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뉴스락] 현대차그룹이 동일인(총수)을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하는 작업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사돈기업 삼표그룹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였다.

2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차그룹의 요청에 따라 최근 고위급 간부 회의를 열고 현대차그룹 총수를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아직까지 정 명예회장이 그룹 내 지분이 더 많은 점 등을 놓고 고민했지만, 정의선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정 명예회장이 최근 현대모비스를 끝으로 모든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 등 완전히 총수 역할이 이전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정대로라면 정의선 회장은 오는 5월 1일자로 그룹 동일인으로 지정된다.

정의선 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 사돈기업이자 시멘트회사로 잘 알려진 삼표그룹이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된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의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이 각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30% 이상을 소유하면 그 회사에 동일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고 계열사로 편입하도록 돼 있는데, 정의선 회장은 삼표그룹 장녀 지선씨와 혼인해 사돈기업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삼표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장인인 정도원 회장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표 지분 81.9%를 보유하고 있다. 그 밑으로 ㈜삼표가 삼표시멘트, 삼표산업 등을 거느리고 있는 구조다.

정도원 회장의 삼표그룹은 정대현 삼표시멘트 사장으로의 승계 작업이 한창이다. 정도원 회장 지분(81.9%) 대비 정대현 사장 지분이 14.08%에 불과해 지분 매입을 통한 승계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

이에 그룹은 계열사 에스피네이처를 통해 오랜 기간 승계 작업을 진행해왔다.

정대현 사장과 누이 지윤·지선 등 삼표그룹 오너 일가 지분 100%로 구성된 삼표기초소재(골재 생산업체)와 네비엔(철스크랩 수집·가공업체)은 2013년부터 약 60~70%의 내부거래율을 통해 사세를 키웠다.

이후 두 회사는 2017년과 2019년 각각 에스피네이처에 합병됐다. 남동레미콘, 당진철도, 경한 등 정대현 사장의 사실상 개인회사들도 에스피네이처에 합병됐다. 이렇게 합쳐진 에스피네이처는 정대현 사장 71.95% 등 오너 일가가 96.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에스피네이처는 총자산 9808억원으로 몸집을 키웠다. 향후 ㈜삼표와의 합병 또는 지분 교환 등을 통해 승계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에스피네이처는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최근 6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 47.51%를 기록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그동안 삼표그룹은 자산총액 5조원 이하 중견기업(4.4조원)에 속해 직접적인 공정거래법의 규제를 받지 않았지만,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될 경우 이러한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공정위 또는 국세청이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삼표그룹 등 사돈기업간 거래 과정을 들여다봐왔고(2019년 5월 공정위 현장조사 등), 일감 몰아주기 범위를 중견기업으로 확장하는 등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어 향후 삼표그룹 전(全) 계열사에 대한 거래 과정을 주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사진 삼표그룹 홈페이지 캡쳐 [뉴스락]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사진 삼표그룹 홈페이지 캡쳐 [뉴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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