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항공업계가 위기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발발 이후 내내 하향 곡선을 그리며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항공 여객수는 2018년 8592만 명, 2019년 9038만 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더니 코로나19가 발발한 지난해에는 1423만 명으로 급감했다. 

업계는 코로나19라는 최악의 난기류를 헤쳐나가기 위해 정부 지원도 받고 계열사간 합종연횡 그리고 인수합병 등 다각적인 방법을 통해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의 난기류를 완전히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와중에서도 나홀로 난기류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고 있는 항공사가 있다. 

바로 국내 제1항공사 대한항공.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사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깨고 대한항공이 고공 비행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뉴스락>이 대한항공의 난기류를 피한 행보를 파헤쳐 봤다.

조원태 회장. 대한항공 제공 [뉴스락]
조원태 회장. 대한항공 제공 [뉴스락 편집]
◆ 대한항공, 난기류를 피한 방법 '셋'

방법 ① 화물사업으로 여객사업 공백 메워

대한항공 최근 3년 매출 추이 그래프.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뉴스락 편집]
대한항공 최근 3년 매출 추이.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뉴스락 편집]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당시 상황은 막막했다. 여객사업 수요가 땅을 치고 있고 화물사업은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구호ㆍ의료용품과 같은 긴급성 화물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무역 감소로 인해 증가했던 부분이 없지 않았고, 여객기 운항이 줄어 Belly Space(여객기 적재 공간)를 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화물 공급량이 감소하고 있었다. 

대한항공도 여타 항공사와 다를 바 없이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8.4% 급감했다. 

솟아날 구멍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3월,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이 역발상 아이디어를 냈다. 노선 운휴로 활용되지 못하는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해 감소한 화물 공급량을 회복하자는 것이었다.

대한항공은 화물공급량 회복과 더불어 화물 공급이 부족한 중국, 동남아, 미주 노선을 중심으로 화물 전용 여객기를 투입했다.

그 결과, 매 분기 화물 매출은 상승세를 보였다. 화물 매출은 지난해 1분기 6476억, 화물 공급을 늘린 후 3분기 2조 8898억 원을 기록했다. 화물공급을 늘리는 경영전략 실천 후 화물매출이 346.2% 상승한 결과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9월 운휴 여객기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객기 좌석을 제거하고 승객 좌석에 화물 탑재 장치(Cargo Seat Bag)를 장착했다.

올해 1분기 대한항공 화물 사업 매출은 1조 35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9% 성장했다.

방법 ② 두 차례의 유상증자로 재무 개선 통한 내실 강화

대한항공 최근 3년 부채비율 추이.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뉴스락 편집]
대한항공 최근 3년 부채비율 추이.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뉴스락 편집]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자본 대비 부채 비율)은 2019년 813.9%, 2020년 634.4%, 2021년 1분기 294.1%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에 반해 업계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019년 1386.6%, 2020년 1171.5%, 2021년 1분기 2068.9%로 대폭 상승했다. 

대한항공의 부채 감축은 대한항공이 지난해와 올해 유상증자를 두 차례에 걸쳐 시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7월 유상증자로 약 1조 1270억 원의 자본을 확보했다. 

올해 3월에도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를 실시해 3조 3000억에 달하는 자본을 확보했다.

대한항공이 지난해와 올해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중 채무 상환자금에 조달된 금액은 약 2조 9429억 원에 달한다.

방법 ③ 불필요 유휴 자산 매각해 유동 자금 확보

대한항공의 올해 1분기 매각 예정 자산은 약 5462억 원.

대한항공은 코로나19 발발 이전까지만해도 보유 자산 매각에 보수적인 성향이었다. 2019년 16억 원에 불과했다. 

△ 기내식·면세사업부 매각 완료

지난해 8월 대한항공은 기내식·면세사업부를 9906억 원에 매각했다.

기내식·면세사업부는 코로나19 이후 실적 회복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해당해 대한항공 경영진 내부에서도 매각에 대한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음에도 조원태 회장의 결단이 주요했다. 

대한항공은 기내식·면세사업부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의 신설 법인으로 양도하고 향후 기내식, 기내 면세품의 안정적 공급과 양질의 서비스 수준 보호를 위해 한앤컴퍼니의 신설 법인 지분 20%를 취득했다.

대한항공은 기내식·면세사업부 외에 여럿 유휴 자산을 매각해 지난해 유동 자산을 약 4조 25억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 서울 종로 송현동 부지 매각 진행중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을 지난해부터 추진해왔지만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이 민간 매각을 서두르던 중 갑작스러운 서울시의 공원화 발표로 민간 매각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6월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송현동 부지 매각 관련 고충민원을 신청했다. 그리고 지난 3월 권익위의 중재로 송현동 부지 매각 조정서가 체결됐다.

대한항공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고 LH가 이를 서울시 시유지 중 하나와 교환한다는 내용이다.

매매 대금에 대해서는 대한항공과 서울시 사이에 입장 차가 있어 4개 법인의 감정평가를 거쳐 감정평가사협회의 심사를 받아 가격을 결정하도록 합의했다.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각은 연내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으로 약 4500억~5000억 원의 유동성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왕산마리나 전경. 대한항공 제공 [뉴스락]
왕산마리나 전경. 왕산레저개발 제공 [뉴스락]

왕산레저개발 매각 또한 대한항공이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자구안이다. 대한항공은 인천 영종도 레저시설인 왕산마리나리조트 개발을 추진 중인 100% 자회사 왕산레저개발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사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미래에셋대우-칸서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을 왕산레저개발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MOU를 체결했지만 올 4월 최종 협의 단계에서 틀어져 한차례 매각이 불발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다시 왕산레저개발 매각을 추진한다.

이번에는 미래에셋대우가 빠지고 칸서스자산운용 주도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논의가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금액은 1300억원 가량일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왕산레저개발 매각이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왕산해수욕장 인근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디원시티가 매각 추진 소식을 듣고 대한항공을 상대로 재입찰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디원시티는 2011년 대한항공과 업무 협약을 맺으며 양사가 서면 합의한 내용을 대한항공 측에서 무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자사의 보유 지분 매각은 서면 합의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예정대로 이달 중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고 실제로 문제 될 부분이 없는데 그쪽에서 소송을 건 것"이라고 말했다.

◆ '아시아나항공 인수', '변이 바이러스' 등 넘어야 할 이상 기류 관건
이륙하는 A380 항공기 모습. 사진 대한항공 제공 [뉴스락]
이륙하는 A380 항공기 모습. 사진 대한항공 제공 [뉴스락]

이상 기류 ① 아시아나항공은 상장 적격성 심사중...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갈 길 멀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다. 업계는 양사의 합병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

국내 항공사 1ㆍ2위인 양사가 합병에 성공한다면 세계 7위 항공사가 탄생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입장이 있는 한편, 초대형 항공사 간에 합병이 성사되면 노선 독점 우려가 있다는 입장도 적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앞서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돼 산업은행 관리하에 있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 가운데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확정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여객·화물 사업에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과 2023년 코로나19 완전 회복을 가정했을 때 매출액이 20조 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으로 보아 정부와 대한항공의 입장에서는 솔깃한 이야기다.

우려가 되는 부분은 대형 항공사 양사가 합병될 경우 노선을 독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143개 국제노선 중 양사를 통합하면 점유율 50% 이상인 노선이 22.4%, 점유율 100% 이상인 노선은 7개인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점유율이 타 항공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아 항공 운임 임상 또한 우려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한 경제 분석’에 대한 연구 용역 계약 기간을 예정된 일정보다 5개월 연장했다. 공정위는 양사의 합병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는 우려에 이번 기업결합을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양사는 기업결합 심사에서 필수적 신고 9개국 중 4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으며 아시아나항공은 상장 적격성 심사 중에 있어 거래가 중지된 상황이다. 

양사 합병에 대한 문제점 제기와 함께 통합이 가능할 것인가를 두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이상 기류 ② 전파력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장...여객 사업 재개 차질 예상

세계 각국의 백신 접종이 활발해지자 정부는 트래블 버블 시행을 발표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노선을 재개했고 최근 국토교통부에 블라디보스토크 노선 운항 재개 신청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보다 앞서 방역지침을 완화했던 유럽 국가에서 전파력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방역지침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타 변이 바이러스보다 43~90%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기준 국내 확진자 수는 수도권 중심으로 800명 대 초반으로 늘면서 델타 변이의 국내 확산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3일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는 델타 변이가 8월 말에는 90% 차지할 것으로 예상해 업계에서는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정상적인 국제선 운항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관련돼 미래 전망이 쉽지 않아 국내ㆍ해외 확산 추이를 고려해 시시각각 대응할 예정"이라며 "지금 받고 있는 국제선 예약은 그대로 받지만 이후 변이 바이러스 확산 추이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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