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종합 디벨로퍼 기업을 목표로 달려온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올해는 그룹 차원의 상위 개념인 '종합금융부동산그룹'으로 한 단계 도약한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연이은 대형 악재로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공을 들였던 아시아나항공 인수 실패 후 어수선함을 딛고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섰으나 새 먹거리 찾기가 녹록치 않은데다, 올해 광주 붕괴 참사 등 주택 사업에서 ‘역대급’ 악재가 연이어 발생해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연임에 성공한 권순호 사장 등 수뇌부의 경영능력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올해는 2019년 주택공급 부진의 여파가 뒤늦게 영향을 줘 이익 감소세 지속이 전망되는 상황인 만큼, 코로나 팬데믹 속 현산의 진짜 분수령은 사실상 올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스락>이 긴급진단해본다. 

지난 10일 정몽규 HDC 회장이 광주 붕괴 참사와 관련해 사과하는 모습. 사진 광주광역시청 제공 [뉴스락]
지난달 10일 정몽규 HDC 회장이 광주 붕괴 참사와 관련해 사과하는 모습. 사진 광주광역시청 제공 [뉴스락]
◆ ‘광주 붕괴 참사’ 후폭풍, 곳곳서 발생하는 본업 잡음

현산은 창사 이래 최악의 사고인 '광주 붕괴 참사'의 후폭풍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달 9일 광주광역시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도로로 무너지면서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 현장의 원청이 바로 현산이었다.

현산은 철거 공사 하도급을 한솔기업에 맡겼는데, 한솔기업이 이를 다시 백솔건설에 재하도급 준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산업기본법에선 발주자의 서면 승낙 없는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있다.

재하도급을 받은 백솔건설도 다른 업체에 재재하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철거 비용이 평당 기준 85%까지 줄었고, 비용 절감을 위해 무리한 공법을 사용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현재까지 경찰의 조사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현산은 재하도급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는 등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은 고용노동부의 사고 현장 특별감독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 49건이 적발된 점을 포함, 계약 관련 불법성, 안전감독 및 감리 부실 등 여부에 대해 들여다보고, 본사 압수수색, 관계자 구속 입건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별개로 현산은 학동4구역 인근 광주 운암주공3단지 재건축 현장 철거 공사에서도 기존 허가 내용과 다른 철거방식이 사용된 정황이 발견돼 GS건설, 한화건설 등과 함께 광주 북구청으로부터 검찰 고발 조치됐다.

하나의 사고에서 연쇄적으로 불법행위 정황이 포착되자 업계 안팎에선 현산의 전국 현장에 대한 전수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현산이 한창 수주량을 쌓아야 하는 시점에서 국민적 신뢰를 잃어 수주전 난항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형 참사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는 사이, 타 지역에서도 주택사업 관련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6월 21일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앞에서 수원아이파크시티 소송위원회가 집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소송위원회 제공 [뉴스락]
지난 6월 21일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앞에서 수원아이파크시티 소송위원회가 집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소송위원회 제공 [뉴스락]

경기 수원아이파크시티 입주민 198명은 소송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달 21일 수원지방법원에 시공사 현산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아파트 인근과 회사 본사 앞에서는 연일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2009년부터 수원시 권선동 222-1번지 일대에 총 9개 단지 6658세대를 조성하며 대단위 아파트로 들어선 수원아이파크시티는, 종합 디벨로퍼를 꿈꾸는 현산이 시행부터 시공까지 추진하는 최초의 민간도시개발 사업이다.

소송위원회는 “현산이 분양 과정에서 주거시설 인근으로 테마쇼핑몰, 복합상업시설, 의료시설, 공공시설 등이 들어선다고 홍보했는데, 이러한 기반시설들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10년째 미뤄오다 결국 전면 취소됐다”면서 “비싸게 들어와선 현산이 홍보한 ‘미니신도시’는커녕 아파트만 즐비한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위원회는 이어 “기반시설은 아예 조성할 계획이 없고 지난해 말에는 미개발 부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신청해 또 아파트를 지으려 하고 있다”면서 “이를 조건부 수용한 수원시도 문제가 있으며, 이 같은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 주민 피해와 위자료 등 1인당 2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산 측은 “법적 문제나 절차상 문제가 없는 부분”이라며 “추후 아파트 입주민들과 최대한 협의해 부지 개발을 원활히 촉진하고 양호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도 대전광역시 유성구 소재 대전아이파크시티를 시공하면서 비산먼지 억제를 위해 허가받은 하천수의 사용 기간인 4월 15일을 넘겨 무단으로 하천수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현행 하천법상 허가 없이 하천수를 끌어 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현산 측은 그동안 허가를 받고 사용했고 기간 종료 후 최근 재신청했다며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 소송만 남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새 사업 찾기 분주하지만…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사진 뉴스락 DB.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사진 뉴스락 DB.

본업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발생하는 가운데 정몽규 회장이 힘을 싣고 있는 신사업 찾기 또한 녹록치 않다.

지난해 최대 M&A이자 사업 영역 확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백지화 이후 책임공방이라는 2라운드에 돌입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정진원)는 6월 10일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이 현산 컨소시엄을 상대로 제기한 질권소멸통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인수전 당시 현산이 에스크로 계좌(일정 조건 달성 전까지 묶여있는 계좌)에 총 인수대금 2조5000억원 중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2500억원을 선지급했는데, 계약 해지 책임이 현산에 있으니 이를 가져가게 해달라는 게 금호·아시아나 측의 주장이다.

현산 측은 “재무제표상 미공개 채무가 있었고 아시아나 측이 재실사를 거부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아시아나 측은 “회계기준이 변경된 것이며 현산 측이 거래종결을 미루고 재실사를 강요하는 등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인수 의지가 사실상 없어 보였다”고 맞서고 있다.

양사가 인수전 당시에도 장문의 입장문을 통해 대립했던 만큼 2500억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의 주인 찾기는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그룹 차원에서 추진, 7년여 만에 동력을 얻고 있는 에너지 발전사업 프로젝트 ‘경남 통영 LNG(액화천연가스) 복합화력발전소사업’ 역시 환경영향평가 위반 등 주민·단체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지난 5월 25일 통영화력발전소 착공 저지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모습. 사진 대책위 제공 [뉴스락]
지난 5월 25일 통영화력발전소 착공 저지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모습. 사진 대책위 제공 [뉴스락]

정 회장은 2013년 정부의 제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HDC그룹 자회사로 통영에코파워를 설립, 총 사업비 약 1조3000억원을 들여 1012MW급 LNG 복합화력발전소 1기와 20만㎘급 저장탱크 1기 등을 건설·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현산 자체는 통영에코파워에 지분이 없어 사업에 따른 수익이 없지만, 경험을 쌓기 위해 이번 사업에 직접 참여가 아닌 협업의 형태로 도움을 주고 있다. 향후 그룹의 새 먹거리인 에너지 발전사업을 맡으려면 우선적으로 이번 사업이 순항해야 하는 셈.

발전소 부지 매입 문제로 난항을 겪던 사업은 합의점을 찾아 지난해 말 한화건설과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을 맺으면서 속도를 내는 듯했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해당 사업에 반기를 들어온 통영화력발전소 착공 저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환경영향평가법 위반을 이유로 산업통상자원부에 공사중지 요청을 하면서 환경 관련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책위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 5월 21일, 통영에코파워에 환경영향평가법 제35조(협의 내용의 불이행 등), 제36조(사후환경영향조사), 제37조(사업착공등의 통보) 위반을 적용해 과태료 900만원을 부과한 점을 들며 “오염 토양 정화 행정명령이 내려진 사업 용지 내 부지 평탄화 공사를 하면서 사업 착공 내용도 통보하지 않고, 사후환경영향조사를 하지 않는 등 책임 미이행에 따른 공사중지 및 원상복구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환경영향평가와 맞닿아있는 사업에 대해 사회적으로도 관심이 높은 만큼, 신사업 확장을 위해선 환경 문제와 관련해 지역 주민·단체 등과 원활한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실적 감소 흐름 올해 끊어야, “외형 성장 힘들 것” 전망도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및 권순호 사장. 사진 HDC현대산업개발 제공. 뉴스락 편집.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및 권순호 사장. 사진 HDC현대산업개발 제공. 뉴스락 편집.

이처럼 적극적인 신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본업에서 발생한 리스크와 더불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자체 분양사업 위축 여파로 실적이 감소해 다소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산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3조6702억원, 영업이익 5857억원, 당기순이익 220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2019년) 대비 영업이익이 6.2% 올랐지만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3%, 46.8% 감소했다.

지난해 분양매출(자체공사)은 3252억원으로 전년 7862억원 대비 절반 이상 하락했으며, 이로 인해 분양 관련 영업이익률은 9%로 전년 24%에서 크게 떨어졌다.

올해 1분기 역시 연결매출 6946억원(전년동기比 –31%), 영업이익 1184억원(-13.7%)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1분기 매출액 1조원을 넘기지 못했다.

업계에선 2019년 총 분양물량이 6392세대로 전년(1만2220세대) 대비 절반 감소한 여파가 준공 후 매출이 발생하는 시점인 현재 실적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현산 측은 지난해 분양물량이 1만5379가구로 다시 회복세를 보였고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 자체는 17.1%로 높은 수준을 기록한 만큼 수주 확대로 실적 반등을 모색한다는 계획이지만, 광주 붕괴 참사 등 대형 악재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선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현산이 올해 외형적인 성장까지 이루기엔 다소 어려운 환경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주택사업 환경 개선 영향으로 작년 수준의 영업이익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앞선 매출 감소 등으로 외형적인 성장까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B업계에서 내놓은 현산의 올해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1164억원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98% 가량 줄어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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