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가상화폐 시장이 혼돈이다. 등락을 거듭하는 사이 정부와 운용사 그리고 투자자들도 갈팡질팡이다.   

가상화폐 추락의 단초는 일론 머스크 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배신’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트코인 지지자를 자처했던 머스크는 지난달 12일 돌연 비트코인을 통한 테슬라 자동차 구매를 중단하면서 한창 가열되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머스크에 이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가 가상화폐 채굴장 퇴출 의지를 드러내면서 시장은 결국 반토막 나기에 이르렀다.

정부로서는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과 비례해 코인 사기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을 더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이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과 제도 정비 등을 마련해나 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처럼 가상화폐 시장이 혼돈의 시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대안으로 떠오르는 화폐가 있다.    

바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이다.

CBDC는 전자적 형태로 발행되는 디지털 화폐로, 비트코인 등 민간 가상화폐와 달리 현금 등 법정화폐와 일대일 교환이 보장된다.

<뉴스락>이 가상화폐 시장의 동향과 대안으로 떠오른 CBDC에 대해 전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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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우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사진 네이버 지식백과, 금융위원회 제공 [뉴스락 편집]
◇‘거래소 먹튀’로 들끓는 가상화폐 시장...금융당국, “미등록 거래소 폐쇄될 수도”

#. 50대 남성 박씨는 <뉴스락>에 장문의 제보 글을 보내왔다. 

그는 지난달 13일, ‘5분 상담 후 198% 이상의 이익률로 손실을 회복하게 해주겠다’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문자 속 링크를 클릭해보니 카카오톡 채널 ‘최XX XX인베스트 관리사’로 연결됐고, 채널은 ‘원금손실 없이 최대의 수익률로 증명해 보이겠다’, ‘짧은 기간에 은행보다 높은 이자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재테크 컨설팅을 소개해 준다’ 등 멘트와 투자 성공을 인증한 사진들로 가득했다.

전세금이 필요했던 박씨는 다음 날 최씨의 권유로 'XXX 옵션'이라는 사이트에 회원가입한 뒤 500만원을 입금했다. 코인 마진거래로 단 몇 시간 만에 4000만원의 수익을 올린 박씨는 갖고 있던 돈과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해 5600만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투자금은 또다시 몇 배로 불었고 박씨는 총 3억3470만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박씨가 수익금을 출금하려고 하자 최씨는 돌변했다. 

수수료 20%를 선입금할 것을 요구한 것. 

그제서야 이상함을 느낀 박씨는 사이버 수사국 홈페이지에 투자금을 입금한 계좌를 검색해봤다. 검색 결과, 최근 3개월 내에 해당 계좌번호와 관련해 신고 된 사기민원만 6권에 달했다.

박씨가 거듭 의심하며 선입금할 돈이 없다고 하자 최씨는 출금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박씨를 XXX 옵션에서 강제 탈퇴시켰다. 현재 최씨는 박씨의 연락을 피하고 있다.

박씨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더이상 나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할지 않도록 정부와 언론에서 적극적으로 가상화폐 사기 피해 사실을 알리고, 제도마련과 강력한 조치를 해야한다"고 성토했다. 

사진 사이버수사대 홈페이지 캡쳐 [뉴스락]
사진 사이버수사대 홈페이지 캡쳐 [뉴스락]

최근 국내에선 가상화폐를 둘러싼 각종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출금이 되지 않는 ‘거래소 먹튀’ 사기가 대표적이다.

3일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 26일까지 접수된 코인 상장 관련 사기 제보는 총 61건으로, 이중 거짓 상장 정보로 투자를 유인한 후 연락이 두절되는 사례가 80%에 달했다.

유튜브 광고로 투자자를 현혹한 사례도 있었다.

비트바이코리아는 비트코인 마진 거래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광고해 투자자를 모은 뒤 지난 10일 거래소를 폐쇄했다.

이번에 폐쇄된 비트바이는 부업의 여신, 미나코인, 돈잘버는 누나 등 유튜브에 다수의 채널을 개설해 투자를 유도하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일반 트레이딩 투자기법이 아닌 ‘마틴기법’을 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틴기법이란 손실 후에 투자금을 손실의 몇 배로 올리는 것이다.

현재 이 사건의 피해자는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모임은 유사 사례를 모은 후 피해자 명단과 금액 등을 취합해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가상화폐 사기로 인한 피해 사례가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미등록 가상화폐 거래소의 폐쇄 가능성을 언급하며 투자 위험성을 강조했다.

앞서 3월 25일부터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은 가상화폐 거래소에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좌를 받아 신고 절차를 거쳐야만 영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특금법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9월까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등록을 마쳐야만 영업을 할 수 있다. 5월 27일 기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등록된 거래소는 한 곳도 없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9월까지 등록이 안 되면 200여개의 가상화폐 거래소가 다 폐쇄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본인이 거래하는 거래소가 어떤 상황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가상화폐 규제 움직임은 비단 우리나라의 일만은 아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글로벌 당국 수장들도 잇달아 가상화폐의 자금 세탁 우려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과 미국이 가상화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7년 9월부터 가상화폐 신규 발행과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비트코인 ‘채굴’ 행위까지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달 21일 류허 부총리 주재로 금융안정발전위원회를 열고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행위를 타격함으로써 개인의 위험이 사회 전체 영역으로 전이되는 것을 단호히 틀어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도 지난달 20일 1만달러(약 1133만원) 이상의 가상화폐 거래를 국세청(IRS)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이날 공개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조세 강화 계획안을 통해 “현금 거래와 마찬가지로 시가 1만달러 이상의 가상자산을 받는 기업들도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각국 정부 “가상화폐는 규제의 대상”...CBDC, 가상화폐 대안되나
[뉴스락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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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각국 정부는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 차원의 디지털 화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전자적 형태로 발행되는 디지털 화폐로, 비트코인 등 민간 가상화폐와 달리 현금 등 법정화폐와 일대일 교환이 보장된다.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 등 세계 각국 중앙은행에서 CBDC 발행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자체적으로 CBDC 연구에 본격 돌입해 올해 마지막 단계인 CBDC 시범 플랫폼 구축 사업을 앞두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한국은행 CBDC 시범 플랫폼 구축 사업 지원도 활발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플러스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그라운드X는 한국은행의 CBDC 시범 플랫폼 구축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앙은행의 CBDC 발행이 성공한다면 위험성과 변동성이 큰 민간 가상화폐의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가상화폐는 특정 인물의 발언에 따라 시세가 요동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6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의 테슬라 결제 중단에 이어 테슬라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모두 처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테슬라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처분할 수 있다’는 한 누리꾼의 트위터 글에 “정말이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머스크의 트윗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8% 이상 하락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4.99% 하락한 4만5744.31달러에 거래됐다. 이더리움은 3531.94달러로 6.53% 떨어졌고, 최근 머스크가 띄우고 있는 도지코인 역시 3.64% 내린 0.49달러를 기록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머스크의 변덕에 시장이 휘둘리는 건 가상화폐가 필수재처럼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머스크 리스크’가 줄어들고 있다 하더라도 제2, 제3의 인물이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화폐는 펀더멘털 밸류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내재가치가 없다고 볼 수 있다”며 “디지털 금융이라고 얘기는 하지만 금처럼 실체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가상화폐 시장 폐쇄 아닌 CBDC와 공존?...
4월 22일 기준 주요국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진행 현황. 사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제공 [뉴스락] 
4월 22일 기준 주요국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진행 현황. 사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제공 [뉴스락] 

가상화폐가 화폐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CBDC의 도입 시기와 도입 이후의 민간 가상화폐 존속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CBDC의 도입 시기에 대해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CBDC 도입을 결정하려면 기술적 문제가 가장 중요한 선결 고려 사항이지만 제도적, 법적 요인도 있기 때문에 현재 그 시기를 구체화시켜 확정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지급 결제 환경이 바뀌고 있고 앞으로도 변화의 폭이 상당히 클 텐데 그런 상황을 예상해 본다면 신용위험, 유동성 위험이 없는 CBDC 도입 필요성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모의실험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그 사이에 보완할 점은 없는지 기술적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며 "CBDC 도입이 결정되면 그 시점에서 곧바로 시행하는 데 차질 없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의 CBDC 도입이 멀지 않은 시점에서 CBDC 상용화 이후 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에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선 CBDC 도입이 민간 가상화폐의 광범위한 수요를 촉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가상화폐 관련 연구에 따르면, 연구 응답자의 59%는 당국의 CBDC 도입이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다른 형태의 디지털 통화 사용도 증가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응답자의 78%가 CBDC가 가상자산의 역할을 보완하기 위한 디지털 채권 등 새로운 금융상품 시장 구축에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조사 결과에 대해 글로벌 금융 서비스 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관계자는 "사람들이 디지털 형태인 CBDC 사용에 익숙해진다면 다른 디지털 화폐를 받아들이는 일도 더욱 쉬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결제 수단으로서 민간 가상화폐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기존 민간 가상자산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양자 간 목적과 기반 수요가 다르기 때문에 CBDC를 통해 정책적으로 민간 가상자산 투자를 제한하는 것이 아닌 이상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며 "다만 결제 수단으로서의 민간 가상자산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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