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이 수백톤의 방폐물을 불법 보관해오다 적발된 태광산업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태광산업 울산공장 전경.

[뉴스락]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선언을 한 가운데 방사성폐기물 수백톤을 불법 보관해오다 적발된 태광산업 전현직 경영진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25일 울산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덕길)는 태광산업 전 대표이사 최모씨, 현 대표이사 심모씨를 비롯 태광산업 울산공장 관계자 3명에 대해 구 원자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 중이다.

우라늄이 포함된 촉매제를 활용해 합성고무 원료를 생산하는 태광산업 같은 방사성 물질을 다루는 업체는 현행법상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허가한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태광산업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320톤을 무허가 장소에 20년째 보관해오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그때서야 자진 신고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일명 핵폐기물로 불리는 방사성폐기물은 크게 고준위와 중저준위로 나뉘는데, 이중 고준위 폐기물은 원자력 발전 시 사용된 사용 후 핵연료를 의미한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원자력 발전 시 발생하는 정비 후 자재, 장갑, 양말, 폐수지 등과 의료용 방사성폐기물, 산업용 방사성폐기물 등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준위와 중저준위 폐기물은 발생에서부터 운반관리, 사일로폐쇄, 추후 관리까지 철저하게 이뤄진다”고 전제한 뒤 “이중 중저준위는 일상에서도 나올 수 있는 것이어서 위험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굳이 위험하지 않다면 특수제작된 용기에 담아 격리 보관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며 “안전사고는 언제나 안일한 인식과 태도에서부터 발생한다”고 말했다.

울산 북구가 지역구인 윤종오 국회의원 역시 “태광산업 사태를 계기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전국 시설별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문제 발견 시 엄중한 처벌과 후속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중저준위라 할지라도 인구밀집지역과 가깝고 현장 노동자들의 왕래가 많은 공단 내에 방사성폐기물을 계속 두는 것은 문제”라며 원안위와 태광산업 측의 조속한 해결을 주문했다.

민간사업자가 보관 중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중 울산 태광산업이 가장 많은 양을 저장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윤종오 국회의원(울산 북구)이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약 8,741드럼을 보관 중이다. 윤 의원은 “태광산업 사태를 계기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전국 시설별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문제 발견 시 엄중한 처벌과 후속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윤종오 의원실 제공)

"직원의 업무 실수” vs. “국민 생명 담보로 이렇게 뻔뻔 할 수가”

‘울산환경운동연합’, ‘울산사랑, 태광산업 방사능 공장 반대 페북 모임’ 등 일부 지역 시민단체는 울산 시민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안전을 위협한 태광산업과 울산시 등 관계기관에 대한 강력 처벌을 요구하며 산업체에 사용하는 방사성물질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태광산업의 해명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직원의 실수였었고, 보관 중인 방사성폐기물은 생각만큼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

태광산업은 1995년 울산공장 허가 이후 2005년까지 방사성물질을 활용한 합성고무의 원료 인 아크릴로나이트릴을 생산했다.

방사성폐기물을 보관하기 시작한 시점은 1997년부터다. 당초 태광산업은 원안위에 방사성폐기물 1400톤을 신고했으나, 보관 탱크 용량이 초과하자 340톤을 원안위에 신고 없이 다른 저장 탱크에 저장했다.

그렇게 20여년이 지났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일본해역과 근접해 있는 울산은 지질학적으로 지진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곳”이라며 “지난해 9월16일 규모 5.8의 경주 지진이 발생했을 때 울산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만일 방사성폐기물 저장탱크가 잘못되기라도 했다면하고 생각만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이어 “태광산업은 경찰이 지난해 8월 수사에 착수할 때만해도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9월 지진이 발생하고 나서야 자진 신고했다”며 “국민의 생명을 담보하고도 이렇게 뻔뻔스러운 기업에 대해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해 8월 수사에 착수해 그해 10월25일 울산공장을 두 차례 압수수색할 때도 태광산업은 한결같은 태도를 보였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원안위에 방사성 관리구역 변경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직원이 업무상 실수로 방사성폐기물 320톤이 있는 구역을 누락시켜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보관 중인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위협적이지 않다”며 “일상 생활에서도 쉽게 접하고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 20년 동안 뚫린 보안 체계...“경주방폐장으로 이전 쉽지 않아”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몇 가지 문제점을 제기한다. 첫째, 울산시와 원안위가 매년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안전 관리 실태를 점검하면서도 20여년 동안 불법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점. 둘째, 현재 울산공장 내 불법 보관 중이 320톤 방사성폐기물은 경찰 수사가 시작된지 1년이 되도록 이전 보관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이다.

울산 지역 언론 및 시민단체에 따르면 원안위는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울산시는 방사성폐기물 존재 여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의혹 제기한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직원의 실수에 대한)잘못을 인정하지만, 현재 울산시와 TF를 구성해 경주방폐장 여건에 맞춰 이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매년 현장 점검을 실시하지만, 해당 업체 측이 신고를 하지 않는 이상 무허가 보관된 저장 탱크(장소)를 전수조사 하지 않는 이상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며 “다만 지난해 10월 말 울산시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이 함께 (울산공장)에 대한 방사성량률을 조사한 결과 태광산업 공장 주변 자연선량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 안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하지만 조사 결과가 안전하다고해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무허가 보관한 사실과 안전에 위협을 초래한 것은 별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원안위는 수백 톤의 방사선 폐기물을 무단으로 보관한 태광산업에 대해 ‘자진신고’를 감안해 1억2천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지난해 11월 내렸다.

아울러 검찰은 경찰 조사에서 태광산업 울산공장 내 과거 방사성폐기물 저장용으로 사용했다가 현재 폐수 저장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탱크에서 방사성폐기물로 의심되는 물질이 발견됨에 따라 태광산업이 방사능폐기물 폐수와 섞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태광산업은 ‘울산사랑, 태광산업 방사능 공장 반대 페북 모임’ 단체에 대해 명예훼손을 이유로 고소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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