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내러티브] 며칠 전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5살된 아이를 키우는 여성분이었습니다. 전화 너머로 듣기로도 그녀는 매우 화가 나 있는 듯했습니다.

"아이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이런  불량제품을 파는 기업은 망해야 한다."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누가 이토록 그녀를 화나게 했을까요?

'뽀로로' 때문이었습니다. 흥분을 가라앉힌 그녀는 차분히 '뽀로로에 대한 가중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지난 4월 26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유아용품 등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 불량 제품에 대한 수거·교환 등 리콜조치를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그녀를 화나게 한 뽀로로도 여기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유진로봇(지나월드)에서 제조판매한 유아용삼륜차(모델명:뽀로로 큐티원 자전거)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최대 12배)과 카드뮴(3.2배), 프탈레이트계 가소제19배) 등 유해물질이 다량 검출됐던 것입니다.

그녀는 이 지나월드에서 만든 뽀로로 자전거를 자신의 다섯살 아이한테 사줬던 것입니다.

사실 그녀뿐만 아니라 전국 유아맘들 사이에서는 이 뽀로로 자전거는 대단한 인기입니다.

그런데 그녀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녀는 왜 '상습' '가중처벌'이란 섬뜩한(?) 단어를 사용했을까요?

이유는 지나월드가 2년 전에도 똑같은 일로 적발됐기 때문이었습니다. 2015년 5월 지나월드에서 제조생산한 '뽀로로 베스트 자전거'의 일부 생산 lot분의 안장원단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를 초과 검출돼 리콜 및 교환 조치됐던 것입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하는 환경호르몬 추정물질로 각별한 주의 관리가 필요한 물질.(두산백과 참조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233287&cid=40942&categoryId=32392)

그녀의 말대로 당시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니 지나월드는 홈페이지에 관련 안내문을 공지했습니다.

이 안내문에는 이런 문구가 눈에 띕니다.

"제품 생산과정의 문제로 인하여 고객님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 다시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중략) 

앞으로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더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나월드 배상

그런데 2년이 지나 또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나월드 측이 억울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사기관마다 검사 영역과 방법 그리고 제품에 따라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아직도 뽀로로 큐티원 자전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전 지나월드도 문제이지만 정부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정부가 부여한  KC인증을 더이상 믿을 수  없어요."

"쿠팡 등 쇼셜커머스에서는 버젓이 문제의  자전거를 판매하고 있어요. 소비자를 기망하고 있다고 봐요."

그녀의 주장대로 문제의 뽀로로 큐티원 자전거는 정부로부터 KC인증을 받은 제품입니다.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에 의거한 KC인증은 만 13세 이하 어린이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과 부속품에  제품 안전성을 인증하는 국가 공인 인증 마크입니다.

2016년 6월 이전까지만해도 KC인증을 획득하지 않고 제품을 유통했을 경우 제품을 제조한 업자(기업)에게만 책임을 물었지만 6월 이후부터는 유통사, 판매 중개업자, 해외직구, 구매 대행업자 등도 제조업자와 동일한 책임을 지도록 한층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유진로봇 지나월드의 경우 불과 2년전에도 유사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으면서도 당국은 이번에도 리콜 조치와 함께 몇백만원의 벌금을 부과한 게 고작입니다.

그녀의 말대로 가중처벌은 커녕 솜방망이 처벌이란 말이 나옵니다.

생각해보면 당국 입장에서는 난처할 겁니다. KC인증을 해줘놓고 뒤늦게 취소 또는 리콜, 벌금 조치를 내린다면 당국 스스로가 제품 안전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못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니깐요.

사진1. 쇼셜커머스 쿠팡에서는 유진로봇 지나월드 '뽀로로 큐티원 자전거'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2. 뽀로로 큐티원 자전거에 대한 제품세부사항이다.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에 따른 KC인증을 획득했다는 표시도 눈에 띈다. 출시년월은 2016년 9월이다. 사진3. 지나월드 홈페이지에 올라온 '뽀로로 큐티원 자전거' 리콜 안내문.

하나 더, 그녀의 주장대로 문제의 뽀로로 큐티원 자전거는 쇼셜커머스 쿠팡을 비롯 이마트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옥션,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에서는 판매가 되고 있지 않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물론 오픈마켓 전부를 확인해보지 못한터라 당국의 정밀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어린이용품 뿐만 아니라 화장품, 식품 등에서도 유해물질이 검출돼 판매중지 조치됐으면서도 오픈마켓에서 해당 제품을 검색해보면 '품절' 정도의 간단한 문구로 제품이 판매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알립니다.

당국은 유해물질 등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하는(가할수 있는) 제품이 적발됐을 경우 제조업자 뿐만 아니라 판매업자, 중개업자 등에게도 반드시 고지하고 국민(소비자) 누구나 식별할 수 있도록 '큰 글씨'로 이를 알릴 의무를 부과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발진 논란을 일으킨 보니코리아의 유아용 에어매트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유아맘들 사이에서는 원성이 자자합니다. 보니코리아 에어매트를 사용한 아이의 몸에서 발진과 두드러기 등이 나타났다는 피해 사례가 잇따라 접수됐어야 뒤늦게 조사에 착수한 겁니다.

애초부터 KC인증 부여하기 전 안전성 평가를 제대로 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도 않았겠지요.

전문가들은 다른 업종보다 유아·어린이용품을 제조하는 업자들에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제조물배상책임보험(PL) 가입과 최소 한도를 한층 더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합니다. 

"내 아이가 입고, 마시고, 가지고 논다는 마음으로 제품을 만들고 팔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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