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임기 1년을 남긴 문재인 정권의 마지막 여름이 다가오는 가운데,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웅크렸던 노동계가 꿈틀거리고 있다. 

자동차, 철강 등 중후장대 산업 전반에서 높은 강도의 하투(夏鬪: 여름철 노동계 연대 투쟁)가 예상된다.

하지만 경영계의 입장은 올해도 난처하다. 기업 입장에선 경영 환경이 너무나 급변하는 탓에 노동계의 요구는 아직은 무리라고 고개를 젓는다.  

특히 올해는 현대차 사무직 노조, 삼성 노조 등 규모는 작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신규 세력의 등장으로 이들이 하투에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지 관심 또한 모인다.

<뉴스락>이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여름 내 생존을 건 노동계와 경영계의 하투 속으로 미리 들어가 봤다. 

[뉴스락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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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무분규 현대차 등 완성차업계 노사 갈등 조짐, 모빌리티 전환 발목

완성차업계는 노사 임금단체협상 시즌과 맞물려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금 동결 등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맺은 현대차 노조는 올해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전년도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최근 확정지었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만 64세로의 정년 연장과 함께, 배터리 등 미래차 핵심 부품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신성장 동력 사업을 모두 국내에서 연구·생산해달라는 요구도 할 예정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해 해를 넘기기 직전 극적으로 임단협 타결을 맺은 기아 노조 역시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전년도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 현대차와 유사한 요구안을 마련했다.

양대 노조는 이 같은 조건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타 완성차 협력 및 부품사와 연계해 투쟁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한국GM, 르노삼성 등 외국계 완성차업체 역시 험로가 예상된다.

한국GM은 현대차, 기아 등 금속노조 공동요구안인 기본급 9만9000원 인상안과 함께, 통상임금의 150%(1인당 약 625만원) 수준의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GM 노사는 지난해 부분파업-투자보류로 대립하다 결국 기본 합의안으로 임단협을 마무리한 바 있으며, 현재 비정규직 노조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불법파견 혐의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만큼 올해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한 협상 테이블이 전망되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임단협조차 마무리하지 못했다. 지난해 임단협 기본급 7만1687원 인상,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는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분 타결 이후 올해 요구안을 추가로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달 말 임단협 9차 본교섭 결렬 이후 여러 차례 부분파업, 전면파업을 단행하고 있어 르노삼성의 하투는 사실상 현재진행형이다.

아울러 고용노동부의 르노삼성 하청 근로자 189명 직고용 명령에 사측이 법적 대응에 돌입하면서, 비정규직을 포함한 르노삼성 노조의 하투 강도는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안전사고’·‘실적 보상’… 조선·중공업 등에서도 하투 조짐

수익 증대로 반등을 모색 중인 조선·중공업에서도 강도 높은 하투의 조짐이 보인다.

업계 대표 기업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는커녕 2019년, 2020년 임단협조차 매듭 짓지 못했다.

2019년 기본급 4만6000원 인상(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성과급 218%, 격려금 100%+150만원 등 조건과, 2020년 기본급 동결(호봉승급분 2만3000원 정액 인상), 성과급 131%, 격려금 230만원 등 조건이 잠정합의안으로 채택됐지만 기본급 동결 조건에 대한 불만이 나오면서 조합원 투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노조는 올해 네 번째인 부분파업을 이달 초 이어가는 등 교섭 재개를 촉구하고 있지만, 노사 모두 별다른 진척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이달 8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하청업체 근로자가 사망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작업중지 및 특별감독을 받게 되면서 노사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급기야 최근 노조는 5년간 2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며 현대중공업 법인 및 한영석 사장, 해당 하청업체 대표 등 관계자 12명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과 기업결합이 진행 중인 피인수기업 대우조선해양 내에서도 결합을 반대하는 노조의 움직임이 있어 쉽지 않은 여름이 예상된다.

지난해 임금 동결로 일찌감치 임단협을 마무리한 삼성중공업과 포스코 역시 올해는 하투의 부담을 안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 영업손실 5068억원을 기록해 적자 폭이 확대됐지만 5월 기준 목표 수주액 77억 달러의 3분의 2에 달하는 51억 달러 수주에 성공하는 등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포스코는 조선·철강업 회복세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5524억원(전년동기比 +120.1%)을 달성했다. 양사 노조 모두 지난해 한 발 물러섰던 만큼 올해 실적 배분, 임금 인상 등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선·철강·중공업과 더불어 건설업계에서도 지난달 임단협을 일찌감치 마무리한 현대건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여름을 앞두고 임단협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건설업계는 해외사업에서 다소 부진했음에도 국내 주택사업 호재로 실적 호황을 기록한 바 있다.

◆ 코로나 기저효과·새 노조 등 심상찮은 여름, “업황 낙관 아직 일러”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올해 고강도 하투가 예상되는 데에는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기저효과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노사가 지난해 코로나19 타격 최소화를 위해 임금 동결 등 무분규 합의를 통해 ‘양보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단체 행동을 자제했던 노동계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올해는 “조심하되 할 일은 하겠다”는 관점으로 변화하면서, 소규모 집회 등 규제 내에서 여러 유형의 집회가 나타나고 있다.

임기를 1년 남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레임덕 현상’ 또한 고강도 하투에 기여한다. 임기 말 집권 여당의 각종 정책·공약과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한 최저임금 인상률,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 가능성 사이에서 노동계가 존재감을 드러내 입지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노동계에서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코로나19 청구서’로 여길 만큼 ‘보상’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 입장에선 코로나 위기를 채 탈출하기 전 노조 리스크를 맞닥뜨려 다시 한 번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현 20~30대)로 구성된 현대차 사무직·LG전자 사무직 노조, 무노조 경영 철회 이후 삼성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앞두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등 신규 노조가 하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인다.

이들 노조 대부분은 아직까지 규모가 작거나 교섭권이 없는 상황이지만, 빠른 속도로 규모를 키워가고 있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MZ세대의 경우 익명 게시글 등 온라인을 통해 성과급 차등 지급 등 회사 내부고발을 하며, 전통적인 투쟁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근로자 권익에 대한 주장을 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 카카오, 네이버 등에서 불거졌던 임금·성과급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선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 악재 속 이러한 노동계 움직임에 대해 볼멘소리가 나온다. 긴축·비상경영 등 각자의 전략으로 살아남았지만 올해의 경영환경도 낙관할 수만은 없기 때문.

완성차 업계에선 연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여파가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조절되지 못한 반도체 수요-공급은 미국 한파, 일본 공장 화재, 대만 가뭄 등 주요 생산지에 닥친 악재로 최악의 수급난을 초래, 최소 올해 4분기 회복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현대차-기아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의 공장이 가동 중단을 반복하고 있으며, 글로벌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생산이 390만대 감소하고 이로 인한 매출 감소폭이 1100억 달러(약 12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GM, 르노삼성은 지난해 각각 –3169억원, -79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난을 겪고 있다.

여기에 철강 수요 확대, 중국 철강 감산 등 여파로 지난 3월 t당 160달러였던 철광석 가격이 최근 226달러까지(중국 상하이항 기준) 치솟으면서 조선, 자동차, 건설업 등 중후장대 산업 전반에 원자재값 상승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후장대 산업의 전망은 지난해보다 밝지만 아직 코로나 팬데믹이 진행 중이며 원가 상승 등 국내·외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면서 “실적 개선은 물론 친환경·AI 등 대전환으로의 비용 투자까지 고려해야 하는 현 중후장대 산업의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 노조와의 원만한 대화가 필수이나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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