수현 사장이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상근고문으로 물러나면서 바통을 이어받았다.

박 사장은 정 전 사장과 달리 엔지니어 출신이 아닌 재무통이었다.

당시 어두운 건설업황의 미래에 대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의 발탁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소위 구원투수였던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박 사장의 등장에 '현대의 전략'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수장인 정의선 회장이 부회장이던 시절, 현대글로비스에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졌다.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현대차는 현대건설 인수, 현대엠코·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피하려는 꼼수라는 것. 이는 정의선 회장이 당시 그룹 계열사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한 밑 작업이라는 추측까지 불러일으켰다.

이 모든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기존 엔지니어를 앞세운 현대건설이 재무 전문가로 사장을 바꿔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정 회장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식이라도 한 듯, 정 회장의 최측근인 박동욱 사장이 현대건설 사장으로 취임했다.

2014년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으로 경영권 기반을 다진 정의선 당시 부회장은 이듬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았다. 이에 규제를 피해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낮추는 작업을 했다.

현대차는 현대건설 인수 이후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이 이뤄질 것이라는 추측에 현대건설과 현대엠코의 역할을 분명히 나눈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잠재웠다.

한편 현대차가 주장했던 박동욱 사장 취임 이유인 '재무 분야 반등'에서 박 사장과 그해 현대건설은 맥을 추지 못했다.

2018년 실적은 매출 16조 7309억원, 영업이익 8400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0.9%, 14.8% 하락했다.

특히 총 수주 19조 339억원에서 해외 수주는 7조 848억원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국내 수주는 11조 9491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대폭 감소해 구원투수로서의 주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재무 전문가로 현대건설의 실적 상승을 기대했던 첫해의 실적 하락이라는 쓰디쓴 고배 이후 이듬해인 2019년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은 경기불황에도 해외 수주를 확대하고, 신시장·신사업 다각화의 포부 및 신년사 전달했다.

2019년 신년사를 통해 임기 첫해인 2018년보다 26.6% 증가한 24조 1000억원을 수주 목표했다. 매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6%, 19% 증가를 목표로 삼았다.

박 사장은 신년사에 밝힌 포부를 증명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수주를 따냈다.

현대건설은 2019년 영업이익 8821억원, 매출액 17조 299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0%, 3.4% 증가를 기록했다. 수주액은 2018년 대비 27.4% 증가한 24조 2521억원을 기록했다.

박 사장의 경영 전략으로 현대건설은 건설업 불황에도 성장세를 보였다. 그간의 경영 전략을 수익성 중심 내실 경영으로 변경한 것이 매출 반등의 핵심이 됐다.

실적 상승세를 탄 박동욱 사장은 2019년 수주 상승 목표를 밝힌 데에 이어, 2020년 신년사에서는 1조 클럽 달성을 제시했다.

올해 경영 목표는 매출 17조 4000억원, 수주 25조 1000억원으로 정했으며, 플랜트·복합개발·해양항만·석탄발전 등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추가 수주를 이어갈 계획을 발표했다.

박 사장이 이끄는 현대건설은 2020년 신년사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였다. 2020년 해외 수주, 국내 아파트 분양, 주택 분양 물량 확대 등 2021년 실적 개선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갈 수 없었다. 2015년 역대 최고 매출 19조 2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하락하는 현대건설의 매출액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난조를 보였다.

현대건설이 발표한 올 3분기 실적은 21조 891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2% 성장했다.  현대건설의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유사했지만, 영업이익이 33% 감소한 4591억원으로 예상돼, 기존 1조원 클럽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또 해외수주 역대 최대 규모인 파마나 메트로 3호선 사업 공동 수주에서 51%의 가장 높은 지분을 차지해 2021년 수주 전망도 밝은 상황이다.

◆실적 반등에도 끊이지 않는 안전사고 논란

2017년에 비해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한 현대건설과 박동욱 사장은 건설 현장에서 4명의 사망자 발생, 사기 임대차 계약 의혹 등 대내외적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취임 첫해를 겪었다.

현대건설은 건설 현장 사고 발생 시 지급되는 산재보험 급여를 국내 전체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인 471억원을 수령했고, 이에 업무상 재해·현장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2019년 국정감사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2018년 국내외 수주, 도시정비사업으로 업계 1위를 기록하는 등 현대건설은 실적 반등을 탔지만, 건설사의 가장 기본인 건설 현장에서 관리 소홀·사고 발생에 대한 조치가 여전히 부족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저류 배수 시설 확장공사 당시 폭우가 예고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해 현장에서 근로자 3명이 숨지고, 금빛 노을 교 외곽순환도로 공사를 하던 인부가 사망하는 등 최다 사망 불명예를 얻었다.

한편 사장 취임식에서 '현장안전'을 강조했던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의 취임사에도 임기 내내 건설 현장 사건·사고는 매년 발생했고 2020년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대건설은 경기 김포 향산 힐스테이트 리버시티 부실 공사로 입주자들의 원성을 샀다. 욕실 샤워기 헤드에서 쇠침이 나오고, 단지 천장에서 건설 쓰레기가 발견됐으며 베란다 물 역류 등 공사 전반에 걸친 논란이 추가됐다. 또 현대건설이 시공을 담당한 한빛 원자력발전소 3·4호기에서 다수의 구멍이 발견돼 부실 공사 구설에 오르내리며 굴욕을 겪었다.

여기에 근로기준법, 퇴직급여법 등 노동관계법률 위반이 업계 중 가장 많은 34건으로 집계돼 명예가 실추됐다.

또 현대건설은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에 하도급대금 조정의무 위반행위, 계약금액 조정사유 및 내용에 관한 통지의무 위반행위로 불공정하도급거래위반시정조치를 받았다. 

2013년 나원터널 및 연약지반 토공사공사를 하청받은 A하도급업체는 설계변경으로 계약금액을 증액 받았음에도 하도급대금을 조정하지 않았고, 설계변경으로 계약금액을 증액 받고 그 내용과 사유를 A업체에 통지하지 않았다. 이러한 하도급거래법위반으로 공정위는 재발방지명령을 내렸다. 

많은 구설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주택 분양물량 확대와 해외 수주액 성장으로, 박동욱 사장의 경영 실적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더 크게 작용해 2021년 연임 가능성이 거론됐다.

임기 첫해의 실적은 부진했지만 경영전략변경으로 하락세 이후 계속해서 성장세를 보인다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건설 현장에서의 연이은 사망 사고, 부실 공사 등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킨 부분에 있어 정확한 해명 혹은 개선 사안 발표가 없었던 부분에서 아쉬운 목소리를 낳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업계 예상보다 빨리 진행돼 박 사장의 현대차 이동설(說)도 등장했다.

현대차에서 재무 전문가로 통했던 전력과 앞서 언급된 현대건설 물밑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측근인 박 사장을 다시 현대차그룹에 부른다는 것.

재무에 능통한 박 사장을 현대차로 이동시킨다는 것은 현대차의 재경 분야를 지금보다 더 탄탄하게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현대건설은 <뉴스락>과 통화에서 "(위 내용을 비롯한 전반적인 인사와 관련해)아는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현대건설의 그간 인사 발표를 비춰보면 오는 12월 초 인사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박동옥 사장은...

박동욱(사진) 사장은 지난 2018년 3월 현대건설 사장으로 취임해 임기중에 있다.

박 사장은 1988년 현대건설 재경본부장으로 재직한 이후 △현대자동차 재경사업부장 △현대건설 재경본부장 △현대건설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박 사장은 "미래 투자 전략을 통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경영철학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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