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한진이 2대주주 HYK파트너스와의 안건 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며 이사회 측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한진은 25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 대강당에서 제65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등 안건을 상정했다.
오전 9시 시작될 예정이었던 주총은 의결권 위임장 확인 및 집계로 43분 뒤 시작돼 10시 30분경 종료됐다. 이날 주총엔 의결권 있는 주식 수의 72.41%가 참석했으며, 현장에는 약 30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의장을 맡은 류경표 사장은 인사말에서 “코로나19 여파로 고난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국민들과 기업을 위해 ‘수송보국(輸送報國)’의 창업이념으로 안정적인 물류서비스 제공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서 “한진렌터카, 부산 범일동 부지 등을 매각하고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재무건전성 강화 및 핵심사업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노력한 결과, 영업이익 1059억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류 사장은 이어 “주주 여러분들의 한결같은 격려와 성원에 감사드리며, 회사 창립 80주년이 되는 2025년에 연결기준 매출 3조5000억원, 영업이익 175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한 중기 성장 계획 ‘Vision 2025’를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의 관심은 2대주주 HYK파트너스(9.79%)와의 안건 대결이었다. HYK파트너스는 이사회 진입을 목표로 주당 배당금, 정관 변경, 이사 선임 등 이사회(사측)와 상반된 안건을 제안했다.
한우제 HYK파트너스 대표이사는 발언 기회를 통해 “쿠팡 등 신(新)유통 공룡기업들이 출연한 가운데 한진이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변화와 혁신이 절실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판단해 참여하게 됐다”면서 “주주가치 제고, 주주참여 독려, 감사위원회 독립성 제고 등을 목표로 안건을 제안했으며 회사 혁신 방안 수립에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보수한도(22억원 유지) 승인이 그대로 의결된 가운데, 주당 배당금으로는 사측이 제시한 600원이 통과됐다. HYK 측은 1000원을 제시한 바 있다.
HYK 측이 제안한 정관 일부 변경의 건(3-1~3-6호 의안)도 모두 부결됐다. HYK는 이사 최대 정원을 기존 8명에서 10명으로 늘리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지 10년이 지나지 않은 이사의 자격을 상실하는 ‘이사의 결격사유 규정 신설’, 감사위원회 구성 변경, 전자투표제·중간배당제도 도입, 집중투표제 채택 등을 안건으로 제안했으나 모두 부결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에도 사측이 제안한 김경원 세종대 대외부총장이 선임됐다. HYK 측은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선임하는 안건을 제출한 바 있다.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나 지배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는 상법 개정안(3%룰)이 적용됐지만, 투표 참여 주주의 79.03%가 김경원 사외이사의 선임에 찬성했다.
앞서 이사 최대 정원을 늘리는 안건이 부결됨에 따라 HYK 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김현겸 한국클라우드 대표이사(사외이사), 한우제 HYK파트너스 대표이사(기타비상무이사)의 선임 안건은 자동 폐기됐다.
이미 업계에선 HYK 측 지분으로 한진 우호 지분을 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었다.
한진은 최대주주 한진칼(24.16%), HYK(9.79%), GS홈쇼핑(6.62%), 국민연금(6.2%), 우리사주조합(3.98%), 정석인하학원(3.18%), 오너 일가·임원(0.11%), 기타(소액주주 등, 45.96%) 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사측 우호 지분이 약 38.05%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사측 안건에 찬성 의사를 밝히고, 전날(24일) 상장회사협의회 부설 독립기구 지배구조자문위원회 역시 “신규 이사회 멤버 선임을 통해 한진 경영진에 대한 추가 감시·견제 필요성이 인정될 만한 사안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사측 안건에 찬성해 HYK 입장에선 분위기를 뒤집기 어려웠다.
다만 이번 주주제안의 간접적인 여파로 조현민 한진 부사장의 사내이사 진입이 좌절된 점은 HYK의 성과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조현민 부사장이 경영 복귀 후 빠르게 부사장까지 오른 만큼, 올해 경영 성과를 토대로 사내이사 진입 기회를 다시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