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대한민국에서 5인 미만이 모이면 빠지지 않고 나누는 얘기가 있다. 하나는 코로나, 또 하나는 주식, 그리고 부동산이다. 

임기말의 현 정권을 요약하면 이 세가지로 압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 특히 부동산은 현 정부의 아픈 손가락이다. 지금까지 내놓은 여럿 부동산 정책들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은 배가 됐을 터이다. 

최근 국토부 장관이 새로 임명되면서 조만간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획기적인 부동산 정책이 발표될 것으로 시장에서는 설왕설래이지만, 한켠으로는 고개를 절레인다.    

대한민국에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용수철 같은 부동산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회의감이 팽배하다. 

그 중심에 '서울 강남'이 황금구렁이가 또아리를 틀 듯 반세기 동안 자리잡고 있다. 

<뉴스락>은 2015년 1월 개봉 영화 '강남1970'(감독 유하)를 통해 욕망의 구렁이가 어떻게 강남에 또아리를 틀게 됐는지 명작 속으로 들어가봤다.  

강남1970. 쇼박스 제공. [뉴스락]
강남1970. 쇼박스 제공. [뉴스락]
◆ 고아 출신 의형제의 출세와 권력을 향한 욕망....그 중심에 '강남'

"난 네가 없이 살아도, 사람답게 살았으면 좋겠다"

영화 '강남1970'은 허허벌판 강남이 지금의 화려한 모습을 갖춰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놓은 영화다.

서울 영등포 동쪽에 있어 영동이라 불리던 지난날의 강남을 70년대 초 제2의 수도로 만든다는, 일명 '남서울 개발계획'을 배경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1970년 11월 양택식 당시 서울특별시장은 '남서울 개발계획'을 발표한다. 남서울 개발계획은 △강남으로 인구 분산 △서울특별시 균형발전 △한국전력공사 등 12개 국영기업이 입주할 종합청사 신축 △신축종합청사에서 근무할 직원들의 주택용지 등 도시기반시설이 완비된 현대적인 신시가지 조성을 목적으로 구성됐다.

남서울 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강남(당시 영동)은 정·재계를 비롯 조직폭력배까지 뒤엉켜 욕망이 춤추는 땅이 된다.

그리고 고아 출신 의형제 종대(이민호)와 용기(김래원)가 욕망을 좇아 '황금알을 낳는 땅' 강남으로 향한다. 

강남1970의 두 주인공 용기(김래원)와 종대(이민호). 쇼박스 제공 [뉴스락]

"설계 한번 근사하게 해봐"

개발계획자들이 계획한 대로, 요즘말로는 부동산 디벨로퍼가 원하는대로 땅은 목적을 띄게 되고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당시 강남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은 정부 정책이라는 공신력과 조직폭력배의 그럴싸한 유혹과 압박에 땅을 헐값으로 팔면서도 농사짓던 땅이 생각지도 못한 고가에 거래돼 마냥 기뻐한다. 사실 떼돈을 벌 사람은 이미 내정돼 있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영화 속에서는 정치인을 내세운다. 당시 남서울 개발계획이 발표했을 무렵 정치권은 대선을 앞둔 상황이었다.

대선에 필요한 정치 자금 조달을 위해 수익금이 필요했고, 이 수익금을 서울 신도시 개발을 통해 모으려는 움직임을 영화에서는 그려진다.

정치인들은 대내외 구설에 오르면 이미지에 직격탄을 맞을 것을 우려해 직접 전면에 나서진 않는다. 기업을 이동시켜 입지 발달을 확고히 하고 동시에 당시 개발 구역에 살던 사람들의 땅을 헐값에 매수하기 위해 조직폭력배를 이용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점에서 반세기를 거슬러 올라와 오는 4월 치러지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도 정치권에서 부동산 정책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여야간 내세운 후보 진영에서 '강남 불패 신화'를 무너뜨리기 위한 정책을 비교해 보는 것도 영화를 다시 보는 쏠쏠한 재미일 것 같다.   

강남1970 스틸컷. 쇼박스 제공. [뉴스락]
강남1970 스틸컷. 쇼박스 제공. [뉴스락]

"어디서 건방지게 니들이 땅을"

조직폭력배들은 '이 땅에 왜 정·재계가 목숨을 걸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수고비가 아닌 땅에 욕심을 부리며 본인 몫의 땅을 챙긴다. 이를 알게 된 정치 권력은 이런 말을 던진다.

당시 땅은 권력으로 통했고 아무나 살 수도, 이익을 챙길 수도 없는 '힘'이었다. 힘에 욕심을 보인 조직폭력배는 정치 권력에 의해 씁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고 남서울 개발계획은 성황리에 마무리돼 지금 강남의 모습을 얼추 갖추게 된다.

남서울 개발계획. 강남구청홈페이지. [뉴스락]
남서울 개발계획. 강남구청홈페이지. [뉴스락]

이후 실제 '강남'은 1966년 경부고속도로가 만들어지고 1970년대 중반까지 토지정리에 나서면서 급변하기 시작한다.

당시 강남은 빈민층의 대표 주거지역이었기 때문에 개발 초창기 강북에서 강남으로 주거지를 이동하려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적었다.

강북의 인구 밀집을 분산하기 위해 60만 시민 이동을 계획했던 서울시는 1976년부터 경기고등학교를 비롯한 명문고등학교를 강남으로 강제 이주시켜 8학군을 형성, 주거지 이동을 도모했다.

학군 형성 이후 1979년 현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대규모 단지를 형성했고 평당 68만원의 고분양가 논란에도 강남에 버스터미널이 들어온다는 소문에 한 달 만에 전 세대 분양을 성황리에 마친다.

1981년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1982년 지하철 2호선 개통 등 강남은 교통의 요지로 발달하게 되고 테헤란 밸리가 조성돼 대기업들이 속속 강남에 자리를 잡게 됐다.

1990년 강남에 터를 잡은 IT기업 및 벤처기업들이 강남을 넘어 서울 전역에 일자리를 조성하고 기업과 학군의 이동으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강남 이동이 증가했다.

이후 서울의 모든 기준의 척도는 강남이 된다. 강남을 기준으로 거리, 소요 시간을 계산하게 되는 광고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사람들의 인식에서 서울의 중심은 강북이 아닌 강남으로 변하게 됐다.

그리고 현재까지 강남은 잘 갖추어진 생활 인프라로 부동산, 상권이 고공행진을 이어오게 된다.

강남 발전 과정. 강남구청홈페이지. [뉴스락]
강남 발전 과정. 강남구청홈페이지. [뉴스락]

지금 대한민국 서울의 중심 강남은 반세기에 걸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급속도로 발전했기 때문에 강남 열풍이 오래가지 못하리라 예측했던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금도 강남의 땅값은 하루를 멀다고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다.

교통·생활·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매일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강남의 부동산 거품은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남서울 개발계획의 등장 이유를 조금 비틀어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강북이 포화상태를 보이자 강남으로 분할한 계획은 강남의 발전을 가져왔지만 강북과의 편차는 역으로 커졌다. 강북 포화로 강남이 개발됐고 강남 포화로 분당, 일산을 비롯한 제2 신도시가 생겨났으며 지금 판교 등 제3 신도시도 포화 및 집값 급등을 보인다.

어쩌면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남서울 개발계획 일부인 △강남으로 인구 분산 △서울특별시 균형발전 목표가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 강남 발전이 객관적인 시각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골똘히 생각해보자.

'욕망이 춤추는 땅' 강남.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발전이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흘러갈까. 

결국 강남1970에서 처럼 강남을 쥔 자만이 등용문으로 들어서 게 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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