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국내 타이어업계가 코로나19, 미국 반덤핑 관세 등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을 좀처럼 걷어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내수 시장에서마저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쌍용차가 매각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내수 시장 독주 체제를 걷고 있는 현대차-기아는 잇따라 출시하는 신차와 주력 모델 대부분에 수입 타이어를 탑재하고 있다.

보다 못한 대한타이어산업협회가 내수 진작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업계에선 소비자 선호도, 브랜드 가치 등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분석과 동시에, 소위 급할 것 없는 현대차-기아가 국내 타이어 3사(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를 두고 단가 조정 등 납품 과정에서 우위를 잡기 위한 ‘줄 세우기’ 전략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뉴스락>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사진 현대차그룹, 한국타이어(한국앤컴퍼니),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각 사 홈페이지 캡쳐 [뉴스락]
사진 현대차그룹, 한국타이어(한국앤컴퍼니),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각 사 홈페이지 캡쳐 [뉴스락]
◆ 현대차-기아 작년 호조에도 타이어업계 내수 ‘주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등록된 승용 신차는 126만126대로 전년동기대비 7.9% 증가했다.

코로나19 악재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얼어붙었지만, 이 가운데서도 현대차-기아는 전기차·수소차를 포함한 프리미엄급 신차들을 잇따라 출시하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국내 타이어업계는 완성차업체들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해 상대적으로 낙수효과를 얻지 못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2019년 완전히 바뀐 디자인이자 신차 행보의 시작을 알렸던 신형 쏘나타(DN8)와, 지난해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신형 그랜저 등 주력 모델에서 브리지스톤, 굿이어, 미쉐린, 피렐리 등 수입 타이어를 탑재했다.

기아 역시 K9, 스팅어, 카니발, 니로(하이브리드) 등 주력 모델에 수입 타이어를 탑재했으며,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에서도 G80, GV80, GV70 등에 수입 타이어를 탑재했다. 곧 출시될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5에도 수입 타이어가 탑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타이어업체가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신차용 판매(OE) 비중(대한타이어산업협회 통계)은 2017년 32.8%에서 지난해 1~10월 23.6%로 크게 떨어진 반면, 수입 타이어의 국내 판매 비중은 2016년 8.2% 수준에서 2019년 18.1%로 크게 증가해왔다.

그 사이 타이어 3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 예상액은 10조3000억원대로 추정, 전년 대비 1조원이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타이어 원자재 가격 안정화, 공장 재가동, 북미·유럽 시장 매출 증대 효과로 적자를 메꿨음에도 코로나19 여파와 내수 실적 효과를 거두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결국 타이어 3사를 회원사로 둔 대한타이어산업협회는 지난해 12월말 산업통상자원부에 공문을 보내 “국산 중대형 고급승용차 출고 시 국산 타이어 장착 기회를 제공해 소비자 후생이 증대되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의선 현대차 총괄 수석부회장. 뉴스락DB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뉴스락DB
◆ 내수 수입 타이어 선호 현상 왜? 돌파구 찾아야

업계에선 현대차-기아를 비롯 국내 완성차업체가 수입 타이어를 주로 선호하는 현상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과거 국산 타이어를 사용해오던 현대차-기아는 2015년을 기점으로 수입 타이어를 적극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제네시스를 앞세운 프리미엄 세단, 그리고 중·대형차 모델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당시 업계에선 고(高)인치 타이어에서 일부 수입 타이어 브랜드가 강세를 보였던 데다가 중·대형차량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고, 지명도에 따른 수입 타이어 브랜드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져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표면적 원인들을 꼽았다.

일각에선 2015년경 제네시스 리콜 사태를 놓고 현대차와 한국타이어(現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마찰을 빚었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당시 제네시스(BH) 타이어 편마모에 따른 진동·소음 문제가 발생해 약 4만3000대의 대규모 리콜이 단행된 바 있다.

국내 타이어업계의 기술력은 그동안 글로벌 평균을 웃돌 만큼 발전했다. 그러나 장기간 이어진 흐름이 수입 타이어를 선호하는 소비층을 두텁게 만드는 효과를 야기했고, 현대차-기아 역시 이를 무리해서 깰 필요가 없었다.

타이어업계는 이 같은 흐름에 그간 우려를 표하면서도 교체용 타이어(RE), 유럽·북미 시장 공략 강화, 내수 서비스·이벤트 강화 등을 통해 탈출구를 찾아왔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기준 북미시장 매출비중은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또, 현대차-기아가 미국에 수출한 제네시스 G90, GV80, K9(미국명 K900) 등 수출차량에서 국산 타이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 타격을 딛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 반등을 노려온 타이어업계지만, 지난해 4분기 실적 회복에 기여했던 북미·유럽을 비롯한 해외 시장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닫혔다 열리기를 반복하는 등 불안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이 지난해 12월 31일 한국 등 4개국 타이어업체에 반덤핑 관세(자국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수입업체 및 수입국가의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 예비판정을 내리면서 세 부담이 가중될 위기에 놓였다.

미국 상무부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38.07%, 금호타이어에 27.81%, 넥센타이어에 14.24% 수준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된 판단이 오는 7월 최종 확정될 예정이나, 관련 소송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농후해 아직 결과를 단정할 순 없다.

현대차-기아가 전기차·수소차 등을 앞세워 국내·외 입지를 넓히고 있고, 해외 전반의 시장 상황이 여러 불안요소를 내포하고 있어 국내 타이어업체로서는 내수 시장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했다. 지난 협회 차원의 요청이 이와 같은데서 비롯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현대차-기아는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완성차업체 입장에서 소비층의 수요를 함부로 돌리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수입 타이어 단가가 국산 타이어보다 통상 20~30% 높다는 점 등을 들어 굳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의적으로 국내 타이어업계를 도와야 완성차업계도 함께 갈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현대차-기아 입장에선 현재의 상황을 바꿀 명분이 크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되면 현대차-기아가 향후 국내 타이어업체들과의 내수 거래에서 다소 우위에 설 수 있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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