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NH농협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후보군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서 ‘깜깜이 인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농협금융지주는 김광수 전 농협금융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기 위해 차기 회장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1일 차기 회장 후보군을 확정했으며 연말까지 최종 후보자를 추려낼 예정이다.

농협금융 내규에는 현 회장이 사임하게 되면 지체없이 임원후보추천회를 소집해 40일 이내에 최종 후보를 추천하게 돼 있다.

다만, 임추위는 최종 후보자 1명이 확정될 때까지 후보군의 명단과 인원 등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했다.

농협금융지주 본점 전경. 사진 NH농협금융지주 제공 [뉴스락]
농협금융지주 본점 전경. 사진 NH농협금융지주 제공 [뉴스락]
◆‘깜깜이 인사’ 논란…농협금융 “별다른 이유 없다”

일각에서는 회장 선임 과정의 비공개 결정에 대해 농협금융 측이 ‘관피아 논란’을 의식했다는 시각이다.

그동안 농협금융 회장은 내부출신인 초대 신충식 전 회장을 제외하면 최근 사임한 김광수 전 회장까지 전부 경제관료 출신들이 맡아온 까닭에 관피아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이번 차기 회장 후보군에도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 협상대사,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서태종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 관료 출신 인사들이 언급되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농협금융의 비공개 결정을 두고 ‘깜깜이 인사’라는 지적도 일었다.

농협금융이 ‘관피아 논란’ 부담으로 후보군 비공개 결정을 했다지만,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

후보군 비공개는 이번만이 아니다. 농협금융은 그동안 회장 선임 과정을 외부에 공개한 적이 없다.

앞선 김광수 전 회장의 선임 당시에도 농협금융은 최종 후보 선정 이전까지의 후보군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또 농협금융은 후보군 비공개 이유에 대해서도 별다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통상 단독 후보가 결정됐을 때 공개를 해왔으며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현재 신한·KB·하나금융 등 타 금융지주들은 회장 인선 과정의 투명성 제고의 일환으로 후보들 숏리스트 및 일정들을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권 한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후보군 등에 대한 공개가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몇 년 전, 금융당국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관련 투명하게 진행하라는 이야기가 나온 이후로는 공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행법, 후보 관련 공시 정기주총 ‘20일전’부터

현행법에는 최고경영자 선임과 관련 명단, 경력 등 후보자와 관련된 사항을 정기주주총회 20일전부터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13년 6월 지배구조 관련 주요 문제점 점검과 바람직한 지배구조상 정립의 일환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

방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해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을 내실화 △사외이사 연임·보상과 역할·책임에 대한 평가를 연계 △지배구조 운영실태에 대한 시장감시 활성화 여건 조성 등이 담겼다.

이 중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해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을 내실화’와 관련 이사회가 △CEO승계계획 수립 △상시적 CEO후보군 관리 △CEO후보추천 △CEO후보 검증 등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특히, CEO승계원칙을 내실 있게 수립토록 하고, 승계원칙과 실제CEO 후보 선임과정이 소상히 외부에 공시될 수 있도록 했다.

또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과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권한과 책임 △임원후보추천위원회 후보자와 제안자와의 관계 △최고경영자 후보자 추천 이유 △최고경영자 후보자의 경력 △이사회가 정한 임원후보추천 관련 사항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매년 작성해 다음연도 정기주주총회일 20일 전부터 이를 공시해야 한다.

다만, 통상 3월에 열리는 주주총회와 이에 앞서 연말 즈음에 열리는 임추위·회추위 등 회장 선임 절차 기간 사이에 차이는 존재한다.

즉, 금융회사들이 최종후보자와 관련한 사항을 자의적으로 밝히지 않는 이상 외부에서는 정기주주총회일에 근접해야 후보군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 “인사 투명성 높여야” 목소리 커져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이유들로 농협금융이 회장 후보군 과정을 좀 더 투명하게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보통 내부인사 위주로 경영능력 평가 등에 의해서 금융지주 회장이 선출되는 경로가 대부분 확립이 됐다”며 “이런 추세 속에서 농협금융지주가 비공개 인사 관행을 유지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명한 인사를 실시하는 것은 전체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조 또한 ‘관료 출신’ 인사를 반대한다는 의견과 함께 ‘인사 절차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 1일과 15일, 농협 노조는 ‘관료 출신’ 인사에 반대한다며 농협의 특수성을 이해할 수 있는 내부출신 인사를 차기 회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낸 바 있다.

NH농협지부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노조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노동이사제를 비롯한 경영투명화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측에서는 보안사항이라며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또한, 전 인사과정에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자는 것은 모든 노동조합에서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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