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지난해 보험업계는 코로나19 사태에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업계의 당기순이익은 6조8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 증가했다.

방심은 금물이다. 3저(저출산·저금리·저성장) 현상으로 보험사들의 성장성과 수익성 악화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

최근 비대면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전통적인 보험상품과 판매채널의 경쟁력도 약화되고 있다.

더구나 이를 대체할 헬스케어 서비스, 디지털 보험 등 신규 사업모형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보험사들은 오는 2023년 새 보험계약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지급여력(RBC)비율을 높이는 등 자본건전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금융당국이 지난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시행하면서 보험사들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됐다.

이처럼 한국 보험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 <라이나생명>이 어떤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지 <뉴스락>이 살펴봤다.

조지은 라이나생명 대표 프로필. 사진 라이나생명 제공 [뉴스락/편집]
조지은 라이나생명 대표 프로필. 사진 라이나생명 제공 [뉴스락/편집]
◇ 라이나생명, 생보업계 순이익 3위...비결은 ‘보장성 보험’

라이나생명은 미국 시그나(Cigna) 그룹의 한국 법인으로, 1987년 최초로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계 생명보험사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5조604억원으로 전체 생명보험사 24곳 중 22위이며, 임직원 825명과 보험설계사 1146명이 근무하고 있다. 주당배당액은 2만1515원이다.

자산규모는 하위권에 속하지만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 이어 세 번째로 순이익을 많이 내는 생보사다. 지난 2018년 이후 3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라이나생명의 지난해 수입보험료는 2조6852억원, 당기순이익은 3572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7.1%, 1.8%가량 증가했다.

이는 투자손익 증가와 책임준비금 감소에 기인한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배당 수익이 증가하면서 투자손익이 늘었고, 저금리 계약 유입과 고금리 계약 유출에 의해 책임준비금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사업비차이익 증가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사업비차이익이란 상품 개발 시 사용한 예정사업비와 실제 집행된 사업비의 차에 의한 손익이다.

결산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치아보험의 신계약비 이연율 상승으로 인한 일시비용 감소로 신계약비 손익이 증가하면서 사업비차 이익이 전년 대비 2.3% 늘었다.

당기순이익이 증가함에 따라 이익잉여금이 적립되면서 지급여력(RBC)비율도 개선됐다.

라이나생명의 RBC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36.0%로 전년 대비 30.9%포인트 증가했다. 전체 생보사 24곳의 평균 RBC 비율인 297.3%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라이나생명이 작은 자산 규모에도 견조한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건 보장성보험 위주의 상품 포트폴리오가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라이나생명의 전체 초회보험료 458억2000만원 중 보장성보험은 457억3800만원으로 99.8%에 달한다.

최창의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보장성보험은 말 그대로 ‘보장’ 위주의 상품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보험업계는 과거 저축성보험 위주의 성장과 과도한 금리 경쟁을 이어왔다”며 “저금리 기조 아래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락/편집]
◇TM채널 줄고 방카채널 늘었다...“TM채널 유지할 것”

라이나생명은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지만 주 판매 채널인 텔레마케팅(TM) 채널이 갈수록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앞서 라이나생명은 지난 1996년 보험업계 최초로 텔레마케팅팀을 설립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의 TM채널 초회보험료는 △2018년 212억3600만원 △2019년 177억9900만원 △2020년 166억8700만원이다.

전체 실적에서의 TM채널 비중 역시 △2018년 61.9% △2019년 45.0% △2020년 36.4%로 점점 줄고 있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TM채널 모집이 줄었다기보다는 GA(대리점)채널을 통한 모집이 늘었다고 봐 달라”며 “TM채널을 통한 모집을 당장 줄이거나 늘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라이나생명보험의 GA채널 초회보험료는 △2018년 211억300만원 △2019년 265억300만원 △2020년 271억2700만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TM채널과 관련해 불완전 판매도 발생했다. 라이나생명은 기존 보험계약을 부당 소멸시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설계사는 새로운 보험계약을 청약하게 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기존 보험계약을 소멸하게 하는 경우, 해당 보험계약자에게 기존 보험계약과 새로운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을 비교해 알려야 한다.

하지만 라이나생명은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3월 기간 중 보험계약자 202명에게 기존 보험계약과 새로운 보험계약의 보험료, 보험가입금액 및 주요 보장 내용 등 중요한 사항을 비교해 알리지 않고, 보험계약자에게 기존 보험계약과 유사한 총 209건의 새로운 보험계약을 청약하게 함으로써 기존 보험계약 210건을 부당하게 소멸하게 했다.

이에 라이나생명은 34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금감원 제재를 수용하고는 있지만 부당 승환에 따른 제재는 아니다”라며 “기존 상품 계약 만료에 따른 비교 안내 미비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광주 콜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시 서구 상무지구 라이나생명 콜센터에서 지난 2월 22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총 64명이 감염됐다. 콜센터 직원 48명, 미화원 1명, 가족 9명, 지인 등 접촉자 6명이다.

4층 콜센터 CCTV 확인 결과 직원 절반 이상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등 방역수칙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TM채널이 코로나19와 제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방카슈랑스를 통한 모집은 급증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라이나생명의 방카슈랑스 채널 초회보험료는 81억7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23.4% 상승했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최근 은행들과 제휴를 맺으며 방카슈랑스를 통한 모집이 늘었다”며 “향후 상황에 따라 상품 포트폴리오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라이나생명뿐만 아니라 국내 생명보험사의 방카슈랑스 판매 실적도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보험사는 방카슈랑스 채널을 확대하고 은행은 비이자 수익 확대를 위해 보험상품 판매를 늘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생보사 24곳의 방카슈랑스 채널 초회보험료는 전년 대비 42.6% 증가한 6조1948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로 금융권의 영업환경이 변화했다"며 "보험사와 은행이 각자의 이익 확보를 위해 보험 판매를 늘리면서 지난해 방카슈랑스 실적이 급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지은 대표, 매각설에 “전혀 아니다”...‘헬스서비스’ 박차

조지은 라이나생명 대표는 최근 지난해부터 거론된 매각설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모회사인 시그나 그룹이 라이나생명 지분 100%를 매각하기로 하고 매각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내정했다는 매각 추진설이 제기됐다.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에 생보업계의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오는 2023년 새 보험계약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외국계 생보사들의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당시 미국계 보험사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에 100% 매각되며 라이나생명뿐만 아니라 메트라이프, ABL생명 등 여러 외국계 보험사들의 매각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에 조 대표는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협회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보험업권 CEO 간담회에서 매각설 계획에 대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조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올해 헬스케어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대표는 최근 지난해 결산 실적을 발표하면서도 “올해는 헬스 서비스 기업으로서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며 “전문 헬스케어 기업인 미국 본사 시그나 그룹의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국내 헬스 서비스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선임된 조지은 대표는 1975년생으로 보험업계 최초의 40대 여성 CEO다.

서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조 대표는 2011년 라이나생명에 입사해 2015년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맡았다. 201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부사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조 대표의 선정 배경에는 본사와 한국법인을 잇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리더십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미국 본사와 주주들은 라이나생명이 헬스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시기에 조 내정자가 사업 연속성 측면에서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