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가 각고의 노력으로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사 중 이스타항공은 아직도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달 중순께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인 이스타항공은 회생의 마지막 기로에 서 있다.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온 이스타항공은 지난 2019년에도 제주항공과 인수합병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끝내 불발되고 말았다. 만일 이번 매각이 무산될 경우 이스타항공은 설립 14년만에 파산하게 된다.  

<뉴스락>이 기업구조조정 전문가인 정재섭 이스타항공 공동관리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스타항공의 현 상황과 매각 추진 과정 등에 대해서 자세히 들어봤다. 

정재섭 구조조정전문가(현 이스타항공 공동관리인). [뉴스락]
◇ 아래는 정재섭 이스타항공 공동관리인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벼랑 끝 상황...누적적자 규모는 현재로선 의미없다" 

 

이스타항공이 첫 인수합병이 결렬되고 햇수로 2년이 지났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상황은 어떠한가.

이스타항공은 벼랑 끝의 상황이다.

부채비율이 484.19%를 기록한 상태에서 제주항공과 인수합병을 진행했지만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결렬됐고, 적자는 이어졌다. 그러던 중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로 유동성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등장했다.

악재가 겹쳐 정상적인 경영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이스타항공은 조직 슬림화를 목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고 당시 직원 605명이 정리해고됐다. 2월 회생 개시 시점 기준 505명이 회사에 남아있었지만 이후 퇴사자, 퇴직 예정자가 추가돼 현재 470여 명의 직원만 남아있다.

지금 근로자들은 무급 휴직 상태이며 2020년 3월 이후 운항하지 않아 영업 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현재 회생 절차를 밟고 있어 모든 부채에 대한 이자(회생 개시 이후 이자)는 더 추가되지 않았다.

체불임금과 퇴직금 규모는 지난해 11월 말일까지 약 580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이후 미지급된 부분까지 대략 700억원으로 추정된다. 회사의 누적 적자는 공시대로 1584억원이다. 그러나 지난 2월 4일 회생절차 개시에 돌입해 누적 적자 규모는 큰 의미가 없다.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매각 추진...인수희망자 없으면 경쟁입찰로" 

 

이스타항공 공동 관리인으로 선임된 지 2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그간 어떤 일을 했는가.

지난 2월 서울회생법원이 이스타항공에 대해 회생절차를 개시하며 관리인을 선임했다.

당시 현 경영진을 관리인 선임에서 배제해 달라는 노조와 채권자의 탄원서가 접수됐는데, 회생추진의 연속성과 공정성 강화 차원에서 김유상 이스타항공 대표와 함께 공동 관리인으로 선임됐다.

선임 후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 중인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을 찾아 노조의 주장과 요구사항, 경과 등을 들었다.

이후 채권자 목록, 주주목록, 채권목록을 작성해 회생법원에 제출했다. 또한 지난달 국내 주요 회계법인 책임자들을 만나 김유상 대표와 함께 직접 인터뷰를 했고 재산조사인인 딜로이트안진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와 함께 내부직원들과 수시 미팅으로 현황을 파악하며 고충사항과 제안, 의견을 청취했다.

이달 초 딜로이트안진이 작성해 법원에 제출한 재산조사보고 내용을 사전에 설명받고 의견을 피력하는 등 공동 관리인으로서 회생법원의 방침과 지시에 따라 이스타항공의 회생을 위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로 현재 이를 추진하고 있으며, 효율적 매각을 위해 스토킹호스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추후 희망자가 없다면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조만간 법원에 매각 전략을 보고한 이후 승인을 받아 이르면 4월 중순경 매각 공고를 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 구조조정 반대 집회.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제공. [뉴스락]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 구조조정 반대 집회.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제공. [뉴스락]

앞서 노조가 현 경영진을 관리인에 선임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했다. 노사 간 갈등이 있는가.

과거 경영진의 불투명한 경영으로 인한 경영난 초래, 조직 슬림화 명목의 구조조정 강행, 임금 체불, 퇴직금 미지급 등이 화근이 된 것 같다. 이런 부분에서 이견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스타항공이 계속기업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다.

새 주인을 맞아야 미래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적극 인수합병을 바라고 있다.

 

"동종업계에선 인수의향기업 아직 없다...금융 쪽 기업과 협의 단계"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기업이다. 동종업계인가.

동종업계의 구애는 아직 받지 못했다. 현재 금융업종과 PEF에서 이스타 항공 인수 의사를 밝혀 매각 주관사와 협의 단계에 있고, 근로자 고용 승계를 비롯한 구체적인 인수 조건 및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를 구별 짓기보다 인수 이후 자금 문제없이 이스타항공을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이 인수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인수 합병이 원만히 이뤄진다면 인수희망자가 투입한 돈은 체불된 임금, 퇴직금, 회생 채권 상환용으로 사용될 것이다.

매각이 순탄히 진행된다면 코로나19로 인해 정상 경영까지 정확히 얼마나 걸릴지 가늠할 수 없지만, 추세로 봤을 때 2022년 말까지는 상황이 바뀌지 않을까 예상한다. 백신 보급에 속도가 붙는다면 여행 수요 증가로 예상보다 빠른 시일 내에 정상 경영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매각 불발시 파산...반드시 매각 이뤄낼 계획"

 

일각에서는 인수 부결에 대한 우려가 있다. 부득이하게 인수가 결렬된다면 이스타항공은 추후 어떻게 되는가.

이번 매각이 불발되면 이스타항공은 청산해야 한다. 즉 파산이다.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자산은 적고 부채가 상대적으로 월등히 많은 상태에서 파산하게 된다면 결국 채권자, 근로자 모두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돈이 거의 없는 최악의 결과가 초래된다.

이는 이스타항공을 넘어 국민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이며, 국가 기간 산업인 항공 산업이 흔들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공동 관리인, 임직원 등 모두가 힘을 합쳐 기업의 회생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스타항공 매각은 단순히 기업 매각이 아닌 직원들의 고용과 생계가 달렸다.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 전 채권자, 근로자, 인수희망자 모두 균형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마련하고 설득해 반드시 매각을 이뤄낼 계획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