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올해 재계의 최대 화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위한 백신 보급이 본격화 된 가운데,  산업 전반에서 ESG 경영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 맞수기업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도 이러한 시대 흐름을 좇아 ESG 경영을 강조하며 산하 계열사들을 독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두 유통공룡 그룹을 이끌고 있는 오너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의 최근 ESG 경영 행보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왜 그런 것일까. <뉴스락>이 짚어봤다.

사진=각 사 [편집/뉴스락]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계열사 정기주총서 첫 '주주친화' 전자투표 도입계획..."ESG, 전략 수립시 반드시 고려해야"

 "ESG 요소는 전략을 수립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고 사회적 가치는 기업 생존 및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사항이 됐다"라며 "고객과 사회로부터 받은 신뢰를 소중히 지켜나가며, 긴 안목으로 환경과의 조화로운 성장을 추구해야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월 사장단 회의에서 ESG 경영을 재차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기업생존, 사업성패를 결정짓고 나아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사회적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앞서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고객의 신뢰를 소중히 지킬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환경과의 조화는 물론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뉴롯데'가 돼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뉴롯데를 향해 신 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면서 산하 계열사들까지 ESG경영 도입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3월 예정인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 

전자투표제는 온라인을 통해 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로,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참석할 필요 없이 휴대폰 등으로 특정 안건의 찬성 반대 의견 개진이 가능하다. 

전자투표제의 도입을 통해 소액주주들의 경영참여를 이끌어내고 기업 투명성을 재고한다는 것이다. 보통 기업은 평일 낮 주주총회를 개최하기 때문에 소액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여기에 신 회장은 모든 사업 영역에서 환경에 대한 책임을 우선순위로 고려하겠다는 계획을 내걸었다. 

롯데정밀화학 등 화학 계열사들이 최근 '그린 프로미스 2030'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2019년 수준을 유지하기로 선언했다. 

신 회장이 예고한 화학 계열사의 그린 생태계 조성 투자비용만 5조 2000억 원에 달한다.

롯데쇼핑 등 유통 계열사들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 친환경 패키징 확대, 식품 폐기물 감축 등을 공식화한 상태다. 

최근엔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에서 처음으로 ESG 데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기도 했다. 신 회장이 신년사, 사장단 회의 등에서 강조한 ESG가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모양새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해남 재래시장 방문해 '배추 광고' 촬영..."고객 변화된 요구에 광적인 집중해야"

"고객의 변화된 요구에 계속해서 광적인 집중을 해야한다"라며 "광적인 집중을 위해서느는 원활한 협업과 소통을 강화해 줘야 한다. 서로의 목소리를 더 경청해 시너지를 이끄는 소통을 부탁드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전라남도 해남의 한 지역 재래시장에 방문했다.

정 부회장이 재래시장에 방문한 이유는 이마트 해남배추 광고에 자신이 직접 출연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정 부회장은 배추를 판매하는 상인들과 만나고, 또 배추 요리를 직접 만드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은 상인들에게 말을 걸며 친근한 모습을 보이는 등 통상적인 회사 최고 책임자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정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해남배추에 대한 소비 진작은 물론 그룹 차원의 사회적 책임과도 일부 맞물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부회장으로서는 신세계그룹의 친환경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 실천하는 자원활용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9년 친환경 경영 브랜드 '이마트 투모로우'를 론칭해 친환경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다. 플라스틱 감축, 점포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등 친환경 경영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특히 이마트는 국내 대형마트 최초로 세제·섬유유연제 리필 자판기인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일부 매장에 선보였다. 친환경 세제 등을 충전 구매 가능하도록 해 자연스럽게 자원 선순환이 이뤄진다.

리필형 매장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친환경은 물론 좀더 저렴한 가격에 내용물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는 중소 협력회사의 납품대금 약 5000억 원을 조기에 지급해 코로나19로 어려운 업체들과의 상생에 여념이 없다.

이마트는 750여개 협력사에 약 1400억 원, 신세계 백화점이 3800여개 협력사에 약 2800억 원,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370여개 협력사에 약 200억 원을 지급했다.

◆ 신 회장의 '뉴롯데', 구조조정·일본 이미지·꼼수 마케팅 등 끝나지 않는 잡음

두 오너의 친환경, 사회적 책임을 내세운 행보에도 소비자들은 전혀 다르게 받아 들이는 모양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지난 2월 발표한 브랜드평판 대형마트 부문 순위에서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1위에 올랐고 롯데는 4위에 머물렀다.

실적에서도 롯데그룹 주력 계열사 롯데쇼핑은 지난 20년 만에 역대 최저 실적을 기록했고 신세계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이마트 사업부문에서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물론, 백화점 부문은 두 그룹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문제는 당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 여전히 넘어야 할 파고(波高)가 많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여타 재계 대표들에 비해 비교적 좋은 이미지를 쌓아가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 회장의 넘어야 할 파고는 구조조정 갈등·지배구조·계열사잡음 등 크게 3가지다.

우선 신 회장이 이끄는 롯데그룹은 코로나19속 온라인전환 과정에서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 관련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마트, 슈퍼 등 매장을 매우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미 지난해 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사업 전환을 위해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 200여 개 매장 폐점을 공식화 했고, 110여 개의 점포가 폐점된 상태다. 사실상 구조조정을 본격화 하면서 직원들의 생사가 촌각을 다투고 있고 노조와의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최근엔 롯데마트가 창사 이래 최초로 전 직급 4300여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던 신 회장 얘기와 다르게 직원 수가 감소하고 있고 롯데마트노조는 신 회장의 희망퇴직 실시에 대해 '절망퇴직'이라는 표현까지 했다.

반면 정 부회장의 이마트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온·오프라인의 시너지가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작년 한 해 이마트 매장을 폐점하지 않았다. 삐에로쑈핑, PK피코크 등 일부 전문점을 폐점했으나 이마트 사업 부문은 오히려 리뉴얼에 치중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코로나19 가운데서 작년 두 기업의 국민연금 가입자 감소폭은 롯데쇼핑 3248명, 이마트 632명이다.

두 번째, 롯데는 여전히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와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5년 신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실타래같은 지배구조가 드러났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자금 흐름이 모두 일본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일본기업이 아니냐 하는 국적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롯데그룹은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아사히, 무인양품 등 일본 기업과의 합작사 설립이 잦아 일본기업 이미지가 한층 두드러졌고 한일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일본불매 운동'에도 적지않은 타격을 입었다.  

일본 기업 이미지와 관련해 신 회장은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말하며 지난 2017년 롯데그룹을 지주사 체제 전환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나 아직도 일본롯데홀딩스 등이 한국 롯데 옥상옥(屋上屋)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의 99%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자금흐름이 일본으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지주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신 회장 13.04%, 호텔롯데 11.10%, 롯데알미늄 5.06%, 일본롯데홀딩스 2.49%다. 쉽게말해 일본롯데홀딩스 -> 호텔롯데 -> 롯데지주 -> 그 외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롯데홀딩스 등 일본계 지분을 65%(신주 25% 확보, 기존 지분 10% 매각)까지 낮추고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이지만 상장 추진을 얘기한 게 이미 2015년이다.

반면 정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이마트의 경우 일본 기업 등과 관계도 전무하고 지배구조도 롯데그룹과 비교했을 때 깔끔한 편이다. 이미 지난 2019년 상장 7개 계열사 주총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등 주주친화 정책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 자신의 지분을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각각 증여하면서 이마트는 정 부회장(18.55%), 신세계(백화점)은 정 총괄사장(18.56%)이 최대주주로 사실상 경영권이 분리됐다. 다만, SSG닷컴을 비롯 40여 개에 달하는 하위 계열사 간 지분정리와 내부거래 비중 등 숙제가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롯데그룹은 주력 계열사에서 연일 '잡음'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코로나19가 심각단계로 격상된 상황에서 직원들의 수당을 줄이고 연차를 강요했다는 내부 직원의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비슷한 시기 롯데마트는 마스크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KF94 마스크를 '아사히 맥주' 제품에 끼워 파는 등 꼼수 마케팅으로 비난 받았다.

최근엔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한 고객이 장애인 안내견을 동반한 채 입장하는 것을 롯데 직원이 막고 고함을 쳤다는 목격담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목격담에 따르면, 롯데마트 매니저가 퍼피워커(안내견 훈련 봉사자)를 막고 언성을 높여 해당 견주가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는 전언이다.

롯데월드와 롯데제과에서도 연차강요, 퇴직압박 등 코로나19속 내부 불만이 쏟아졌고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롯데호텔 일본 도쿄 긴시초 지점은 국문 웹페이지 지도에서 동해=동해, 독도=독도로 정상 표기했으나 그 외 국가로 변경 시 일본해, 다케시마로 표기돼 있어 논란이 일었다.

롯데택배회사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택배 배송기사 과로사 논란으로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고, 롯데하이마트는 파견직원을 자사 직원처럼 활용하고 납품업체로부터 판매장려금을 챙긴 혐의로, 이른바 '갑질'에 의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반면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노조와의 갈등 외에 이렇다할 계열사 발 논란은 아직까지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이다.

◆ "드러냈느냐 안드러냈느냐"...두 오너 차이 만든 한 끗 '소통'

정용진 부회장은 마케팅 관련 논란, 갑질 등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고 투명 경영의 일환(?)으로 SNS를 통한 시민들과의 소통이 잦고 자신의 생활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신년사의 경우 정 부회장이 그룹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직원들과 소비자들 앞에 직접 등장했다. 신년사에선 직원들에게 회사가 초점을 맞춰야 하는 부분을 강조하는가 하면 구체적으로 직원들이 잘했던 부분도 언급해 회사의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쓱닷컴의 라이브방송 등이 그것이다.

자사 이마트 광고에도 직접 출연하는 등 젊은 감각을 내세워 '용진이형'으로 불리는 웃지못할 상황까지 직면했다. 특히 강원도 농가에서 버려지는 B급 감자, 이른바 '못난이 감자'를 사달라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전화 한번에 흔쾌히 30톤의 감자를 구매해 주목 받았다. 단순 판매고를 늘리는 것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 외에도 정 부회장은 스포츠와 유통 플랫폼을 잇는 사업의 일환으로 sk와이번스를 인수했다. 돔구장 건설은 물론 복합쇼핑몰을 비롯한 다목적 시설 건립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관계기관과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마트가 와이번스 인수 직후 텍사스로부터 추신수 선수를 영입했는데, 추신수 선수가 최근 공식 인터뷰에서 영입제안 과정에서 그룹의 방향성과 '정성'을 느꼈고 그런 노력에 감사하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정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갔다왔기 때문에 추신수 선수 영입에 직접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신세계그룹 측은 이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으나 그만큼 정 부회장에 대한 신뢰도, 긍정적 이미지가 오르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정 부회장의 경우 소통이 잦다보니 본인 SNS 활동으로 인해 논란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인 상황이다.

결국 롯데그룹으로서는 전체 계열사에서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롯데 계열사와 그룹 오너간 투명하고 격없는 '소통'이 급선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 회장이 '뉴롯데'를 표방한 이후 꼼수 마케팅 논란을 비롯 전체 계열사에서 문제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혁신만 주창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신 회장의 리더십을 거론하면서 재계 5위 롯데의 추락을 '직접적으로' 예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경영 전략으로 '드러내기 경영(Visual Managent)'을 활용하고 있고 이를 통해 직원들은 물론 소비자들과도 가치관을 공유하는게 중요해지고 있다. 정 부회장과 이마트에 대한 주목도와 업계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두 기업의 논란 등에서 횟수가 차이나는 만큼 두 오너의 실적에서도 작은 차이가 나고 있는 셈이 됐다.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액에서 22조 330억 원, 영업이익 2400억 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지난 2019년 대비 각각 15.6%, 57.4% 이상 늘었고 사상 처음으로 연결기준 매출액 20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16조 760억 원, 346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 2001년 4208억 원을 넘어선 이래 처음으로 다시 3000억 원대로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 20년 만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마케팅 자체를 비판할 순 없으나 코로나 상황 속 꼼수 마케팅 등 논란은 국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어 자제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런 마케팅을 자제하는 기업이 오히려 이미지 상승 등으로 더 큰 이익을 내고 국민 정서에도 맞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