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산업을 넘어 경제 전반에서 글로벌 규모 악재를 맞닥뜨린 2020년이 어느덧 저물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범국가적인 타격을 입은 가운데, 산업 중에서도 특히 중공업, 철강업, 자동차산업, 정유업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모진 풍파로 기억될 2020년 한 해, 철강 대표 기업들의 생존기(記)는 어땠을까.

<뉴스락>이 키워드를 통해 조명해봤다.

왼쪽부터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동국제강 당진공장.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왼쪽부터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동국제강 당진공장.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 코로나19 실적 타격...‘해뜰날’ 오나

철강업계에선 업계 1위 포스코마저 어려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포스코는 3분기 누적 매출액 42조606억원, 누적 영업이익 1조611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3분기 누적 대비 각각 12.8%, 47.3% 감소했다.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별도기준 10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연결 1677억원)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강판 수요 감소 등 업황이 위축됐음에도, 철강업 특성상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 없어 막대한 고정비를 지출하는 등 불황 타격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반기 철강 수요 회복으로 3분기 연결 영업이익 6667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분기 77% 불과했던 공장 가동률을 현재 90%까지 끌어올렸다. 안정된 하반기 실적 회복을 통해 올해 출혈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4분기 포스코 예상 매출액은 15조2143억원, 영업이익은 8233억원으로, 예상치가 들어맞을 경우 영업이익은 전년 4분기 대비 47.6% 증가하게 된다.

현대제철 역시 포스코와 유사한 상황에서 3분기 누적 매출액 13조2428억원, 누적 영업이익 17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3분기 누적 대비 15.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3분기 누적 4791억원에서 무려 96.3%가 감소했다.

다만 분기별 실적으로는 1분기 영업손실 297억원으로 시작했던 것과 달리, 2분기 영업이익 140억원, 3분기 334억원으로 흑자전환의 폭을 차츰 늘려가고 있다.

동국제강은 3분기 누적 매출액 3조8278억원, 누적 영업이익 2416억원을 기록, 전년 3분기 누적 대비 매출은 10.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1.0% 증가했다.

동국제강은 탄력적 운영이 가능한 전기로 중심 공정을 운용하고 있어 포스코, 현대제철만큼 철강 수요 감소에 따른 고정비 지출이 적었기 때문에 효율적인 경영을 이어갈 수 있었다. 특히 2분기 주력 제품 봉형강 마진이 커져 수익성도 높였다.

3분기 매출은 1조2975억원, 영업이익은 85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각각 0.3%, 14.1% 감소했지만, 4분기 컬러강판 생산량 확대 등 고부가상품 경쟁력을 강화해 실적을 선방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월 말 현대제철은 당진시와 환경개선 및 온실가스 저감 업무협약식을 체결했다. 사진 현대제철 제공 [뉴스락]
지난 10월 말 현대제철은 당진시와 환경개선 및 온실가스 저감 업무협약식을 체결했다. 사진 현대제철 제공 [뉴스락]
◆ AI·친환경·수소 등 생존전략 모색..."변신은 무죄"

철강업계에도 친환경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출 신성장 동력 찾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제철소 설비에 속도를 내고 있는 포스코는, 전기차용 초경량·고강도 차체, 배터리팩 소재, 전기차 모터용 전기강판 등 친환경차 부품으로 쓰이는 제품군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 중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다는 불명예를 탈피하고 친환경 경영에 발맞추기 위해 최정우 회장을 중심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개념)’ 달성 목표를 선언했다.

이를 위해 기존 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설비와 친환경 설비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탄소중립의 키(key)가 될 수 있는 수소 사업 활성화를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그린수소 사업 공동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2050년까지 수소 500만톤을 생산·판매해 연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 역시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던 친환경 설비 강화와 동시에 수소 및 수소전기차용 부품 생산 등 비철강 부문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부터 당진제철소에 신규 대기오염물질 저감장치 ‘소결로 배가스 처리장치(SGTS: Sinter Gas Treatment System)’를 구축, 1,2소결공장에 이어 3소결공장 설치를 마쳤다.

또, 고로 특정 작업 중 가스와 함께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가스 청정 밸브’를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개발해 국제·유럽 특허 등록을 마쳤다. 현재 상용화 작업 중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원료창고의 전자맵 구현 등 원료 운영 최적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스마트 팩토리를 추구함과 동시에,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발돋움 중인 현대차그룹의 변화에 발맞춰 중장기 수소 비전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금속분리판과 부생가스를 이용한 수소 생산 확대에 집중해, 현재 연간 3500t 수준인 수소 생산 능력을 10배 규모까지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친환경 설비 투자 확대에 나선다. 내년 포항공장 형강생산라인의 가열로에 SCR 설비 1기를, 부산공장의 용융아연도금(CGL) 생산라인에 4기의 SCR 설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SCR 설비는 조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을 선택적 촉매 환원법에 따라 수증기나 질소 등 무해한 가스 성분으로 전환하는 대기오염 방지 설비다.

또, 당진공장 유휴공간에 한국수력원자력과 손잡고 13MW급 태양광 발전 시설을 건설한다. 내년 6월 준공이 완료되면 연 4200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약 1만5900MWh의 전기가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도 고부가 가치 제품에 해당하는 카멜레온 컬러강판(보는 방향에 따라 색상·모양이 변함), 항균 컬러강판 럭스틸 바이오 등 신제품 출시를 지속하며 초격차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제공 [뉴스락]
사진 픽사베이 제공 [뉴스락]
◆ 직급·호칭체계 변화, 젊어지는 철강업계

최정우 회장의 연임이 확정된 포스코는 '혁신과 성장'이라는 모토에 맞는 2기체제 인사를 21일 단행했다. CEO직속으로 산업가스·수소사업부와 물류사업부를 신설해 그룹 내 우수 인력들을 승진·배치했다. 2차전지소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포스코케미칼 에너지소재본부를 에너지소재사업부로 개편하고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는 등 수소사업의 원년이 될 내년을 위해 신사업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포스코는 임직원 평가에 협업 성과를 반영하는 ‘협업 포인트제’를 실시하고, 사내 기술상담 어플리케이션 ‘오픈 연구소’와 사내 지식공유 동영상 플랫폼인 ‘포스튜브’를 오픈하는 등 소위 MZ세대와의 융화를 통한 유기적인 조직문화 촉진을 도모했다.

이와 함께 신사업에 걸맞는 인재 양성에도 나섰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IT기초지식 학습부터 AI알고리즘을 활용한 심화교육과정까지 IT역량을 4개 레벨로 구분해 육성하는 ‘뉴칼라 레벨 인증제’를 실시하고, 사내벤처 프로그램 ‘포벤처스’ 2기를 출범하기도 했다.

이러한 계획들은 단기간이 아닌 그룹 차원의 장기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시행되는 것인 만큼, 내년에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포스코는 이미 지난 2015년부터 그룹 계열사간 직원들의 위화감을 해소하고 일체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P’직급체계를 도입했다. P직급은 P1(신입)부터 P13(회장)까지 그룹사 직급을 모두 통합한 통합직급체계다.

현대제철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직급과 호칭 체계를 단순화했다. 임원은 기존 사장 이하 6단계 직급(이사대우-이사-상무-전무-부사장-사장)에서 4단계(상무-전무-부사장-사장)로 축소했다. 이사대우, 이사, 상무까지의 3단계 임원 직급을 하나로 통합했다.

일반 직원 직급도 기존 직위와 연공(여러 해 동안 근무한 공로) 중심의 6단계에서 역할에 따라 4단계로 단순화시켰다. 5급 사원과 4급 사원은 G1으로, 대리는 G2, 과장은 G3, 차장과 부장은 G4로 통합했다. 호칭은 더 단순화해 G1~G2는 ‘매니저’, G3~G4는 ‘책임매니저’의 2단계로 변경했다.

이 같은 조직문화 개편과 함께 현대제철은 김용환 부회장이 용퇴함에 따라 안동일 대표이사 사장 단독 체제로 운영되는 인사 개편도 실시했다.

그동안 안동일 사장이 4차 산업혁명 대응 및 신사업 확대를 주도해온 만큼 현대제철은 이번 인사 개편을 통해 내년 미래사업 준비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대부분 임원 유임을 통해 실적 안정화를 이끈 동국제강은 올해 역시 안정화에 중점을 둔 인사를 단행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4세인 장선익 경영전략팀장이 상무로 승진했다.

아울러 내년 1월부로 직급 간소화를 실시한다. 관리직을 대상으로 현행 6단계(사원-대리-과장-차장-부부장-부장) 직위를 4단계(사원-과장-차장-부장)로 축소하고, 현행 차장 이상 직급을 전문가그룹, 과장 이하 그룹을 예비전문가그룹으로 분류할 계획이다.

회사 성과에 핵심적으로 기여하는 인력 양성을 위해 평가와 승진제도 역시 개선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이미 2017년 11월부터 자유계약(FA) 인사제도를 도입해 유연한 조직구조를 구성하고자 했다. 이 제도는 직원들이 해마다 본인의 희망에 따라 부서와 직무를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구성원을 종합형 인재로 키움과 동시에 다양한 경험으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중공업에 이어 철강업계에서도 유연한 조직개편이 이뤄지고 있는 이 같은 행보는,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다소 보수적이었던 중후장대 산업 역시 변화해가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1월 말 폭발사고로 3명의 근로자가 숨진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고 현장 모습. 사진 소방청 제공 [뉴스락]
11월 말 폭발사고로 3명의 근로자가 숨진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고 현장 모습. 사진 소방청 제공 [뉴스락]
◆ “올해도 바람 잘 날 없었다” 사건·사고 이어져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효율성을 추구하며 악착같이 버텨온 철강기업들이지만, 올해도 각종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았던 한 해였다.

포스코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광양제철소 폭발사고로 5명이 중경상을 입은 데 이어, 지난달 24일에도 광양제철소 제1고로 부근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3명이 숨졌다.

지난 7월 광양제철소 3코크스 공장 코크스(철광석을 녹이기 위해 석탄을 가열하는 장비) 5호기 근처에서 50대 정규직 근로자 1명이 추락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이달 9일에는 포항제철소 3소결 공장에서 하청업체 직원 1명이 추락 사망하는 등 추락사도 잇따랐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안전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사고와 비슷한 대책으로 인해 미봉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안전사고 방지는 실제로 연임된 최 회장의 최대 과제이기도 하다.

현대제철은 포스코, 동국제강과 달리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측과, 최근 실적 반등세를 고려한 노조의 요구가 대립하는 모양새다.

이미 노조가 지난달 9~11일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시켰고, 21일부터 현대제철 울산공장이 협력사 노조 파업에 따라 생산중단에 돌입해 혼란스러운 연말을 맞게 됐다.

동국제강은 올해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한 사례는 없지만, 연이은 입찰담합 행위에 따른 과징금 부과가 사법 리스크 및 재무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동국제강은 현대제철, 대한제강 등과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철스크랩 구매 가격을 담합해오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최근 적발됐다.

이들의 담합 관련 매출액은 공정위 추산 약 30조원으로, 매출의 10% 범위 내 과징금을 추산한다고 가정할 때 최대 총 3조원의 과징금까지 부과될 수 있어 막대한 재정적 부담이 발생할 리스크가 생겼다.

더 큰 문제는 유사 법 위반행위가 반복돼 가중처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동국제강과 현대제철, 대한제강 등 철강사는 2018년 9월에도 철근 가격 담합행위가 적발돼 총 1000억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중 동국제강은 302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당시 공정위는 이들 기업을 검찰 고발해 관련 행정소송이 현재 진행 중이다. 때문에 이번 공정위의 제재 결과가 행정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위반행위에 대한 공정위 전원회의는 내년 초쯤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지난해 연이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연봉으로 총 24억9500만원을 수령해 국내 철강업계 경영진 중 1위를 기록하면서 눈총을 받기도 했다.

장 회장의 뒤를 이어 장세욱 부회장이 20억1700만원을 수령하는 등 형제가 업계 1위 포스코의 최정우 회장(16억1700만원)보다 더 높은 연봉을 각각 받아갔다.

회사 정책과 기여도에 따른 연봉을 수령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나, 당시 업계에선 지난해 동국제강의 자회사 7곳이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지는 등 만년 적자를 탈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高)연봉’을 수령한 오너 일가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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