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취업난으로 사회 진출이 늦어진 20대의 지갑 사정은 좋지 않다. 그러나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1년부터 관찰해 온 20대는 불황 속에서도 자신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아이템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열어 왔다.

불황 속에서도 20대가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20대 소비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지난해 6~8월 총 36명의 20대와 1:1 라이브톡 조사를 통해 한 달간의 소비에 대한 정량/정성 자료를 수집했다.

이를 통해 수집된 3,000여건의 소비 데이터를 바탕으로 20대의 지출 패턴을 분석한 <20대 소비자 지출 패턴 집중 분석 조사> 리포트를 발간했다.

◇소비는 가장 효율적인 기분 전환 수단, 20대의 ‘홧김 소비’

20대는 자신의 기분 전환을 위해 소비를 이용하고 있었다. 취업, 아르바이트, 과제, 회사 등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소비를 통해 즉각적으로 해소하는 ‘홧김 소비’ 행태가 바로 그것이다. 소비 데이터 분석 결과 1인 평균 3~4일에 한 번 꼴(월 평균 9.8회)로 홧김 소비를 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주로 소비하는 품목은 달거나 매운 자극적인 음식(41.6%)이었다. 반면 홧김 소비에 들인 돈은 1회에 약 8,000원 정도로 높지 않았다. 조사에 참여한 한 대학생은 우울할 때 2,000원짜리 마스킹 테이프만 구매해도 기분이 나아진다며 소비는 가성비 좋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라고 평했다.

◇소비를 게임처럼 즐기며 소소한 만족을 찾는 20대의 ‘인증 소비’

20대의 일 평균 SNS 이용 시간은 80.7분으로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길다. 그들의 일상에 깊이 스며든 SNS는 소비 패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조사 참여자들은 SNS에서 이슈가 된 ‘핫아이템’을 일주일에 한 번 꼴(월 평균 5.8회)로 구매하고 있었다.

주로 편의점 신상 과자, 캐릭터 콜라보 아이템 등 값비싼 아이템은 아니지만 ‘희소성’이 20대를 사로잡았다. 20대는 SNS에서 본 이 아이템을 어렵게 구해 소비하고 이를 다시 SNS에 인증하는 것을 놀이처럼 즐겼고, 여기서 소소한 만족감을 얻고 있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5월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20대의 46.3%가 ‘소비 인증 행위가 소비 만족감 증대에 도움이 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아낄 때는 확실히 아낀다, 20대의 똑똑한 ‘실속 소비’

하지만 일상적인 아이템을 소비할 때 20대는 여전히 ‘가성비’를 중시하고 있었다. 분석 결과 제품 선택 이유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이 바로 ‘가성비가 좋아서, 싸서(37.4%)’였다. 주로 가성비를 따지는 제품은 편의점 도시락처럼 간단히 챙겨 먹는 끼니(37.1%), 습관적으로 마시는 음료, 커피(25.6%) 등 일상적이고 습관적으로 소비하는 품목이었다.

20대는 이렇게 일상에서 절약한 돈을 자신의 취향에 투자했다. 평소 3,000원 미만의 음료를 마시는 한 직장인은 록 페스티벌 티켓을 과감히 지르기도 했으며 편의점 도시락과 밥버거로 끼니를 때우던 대학생은 스쿼시, 수영 등 다양한 운동을 배우기도 했다. 20대의 절약은 한정된 생활비 안에서 최대의 만족을 추구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바쁜 20대에게 금보다 귀한 시간, 20대의 ‘시간 절약형 소비’

학업, 취업 준비, 자기계발로 바쁜 20대에게는 ‘돈’뿐만 아니라 ‘시간’도 항상 부족하다. 이들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음식을 배달할 때는 메뉴와 리뷰 등 각종 정보를 한번에 확인할 수 있는 배달 앱을 이용하고, 출근길에는 1초라도 빨리 커피를 받기 위해 사이렌 오더로 주문 후 픽업한다. 또 최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사이트에 간편 결제 서비스가 없다면 좀더 비싸더라도 간편 결제 가능 사이트에서 구매하는 적극적 모습까지 관찰되었다.

◇소비도 내 신념을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어, 20대의 ‘소신 소비’

조사 결과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과 소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모습도 관찰되었다. 20대의 소신 소비 유형은 2가지였다. 특정 단체에 기부가 되는 제품을 구매하는 유형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과 맞지 않는 브랜드의 제품을 불매하는 것이었다. 조사에 참여한 한 20대는 내가 소비하는 제품이 나를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며 갑질, 여혐 등 논란이 있는 브랜드는 꺼리는 편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조사를 주도한 대학내일20대연구소 이재흔 연구원은 “20대에게 ‘소비’는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기분전환 수단,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소신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진다”며 “때문에 불황 속에서도 20대는 자신이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와 만족을 위해 지갑을 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이 20대의 소비 특성을 고려한다면 불황에도 팔리는 히트 아이템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