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그룹 창업주 율촌(栗村) 신춘호 회장. 사진=농심 [뉴스락]

[뉴스락] 농심그룹 창업주 율촌(栗村) 신춘호 회장이 27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신춘호 농심 회장은 신라면과 짜파게티, 새우깡 등 제품을 개발해 농심을 업계 1위에 올려놓는 등 그룹을 이끌어 왔다. 

특히 신춘호 회장은 故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을 도와 제과사업을 시작한 이래 국내에서 롯데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앞서 신 회장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빈소에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는데, 당시 '불화설' 등에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 신 회장이 실제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입장을 전하면서 신 회장의 건강상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사업 초창기인 지난 1963년 롯데그룹에서 나와 쉽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라면에 주목하고 이를 사업화 했다. 특히 라면의 경우 전세계 100여개국에 수출될 정도로 인기 한국 식품의 외교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당시 신 회장은 “한국에서의 라면은 간편식인 일본과는 다른 주식”이어야 하며 따라서 “값이 싸면서 우리 입맛에 맞고 영양도 충분한 대용식이어야 먹는 문제 해결에 큰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 회장의 브랜드 철학은 확고하다. 반드시 우리 손으로 직접 개발해야 하며 제품의 이름은 특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명쾌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적인 맛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라면쟁이, 스낵쟁이라 부르며 직원들에게도 장인정신을 주문하곤 했다.

신 회장은 회사 설립부터 연구개발 부서를 따로 두었다. 당시 라면산업이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일본의 기술을 도입하면 제품 개발이 수월했겠지만 농심만의 특징을 담아낼 수도 나아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신 회장의 대표작은 역시 신라면이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출시 당시에는 파격적인 이름이었다. 당시 브랜드는 대부분 회사명이 중심으로 됐다. 한자를 상품명으로 쓴 전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회장이 발음이 편하고 소비자가 쉽게 주목할 수 있으면서 제품 속성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네이밍이 중요하다며 임원들을 설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라면은 1991년부터 국내시장을 석권하는 국민라면으로 등극했고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첨병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신 회장은 해외진출 초기부터 신라면의 세계화를 꿈꿨다.

신 회장은 지난 2018년 중국의 인민일보가 신라면을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 명품’으로 선정했을 때 그리고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가 신라면블랙을 세계 최고의 라면 1위에 선정했을 때 누구보다 환하게 웃었다고 전해진다.

농심 관계자는 "신춘호 회장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맛을 라면과 스낵으로 만들어냈다"라며 "신춘호 회장의 라면은 배고픔을 덜어주는 음식에서 개인의 기호가 반영된 간편식으로 진화했고 국민들의 삶과 깊숙하게 연결되며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고 전했다.

한편, 신춘호 회장은 신현주(농심기획 부회장), 신동원(㈜농심 부회장), 신동윤(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메가마트 부회장), 신윤경(아모레퍼시픽 서경배회장 부인) 3남 2녀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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