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바야흐로 ESG 시대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분야를 막론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ESG'의 위상이 더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최근 ESG를 활용한 전략적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ESG 채권 발행이 지난 2019년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활성화 움직임에 발맞춰 금융권과 일반 기업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 

기업은 ESG 채권을 발행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기업의 책임 경영 확대를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이 오는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들의 ESG 공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ESG 채권이 전 산업권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락>이 금융권에서 ESG 채권시장으로 빠르게 진입하려는 움직임을 따라가봤다.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 금융권, ESG 채권 발행 ‘활발’

ESG 채권은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등 사회적 책임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으로, △녹색채권 △사회적 채권 △지속가능채권 등 3가지로 구분된다.

녹색채권은 친환경 사업이나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채권이고, 사회적 채권은 일자리 창출, 취약 계층 지원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채권이다. 지속가능채권은 녹색채권과 사회적 채권이 결합된 형태다.

ESG 채권과 일반 채권은 발행 절차도 다르다.

ESG 채권은 발행 시 조달 자금이 ESG 기준에 적합한지를 신용평가사 등 외부 평가 기관으로부터 평가받아야 하고, 사후에 한국거래소 등에 자금 사용 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국내에는 녹색채권에 대한 국내 평가 기준은 있지만 사회적 채권과 지속가능 채권은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환경부는 녹색채권의 국내 평가 기준인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발행했다.

최근 이 같은 ESG 채권 발행이 금융권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2월 나이스(NICE)신용평가 ESG 인증평가 가운데 녹색채권 최우량 등급인 ‘그린1’을 받으며 7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삼성증권은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미국 미드스트림 사업 및 프랑스 태양광 발전 사업과 관련한 기지분 매입분에 대한 차입금의 차환에 활용할 예정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리서치 센터 내에 ESG경영 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며 “ESG경영에 관심이 많은 기업들에게 컨설팅부터 관련 자금조달까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지난달 1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KB국민은행은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재원을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 등 국내 저탄소 녹색 사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이달 1일에는 ESG 경영이 우수한 기업을 대상으로 금리와 대출한도를 우대하는 ‘KB Green Wave ESG 우수기업대출’을 출시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앞으로도 ESG 채권을 지속적으로 발행할 예정"이라며 "KB금융그룹의 ESG 전략방향과 연계해 지속가능한 가치 및 고객 신뢰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금융 취약계층 지원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2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이로써 신한카드의 ESG 채권 누적 발행액은 총 1조2090억원에 달한다.

신한카드는 이번에 조달된 자금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고객 지원 등 사회・경제적 가치를 위해 활용할 계획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지난달 발행한 ESG채권은 코로나 19 피해 고객 지원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며 "추가적인 발행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ESG 인증을 받은 1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2개월 이내에 발행할 예정이라고 주주총회에서 밝혔다.

이번 후순위채권 발행으로 미래에셋생명의 자본건전성은 더욱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주총회에선 ESG 경영의 실질적 관리 감독 역할을 할 ESG 경영 위원회도 수립됐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현재 1500억원을 목표로 5년 콜옵션부 10년 만기 후순위채권 발행을 준비 중이다. 이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지속가능채권으로 발행 예정이며 ESG 인증은 한국기업평가에서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018~2020년 국내 금융기관 ESG 채권 발행내역. 자료 키움증권 제공 [뉴스락]
2018~2020년 국내 금융기관 ESG 채권 발행내역. 자료 키움증권 제공 [뉴스락]
◇ 국민연금이 쏘아올린 'ESG 경영'

최근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ESG 채권 발행액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발행된 국내 ESG 채권은 약 60조원 규모로 2019년 26조원 대비 230%가량 늘었다.

발행 주체도 공공기관과 국책은행 중심에서 점차 일반은행, 카드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은행, 카드, 캐피탈 등 금융기관의 국내 ESG 채권 발행은 2018년 4건, 2019년 12건, 지난해 23건, 올해 1~2월 7건이다.

ESG 채권 발행이 금융권으로 확산된 배경에는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있다.

국민연금은 ESG 관련 투자를 대폭 늘리고, 이를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이용할 방침이다.

지난 2019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주식에 한정해 제한적으로 수행했던 책임투자를 주식, 채권 등 기금 전체 자산군에 적용하고, 주식과 채권 위탁운용사 선정 시 ESG 투자 현황을 중요 평가항목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투자자산의 안정적인 보관과 관리를 위해 3년을 주기로 국내외 수탁은행을 선정한다.

당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은 중장기적인 투자 위험을 감소시켜 기금의 장기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등 요인을 고려한 책임투자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체 운용 기금의 50%를 2년 내 ESG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세계경제연구원과 KB금융그룹이 공동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2022년까지 책임투자 적용 자산군 규모가 기금 전체 자산에서 약 50%로 확대될 예정”이라며 “2021년부터 ESG 통합 전략을 국외 주식과 국내 채권 자산에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ESG 채권 발행은 사회적 책임을 달성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기 위해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ESG 채권 발행을 통해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채권은 수요가 늘어날수록 금리가 낮아진다”며 “2019년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계획과 친환경을 중시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ESG 채권 수요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한, ESG 채권의 경우 각종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6월 3년간 시장 활성화를 위해 ESG 채권에 대한 신규상장수수료와 연부과금을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ESG 채권 발행기관은 국제자본시장 협회 등 국제 민간기구에서 정하고 있는 원칙에 부합하는지를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발행기관이 자금조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향후 3년간 신규상장수수료와 연부과금을 면제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키움증권 리서치 제공 [뉴스락]
사진 키움증권 리서치 제공 [뉴스락]
◇ 2030년 ESG 채권 공시 의무화..."'그린 프리미엄' 명확해진다"

오는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들의 ESG 활동 내역 공시가 의무화되면서 ESG 채권 발행은 전 산업권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오는 2030년까지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를 제공해 상장사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자율공시를 활성화하고 단계적 의무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관계자는 “ESG 정보 공개가 확대되고 책임투자가 활성화돼 ESG 요소를 고려한 기업 경영의 선순환이 형성될 것”이라며 “더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공시하고 내용도 충실해져 책임투자의 기초자료로서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ESG 채권은 기존 공사채 위주에서 회사채를 중심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의 ‘ESG 채권 발행, 선택이 아닌 필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ESG 채권 발행은 2018년 1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공사채를 중심으로 64조원까지 급증했다.

올해의 경우 1~2월 약 5조원 이상 ESG 회사채 발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국내 ESG 채권은 공사채 중심 발행에서 올해 회사채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며 “올해 연간 20조원으로 회사채를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ESG 회사채 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채권 등급도 다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ESG 채권은 공사채와 은행채는 AAA등급을 위주로, 여전채와 회사채는 AA등급을 위주로 발행되고 있다.

기존에는 ESG 채권이 대부분 공사채로 발행되면서 AAA등급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지만, 회사채 발행이 늘어날 경우 AA 및 A등급의 비중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김 연구원은 "기존에 발행했던 채권을 ESG 채권 형태로 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성 면에선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ESG 채권 발행 확대로 공급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수요도 함께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요한 채권 투자자인 연기금, 보험 및 운용사 입장에서도 ESG 채권 중 회사채 투자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김 연구원은 “초기에는 연기금 및 운용사 등 채권 투자자들의 ESG 채권 투자 속도에 비해서 ESG 채권 발행이 크게 증가하면서 초과공급 상태를 보일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의 ESG 설비 투자 속도에 비해서 기관 투자자들의 ESG 채권 수요 속도가 빨라지면서 초과수요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아직까지는 그린 프리미엄에 대한 판단이 모호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린 프리미엄이 명확히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그린 워싱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린 워싱'이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말한다.

발행기관이 ESG 채권 발행 자금을 적격 프로젝트에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율적인 ESG 공시로 사후 보고를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김 연구원은 "ESG 채권 발행 자금이 본래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될 경우 '그린 워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후 보고를 하도록 하고 있지만, 불이행 시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린워싱이 발생한 경우 발행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향후 ESG 채권을 재발행했을 좋은 등급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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