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드라마 감독: 이종필 주연: 고아성, 이솜, 박혜수 개봉일: 2020년 10월 21일 관객수: 157만 명. 사진=네이버 영화 이미지 다운로드

[뉴스락] “나도 커피 타는 일 말고, 제대로 된 일을 해보고 싶어”

영업 3팀 오지랖 이자영(고아성), 마케팅팀 싸가지 정유나(이솜), 회계팀 수학천재 심보람(박혜수). 이들은 매일 아침 믹스커피 타는 업무로 하루를 시작한다. 왜 믹스커피를 타야 하나 싶지만 90년대에 고졸 여사원이면 커피 타는 일이 일이었다. 

그러던 중, 고졸사원을 대상으로 세 달 내 토익 600점 이상을 맞으면 대리로 승진시켜준다는 공고를 보게 된다.

현실적으로 세 달 내 토익 600점은 어렵다며 정리해고하려는 수작 아니냐는 의심이 들면서도 진급하고 싶은 마음에 고졸 여사원들은 모두 영어 토익반에서 공부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영이 근무하는 영업 3팀에 전화가 걸려온다. 회장 아들이 시골 공장에서 본사로 발령이 났는데 짐을 옮겨주라는 내용이었다. 자영은 회장 아들 짐을 옮기러 시골 공장으로 향하는데 그 곳에서 회사의 비밀을 맞닥뜨리게 된다.

삼진그룹의 페놀 방류를 목격한 자영.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락]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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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폐수 방류를 목격한 것이다. 엄청난 양의 폐수가 쏟아지는 것을 본 자영은 이 사실을 영업 3팀 부장에게 보고한다. 부장은 외국 검사 기관에 수질 오염 검사를 의뢰했고 페놀이 극소량 검출됐다는 결과를 받는다.

자영은 페놀이 극소량 검출됐다는 검사 보고서와 합의서를 들고 마을 사람들을 찾는다.

임산부와 남편에게 페놀 결과 보고서를 보여주며 안심시키는 장면.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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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서는 '페놀이 검출됐으니 돈으로 보상하겠다' 는 내용이다. 자영은 불안해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페놀이 극소량 나왔다는 검사 결과를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합의서를 받으면서 심한 피부병에 시달리는 한 주민을 본 자영은 찝찝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자영은 유나, 보람과 함께 검사결과를 추적하던 중 페놀이 극소량 검출됐다는 검사 결과는 조작된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회사에서 실제 방류한 페놀의 양을 알게 된 자영, 유나, 보람.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락]

실제 검출된 페놀 양은 488톤이었다. 페놀은 독극물 중 하나로 피부병, 중추신경장애, 암을 유발하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 

믿었던 삼진그룹에서 실제 검사 결과를 은폐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합의서를 받게 한 것이다. 

자영이 내부고발을 고민하던 중 삼진그룹이 또다시 페놀을 방류하자 악취가 난다는 제보로 삼진 그룹이 페놀을 방류했다는 내용이 뉴스에 보도된다.

그렇게 페놀 방류 사건이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세 친구는 앞서 페놀 관련 수질검사를 조작한 영업 3팀 부장이 빌리 박 사장(데이비드 맥기니스)과 만나는 것을 목격한다. 세 친구는 사장이 페놀 수치 조작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고 사장이 묵는 호텔에 몰래 들어간다.

사장 방에서 발견한 문서.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락]

사장의 방에서 “Bear Hug Project"라고 적힌 문서가 발견된다.

Bear Hug Project는 적대적인 인수합병 전략 중 하나로 매수자가 목표로 삼은 기업의 이사들에게 급작스러운 매수를 제의하는 방법이다. 매수자는 목표 기업의 이사들이 매수를 반대할 수 없도록 매수 가격과 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에 만약 이사들이 인수를 반대할 경우 주주들의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정리해보자면, 글로벌 캐피탈이라는 기업이 삼진 그룹을 인수한 후 일본 회사에 되팔 계획을 갖고 있는데 사장은 글로벌 캐피탈에 고용된 사람이고 글로벌 캐피탈이 삼진 그룹에 인수 합병을 제의하기 전, 사장이 삼진그룹의 주가를 폭락시키기 위해 자영이 목격한 페놀 방류를 역이용했다는 것이다.

글로벌캐피탈과 통화하는 사장.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락]

회사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

저는 우리 회사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자영, 유나, 보람은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 자신들의 회사가 무방비로 일본 회사에 인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힘을 합친다.

이들이 처음 꺼낸 카드는 회장님이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락]
사장에게 나가라고 하는 삼진그룹 회장.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락]

아무것도 모르고 사장을 고용했던 회장님은 빌리 박 사장에게 화가 많이 나셨다. "이것이 네가 말한 글로벌화냐? 여기서 나가라!" 라고 윽박지르셨지만 페놀 방류로 주가가 떨어진 상황에서 인수합병에 찬성을 해도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힐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사회는 인수합병에 이미 찬성한 상황이었다.

두 번째는 다이너마트, 주주 동의서였다.

주주동의서.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락]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락]

동료들과 함께 소액주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주주 동의서를 받은 것이다. 소액주주들에게 받은 동의 68.3%로 삼진그룹의 인수합병은 무산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락]

마지막은 고졸 사원들이 대리로 승진하면서 끝난다. 결과적으로 토익 600점 이상 승진 공고는 사장이 고졸사원을 정리해고하려는 수작이 맞았지만 고졸 사원들은 토익 600점을 넘겨 대리로 승진한다.

◆ 이 영화의 모티브는 두산전자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항상 새롭고 의미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30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건물, 옷차림, 사람들의 생각과 마인드도 많이 변했다는 것이 체감돼서 그렇다. 한편으로는 잘못을 저지르는 기업들과 참지 않는 우리나라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 한결같다는 생각을 한다.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을 감상하면서 비오는 날마다 계획적으로 페놀을 방류한 것과 페놀 수질검사를 은폐하는 대기업의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파렴치한 사람들이 또 있을까? 싶지만 이 영화는 1991년 발생한 두산전자 낙동강 페놀 방류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당시 두산전자는 낙동강에 페놀 325톤을 방류하고 은폐 시도까지 했다. 90년대는 수돗물을 끊여서 식수로 사용했던 터라 주민들은 페놀이 들어간 수돗물을 마시고 복통, 설사, 피부 가려움증을 호소했으며 일부 임산부들은 유산을 경험해야 했다. 페놀 방류 후 수질 검사결과, 낙동강 페놀 수치는 안전 기준0.005PPM의 37.5배인 0.188PPM이었다.

지난 3월, 류희림 경주엑스포 사무총장이 두산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의 검찰 논고문을 30년 만에 공개했다. 공개된 논고문에는 두산전자가 계획적으로 페놀을 유출한 정황과 은폐 과정이 담겨있어 큰 충격을 줬다.

논고문에 따르면 두산전자는 폐수가 흘러나간 흔적을 가리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으며 작업반장이 폐수 유출을 보고했음에도 간부 직원들이 묵살했다고 한다. 이를 묵살한 직원들은 수질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았다.

페놀 325톤 방류를 직원들은 왜 묵살했을까? 영화에서 자영은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혀 직원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내부고발자가 배신자로 보일 수 있겠지만 사회 입장에서는 공익신고자가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울 따름이다.

◆ 내부고발의 근원은 곧 애사심

우리나라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지난 2011년 9월 제정됐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최초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제정된 것은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공익침해행위를 적발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공익신고자를 보호함으로써 공익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함'이라고 기록돼있다. 

당시 제정 이유만 살펴보더라도 공익침해행위가 난무했으며 공익신고자는 보호받을 수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에 접수된 공익신고는 331 만 8441 건으로 전년 대비 18.5% 증가했다. 9년 전 공익신고자 보호법 시행 초기 대비 8배 증가한 것으로 제정 이유에 알맞은 결과를 낳고 있다.

영화 속에서 마케팅팀 팀장은 직원들에게 "어제의 너보다 오늘 더 성장했어"라는 칭찬을 하곤 했다. 우리 사회도 90년대보다 더 성장해서 지금 국내 기업들은 서로 ESG경영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며 공익신고 횟수 또한 확연히 늘었다.

그런 점에서는 우리 사회도 "어제의 우리보다 오늘 더 성장했어"라는 칭찬을 들을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익신고자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좋지 않다. 공익신고자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 탓에 공공기관에는 신고자 신분에 대한 비밀 보장 의무가 있는데도 신분이 노출돼 회사에 알려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렇게 알려지면 내부에서 경고 조치를 받거나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고 좌천되기 일쑤다. 

공익신고자는 회사의 공익침해행위를 고발함으로써 회사가 더 이상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도록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발을 감행하는 것은 회사의 잘못을 침묵하는 직원들보다 우리 회사가 좋은 회사이길 바라는 마음이 커서다.

영화 속 공익신고자 자영의 말처럼 "우리 회사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라는 마음일 것이다.

최근 권익위는 일부 기관에서 신고자 정보가 누출돼 8월31일까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신고자의 비밀 보장 의무를 위반한 사례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비밀 보장 의무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와 사회를 생각해서 공익 신고를 감행한 신고자들에 대한 인식이 하루빨리 개선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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