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에 219번째 기부자로 등록된 김봉진(오른쪽), 설보미 부부. 사진 우아한형제들 제공 [뉴스락]

[뉴스락]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의장이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다.

18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더 기빙 플레지'의 일환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내용의 기부서약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한국이 세계에서 25번 째 기빙 플레지 국가가 됐다.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지난 2010년 8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재산 사회환원 약속을 하면서 시작된 자발적 기부운동으로 현재까지 24개국, 218명(부부, 가족 등 공동명의는 1명으로 산정)이 기빙플레지 통해 기부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기부자로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CEO 앨런 머스크, 영화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 회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있다.

기빙 플레지는 기부 서약 신청자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실사, 기부 의지의 진정성에 대한 심층 인터뷰, 평판 조회 등 까다로운 자격 심사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이목이 쏠린다. 심사 이후 서약자의 이름, 사진, 선언문을 기빙플레지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회원 간의 도덕적 약속, 세계인을 상대로한 선언의 형태로 이뤄진다. 회원들은 본인의 관심사, 해결하고 싶은 이슈에 따라 향후 국내외의 적합한 자선단체, 비영리단체를 찾아 자유롭게 기부함으로써 선언을 이행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의 기빙 플레지 기부 운동에 의한 선언을 통해 한국은 세계에서 25번째로 기빙 플레지 운동에 참여한 국가가 되고 아시아에서는 7번 째 국가가 된 셈이다. 개인으로는 219번 째 기부자다.

주목할 점은 김 의장이 기부자가 되기까지 과정에서 심사를 비롯 적지않은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점이다. 

김 의장은 국내 대표 기부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도움을 요청해 우여곡절 끝에 세계공동모금회, 빌게이츠 재단, 갤러거 회장 등과 연락이 닿았고 자산 형성 과정과 나눔 의지 등을 평가 받았다.

기빙 플레지 측은 레퍼런스 체크 과정에서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2012년부터 진행 중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일화에 대해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기빙플레지 회원 국적(24개국)은 미국, 영국,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본토 및 대만, 홍콩 등 포함), 인도, 인도네시아, 키프로스, 독일,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모나코, 노르웨이, 포르투갈,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슬로베니아, 남아프리카, 스위스, 탄자니아, 터키, 우크라이나, UAE 등이 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10년 전 창업 초기 20명도 안되던 작은 회사를 운영할 때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기사를 보면서 만약 성공한다면 더기빙플레지 선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꿈꾸었는데 오늘 선언을 하게 된 것이 무척 감격스럽다”며 “제가 꾸었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고 전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서약서 전문

안녕하세요 김봉진, 설보미입니다.

우선 빌게이츠와 워런버핏 그리고 앞선 218분의 기부선언자분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은 저와 같은 수많은 창업자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으며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누군가에 의해 계속 이어져야 하며 그 이야기를 잇는 사람 중 한 명이 된 것에 대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와 저의 아내 설보미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선언합니다.

우리의 사랑스러운 자녀들 한나, 주아도 이 결정에 동의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심지어 위 사진은 한나가 찍어준 사진입니다. 그리고 셋째 다니엘은 아직 두 살이라 설명이 불가능해 훗날 자라면 누나들과 잘 설득해 보겠습니다. :-) )

이 기부선언문은 우리의 자식들에게 주는 그 어떤 것들보다도 최고의 유산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기부서약은 제가 쌓은 부가 단지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넘어선 신의 축복과 사회적 운에 그리고 수많은 분들의 도움에 의한 것임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존 롤스의 말처럼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의 원칙'에 따라 그 부를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페이스북을 통해 100억원을 3년 안에 환원하겠다는 기부 서약을 하고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 인생의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며 이제 더 큰 환원을 결정하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인생의 행복과 보람을 경험했고, 심지어 이를 통해 사업을 더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으며, 기부 과정의 실무적인 어려움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배움을 통해 우리 부부는 앞으로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그리고 자선단체들이 더욱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부 문화를 저해하는 인식적, 제도적 문제들을 개선하는데도 작은 힘이지만 보태려합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예상수명보다 훨씬 더 많이 살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지금 모든 계획을 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과거에 문제가 되지 않았던 문제들이 지금은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스타트업을 하면서 좌충우돌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여러 방식의 기부와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도전과 실패를 통해 지속적으로 배워나갈 것이며, 그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10년 전 창업 초기 20명도 안되던 작은 회사를 운영할 때 빌게이츠와 워런버핏의 기사를 보면서 만약 성공한다면 더기빙플레지 선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꿈꾸었는데요. 오늘 선언을 하게 된 것이 무척 감격스럽습니다.

제가 꾸었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누군가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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