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제공 [뉴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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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규제에 나서자 은행이 대출 문을 걸어 잠궜다. 대출 한도가 낮아진 고신용자들은 빚투, 영끌 등을 위해 카드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카드사들은 더 많은 고신용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금리를 최대 4%대로 인하하는 등 저금리 마케팅에 나섰다. 카드론 이용 급증 여파는 카드사의 장기연체채권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의 누적 카드론 이용액은 35조31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4% 증가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권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고신용자들이 카드론으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연 10% 이하 금리를 적용받는 고신용자의 카드론 신규취급액이 대폭 늘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월별 카드론 신규취급액 및 잔액 등’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에서 신규 취급된 카드론 가운데 연 5% 이하 금리가 적용된 고신용 고객의 카드론 신규취급액은 310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49억원 대비 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연 10% 이하 금리가 적용된 고객의 경우에는 7977억원으로 105%가량 늘었다.

자료 김희곤 의원실 제공. 클릭하면 확대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락]
자료 김희곤 의원실 제공. 클릭하면 확대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락]

고신용 고객의 카드론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카드사 순익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카드사 7곳의 순익은 총 6조91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2% 증가했다.

이 중 카드론 순익은 전년 대비 5.11% 증가한 3조51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카드사 순익의 44.14%를 차지한다.

카드론이 카드사 수익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카드사는 더 많은 고신용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카드론 금리를 인하하고 나섰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 7곳 가운데 지난해 12월 기준 1~2등급 고신용 고객에 대한 카드론 금리는 우리카드가 연 6.64%로 가장 낮았다.

삼성카드가 8.19%, 현대카드 9.20, KB국민카드 10.54%, 하나카드 10.90%, 롯데카드 11.48%, 신한카드 12.44% 순이다.

증감률을 보면 우리카드가 지난해 12월에 7월 보다 금리를 3.09%p 낮춰 7곳 카드사 중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고,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도 각각 2.50%p, 0.92%p 인하했다.

특히 우리카드의 카드론 최저 금리는 지난해 5월 기준 연 5.90%에서 지난해 8월 연 4.00%까지 낮아졌다.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도 각각 4.90%, 4.95%로 4%대 금리를 보였다. 신한카드는 올해 들어 0.8%p를 낮춰 최저금리를 연 5.36%로 인하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고신용 고객을 위주로 대출이 늘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우려되진 않는다”며 “2003년에 카드 대란, 2009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이후 리스크 관리가 고도화돼 있다. 이런 것들을 감안한 증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드론 급증 여파는 카드사의 장기연체채권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 7곳의 지난해 9월 기준 연체율 산정 총 채권은 123조27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8% 증가했다.

이들 카드사 7곳 가운데 현대카드가 전년 동기 대비 16.69% 늘어 가장 높은 증감률을 보였다.

KB국민카드가 9.11%, 삼성카드 7.97%, 롯데카드 6.91%, 우리카드 6.50%, 신한카드 6.02%, 하나카드 5.55% 순이다.

연체 기간별로 보면 △1개월 미만 연체액 △1~3개월 연체액 △3~6개월 연체액은 소폭 줄었지만, △6개월 이상의 장기 연체액은 36.82% 늘었다.

특히 신한카드의, 현대카드, 우리카드 등 카드사 3곳의 6개월 이상 연체액은 100%를 넘게 증가했다.

신한카드가 2019년 9월 대비 116.46% 늘었고, 현대카드와 우리카드도 각각 113.69%, 106.46% 증가했다.

현대카드의 경우 3~6개월 연체액이 290.35% 대폭 증가해 눈에 띄었다. 이는 나머지 카드사들이 모두 감소세를 보인 것에 비하면 매우 이례적인 수치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금융당국의 채권 매각제한 조치가 시행되면서 연체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다”며 “연체율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올해 1월 자체적으로 관련 조직과 시스템을 신설·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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