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끝을 보이는 줄 알았던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3월 주총을 기점으로 재점화됐다.

지난 2월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의 사의 표명에도, 한국앤컴퍼니를 둘러싼 경영권 다툼이 끝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뉴스락>이 들여다봤다.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좌), 조현범 사장. [뉴스락 편집]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좌), 조현범 사장. [뉴스락 편집]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된 조양래 회장의 지분 양도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은 두 형제의 아버지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주식 양도에서부터 시작됐다.

2020년 6월, 한국앤컴퍼니(당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최대 주주였던 조양래 회장은 본인 지분(23.59%. 2196만주) 전부를 차남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에게 양도했다.

양도 이전까지만해도 형인 조현식 부회장과 19.3%로 똑같은 지분을 가지고 있던 조 사장의 지분은 42.9%로 대폭 상승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조 사장이 한국타이어의 경영권을 승계받은 것과 다름없다는 말이 나왔다.

항간의 소문을 의식이라도 한 듯 조현식 부회장을 비롯 나머지 자녀들은 조 회장에 대해 성년 후견을 신청했다. 조 회장이 건강한 상태에서 자의로 주식을 양도했느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것. 

당시 조 부회장은 "현재 회장님 건강 상태에 대해 주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그에 따라 그룹의 장래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는 상황"이라며 성년후견심판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 11월 조 부회장과 함께 성년 후견을 신청한 두 형제의 누나인 조희경 한국타이어 나눔재단 이사장의 법원 조사로 후견 심판이 시작됐다.

◆조현식 부회장의 돌연 사의 표명...이미지 챙기기·흑막경영 전략인가

성년 후견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 2월 정기 주총을 앞둔 조 부회장은 주주 제안과 함께 돌연 사의를 표했다.

조 부회장은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우리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모시고자 한다"며 "이를 마지막으로 대표이사로서 마지막 소임을 다하고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임 이유에 대해서는 "회사의 명성에 누가 될 수 있는 경영권 분쟁 논란의 고리도 근본적으로 끊어내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자 재계에서나 주식 시장에서 한국앤컴퍼니의 추락한 기업 이미지는 회사에 유무형적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장 이후, 자동차 생산 감소로 인한 타이어업계 불황과 미국 정부의 반덤핑 관세 등 악재의 연속에도 경영권 밥그릇 싸움만 하던 조현식 부회장의 사임 결정은 이러한 주위 시선을 의식한 행동으로 해석된다.

조 부회장의 사의로 해를 넘겨 이어오던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사의를 표명하고 한달이 흐른 지난달 30일, 한국앤컴퍼니 정기 주주총회서 이한상 고려대 교수가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이전 조 부회장의 주주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조현범 사장은 김혜경 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감사위원으로 추천했지만, '3%룰'과 소액주주들의 지지로 조 부회장의 제안이 통과됐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상법개정안 3%룰은 기업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은 보유 지분이 많더라도 감사위원 선출 시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된다. 3%룰로 인해 42.9%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조현범 사장, 조현식 부회장, 국민연금 등 대주주 의결권은 모두 3%로 동등해졌다.

이에 22.61%를 가진 소액 주주들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했고 그들의 지지를 받은 조 부회장이 승기를 쥘 수 있었다.

다만 감사위원 선출과 관련해 조 부회장은 '흑막 경영' 의혹에 휩싸였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사회 및 업계 평판이 좋지 않자 조 부회장은 사의를 표한 뒤 본인이 추천한 감사위원을 앞세워 조현범 사장의 독점 경영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

의혹에 대해 이한상 교수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조 부회장을 돕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조 부회장이 감사위원 분리선임 제도로 이사회에 모든 비지배 주주의 이익도 공평무사하게 독립적으로 처리할 사람을 찾은 것 같고, 이러한 취지에 감사위원 추천을 동의한 것"이라고 답했다.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조현범 사장의 '경영권 굳히기' 방향은?

주총 감사위원 선임은 조 부회장의 승리로 끝났지만, 조현범 사장에겐 아직 '성년 후견 심판 결론'이라는 경영권 분쟁 변수가 남아있다.

만약 법원이 당시 조양래 회장의 의사능력을 인정하면 조 사장에 양도한 주식이 유지돼 조 사장 단독 경영 체제에 힘이 실릴 것이다. 그러나 법원에서 조 회장의 본인 의사 및 잔존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조 회장에게 양도받은 조 사장의 지분에 대한 취소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국회에서 논의 중인 '차등의결권'의 도입 여부도 경영권 다툼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홍콩 등에서 시행 중인 차등의결권은 기존 1주 1의결권에서 벗어나 1주로 여러 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후견 심판 결론에 따라 조 사장의 경영권 안정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성년 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조 사장은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급선무다. 조 사장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 시장 점유율 확대 등 투명하고 성공적인 경영 모습을 보여 주주들의 경영 불신을 잠재워야 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관계자는 "조 사장이 재판 리스크로 인해 주주들에게 경영적 신뢰를 잃은 상태"라면서 "횡령 등 혐의를 벗고 투명한 경영을 통해 주주들의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조 사장은 2008년부터 2018년 사이 납품 거래 유지 등을 대가로 하청업체로부터 총 6억 1500만원 수수, 같은 기간 계열사 자금 2억 6300여만원 횡령 등 혐의를 받았고 지난해 1심과 항소심 모두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이러한 '준법정신' 논란과 더불어 부진한 실적 극복도 조 사장의 몫이다. 지난해 한국앤컴퍼니는 2426억 5728만 3584원의 매출을 기록해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한편 조현식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2022년 3월까지로, 내년 한국앤컴퍼니 주총 이후 이사회에 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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