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구광모 LG그룹 회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왼쪽부터)구광모 LG그룹 회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뉴스락]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2년간 이어 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모두 종식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11일(한국시간) 양사는 소송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분쟁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2조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로 ITC에 제소한 바 있다.

이후 장고 끝에 지난 2월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주며 SK이노베이션에 수입금지 10년 제재를 내렸고 SK이노베이션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합의금으로 3조원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이번 극적 합의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기술 사용료) 1조원)을 지급하고, 양사는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ITC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금지 10년 조치도 무효화됐으며,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州) 2공장 건설 등을 통해 美 배터리 시장 저변 확대를 지속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합의는 ITC 판결에 대한 조 바이든 美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한을 하루 앞둔 날 이뤄졌다. 바이든 정부의 중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환경을 중심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에 나선 바이든 정부로서는, 조지아주 일자리 창출, 전기차 배터리 공급 등을 위해 양사 합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과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각각 입장을 밝혔다.

김준 사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배터리 사업 성장과 미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으며 조지아 공장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제 불확실성이 사라졌으니 우리 기술과 제품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글로벌 전기차 산업에 맞춰 더 큰 성장을 통해 저력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김종현 사장 역시 사내 메시지를 통해 “지난 30여년간 숱한 어려움과 위기 속에서도 도전·혁신을 포기하지 않은 모든 임직원들의 노력과 가치가 정당하게 인정받은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이번 소송을 계기로 기술력 발전,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세계 친환경 에너지 시장을 선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아울러 양사 사장은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신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계에선 지난달 31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회동이 간접적으로나마 합의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사 회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주도로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임기를 마친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에게 축하를 전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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