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LG가(家) 3세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홀로서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자 경영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LG그룹의 오랜 전통에 따라 지난 2018년 오너 4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이후 구본준 회장은 천천히 계열분리를 준비해왔고 최근 이를 실행에 옮겼다.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존재하지만, LX그룹에 편입된 자·손회사 면면을 들여다보면 4차 산업혁명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한데다 알짜 회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합산 자산총액만으로도 8조원, 재계 순위 50위권 규모의 LX그룹은 디지털, 헬스케어, 친환경 등 ESG경영과 접목한 신사업 확장을 통해 ‘범LG家’의 울타리가 아닌 독자노선을 걷는 대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각오다.

구본준 LX그룹 회장 및 LX 주력 회사들이 최근 입주한 LG광화문빌딩. 사진 뉴스락 편집.
구본준 LX그룹 회장 및 LX 주력 회사들이 최근 입주한 LG광화문빌딩. 사진 뉴스락 편집.
◆ 사명 변경 완료, 자·손회사 면면 들여다보니 ‘맑음’

구본준 회장은 지난 5월 LX그룹 공식 출범식에서 “우리는 국내 팹리스와 인테리어 자재, MMA(메틸메타크릴레이트), 포워딩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1등 DNA’가 있다”면서 “국내를 뛰어넘어 세계 시장을 무대로 ‘지속가능한 미래로의 연결’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이후 LX그룹은 이달 초 LG상사(자원개발·인프라)의 사명을 LX인터내셔널로, LX인터내셔널의 자회사 판토스(물류)는 LX판토스로, LG하우시스(건축자재·인테리어)는 LX하우시스, 실리콘웍스(시스템반도체 설계)는 LX세미콘, LG MMA(기초소재)는 LX MMA로 변경했다.

간판을 바꿔 단 LX인터내셔널은 자회사 LX판토스와 더불어 그룹 주력 캐시카우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매출 11조2826억원, 영업이익 1598억원을 기록해 LX그룹 전체 매출의 70%, 전체 영업이익의 39%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는 매출 3조6852억원, 영업이익 113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50.4%, 127.1%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분기 최대치로, 2019년 연간 이익 1348억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LX인터내셔널은 기존 물류, 자원(에너지·팜)사업 영위와 함께,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친환경 사업 추진을 위한 폐기물 수집 및 운송, 처리시설 설치 및 운영 ▲디지털 경제확산에 따른 전자상거래,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등 개발 및 운영 ▲의료검사, 분석 및 진단 서비스업과 관광업 및 숙박업 등 7개 분야를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최근 인력 충원 과정에서도 아예 ‘당사 추진 신사업 분야’ 전문가를 모집한다고 공고하기도 했다.

이는 2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료 확보를 위한 인도네시아 니켈광 개발 사업 선언,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 및 의료 관련 스타트업 M&A 등 다방면의 확장세로 이어지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의 자회사이자 물류산업을 영위하는 LX판토스는 알짜 자·손회사로, 계열분리 완료 직후 IPO(기업공개) 가능성이 점쳐질 정도로 실적 상태가 좋다. 현재 글로벌 물류 대란 특수를 누리고 있어 향후 전망은 더욱 긍정적이다.

LX판토스는 지난해 매출 4조7633억원, 영업이익 1603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3.4%, 42.2% 증가하면서 LX인터내셔널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LX판토스의 1분기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IB업계에선 매출 1조6000억원대, 영업이익 85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LX판토스는 최근 자체 전자상거래(e-커머스) 물류 통합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이달 중순부터 서비스에 돌입했다.

LX하우시스는 국내 인테리어 자재 1위 기업으로,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주택시장 중장기 공급 효과에 따라 지난해 3조380억원(전년대비 -4.7%), 영업이익 710억원(+3.2%)을 기록하면서 선방했다.

1분기는 매출 7738억원, 영업이익 28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6.9%, 34.5% 증가하며 수익성을 높였다.

김승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X하우시스에 대해 “건자재 수요 증가, PF 단열재, 인테리어 사업 확장 등으로 건축자재부문의 이익기여도가 높아 전반적인 시장수요가 양호하다”고 분석했다.

LX하우시스는 올해 B2C(기업-소비자) 중심 인테리어 사업 집중 육성, 고부가 건자재 제품 확대를 통한 수익성 증대를 주요 과제로 삼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국내 반도체 설계(팹리스)업체 1위 LX세미콘 역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TV, 노트북, 모니터 등 전자기기 수요 증가 여파로 그룹을 이끌 주축으로 꼽힌다.

LX세미콘은 지난해 매출 1조1618억원, 영업이익 942억원을 기록, 각각 33.9%, 99.4%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1분기 역시 반도체 부족에 따른 수요 급증으로 매출 4056억원(+90.8%), 영업이익 592억원(406.9%)을 기록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올해 예상 매출도 1조4000억원대로 자체 기록 경신에 기대가 모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디스플레이 핵심 부품 DDI(중대형 패널용 디스플레이구동반도체)의 공급보다 수요가 매우 높아, 이미 1,2분기 두 차례 각각 10%씩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추가 인상이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OLED 시장 상승 등 업황 호황과 맞물려, 특히 반도체 사업에 관심이 많은 구 회장 지휘하에 LX세미콘은 더욱 적극적인 신사업 확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구 회장은 1986년 금성반도체 입사 후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을 거친 바 있다.

황고운 KB증권 연구원 및 업계 관계자는 “LX그룹 편입으로 LX세미콘의 신규 사업 추가 및 신사업 확장이 더욱 원활하게 추진될 것”이라며 “OLED 시장 증대 따른 고수익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 전장과 사물인터넷(IoT)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화학소재기업 LX MMA는 글로벌 업황 불황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 등을 토대로 그룹 현금자산 확보를 이끌 알짜 회사로 꼽히고 있다.

LX MMA는 페인트, 접착제, 건축 마감재 등 소재로 쓰이는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와, 아크릴 유리 형태로 자동차, LED TV, 노트북 등 가전제품 소재로 쓰이는 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PMMA)를 주로 생산한다.

지난해 매출 5422억원, 영업이익 775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18.5%, 22.4% 감소했다. 2018년까지 호황이었던 석유화학산업이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 팬데믹 등 악재를 거듭함에 따라 다소 주춤한 탓이다.

그러나 업황 회복세와 더불어 LX MMA는 국내 MMA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라는 크나큰 장점을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로만 동종업계 롯데엠시시(4260억원)보다 약 1000억원 이상을 더 벌어들였다. 또, LG화학이라는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어, 그룹에 안정적인 이익금을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X MMA는 국내 최초 MMA를 제조·판매한 R&D 능력을 토대로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친환경 등 ESG 경영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LG 시절 주력 화학 계열사 LG화학의 존재감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그동안 사업 영역 확대에 소극적이었던 만큼, LX그룹에서 제품군 다변화 등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계열분리 9부 능선 넘어, 구본준의 꿈 ‘홀로서기’ 초읽기

코로나 팬데믹 시국에도 LX그룹 내 5개사(社)는 수익성 증대 등 알짜 경영을 토대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 당장의 전망이 비교적 밝다. 여기에 대내외적 리스크 또한 해소했다.

앞서 LX그룹은 설립 직후 공기업 한국국토정보공사(LX공사)와 사명 시비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LX공사는 양사의 사명이 국민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며 사용 중지 관련 가처분 신청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명 공동 사용 및 상생 협력안에 합의하며 자칫 장기화될 뻔 했던 리스크를 해소했다.

사명 변경을 계기로 계열분리에 따른 잔여 작업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최근 집무실을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LX인터내셔널, LX판토스가 있는 종로구 LG광화문빌딩으로 옮긴 구본준 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지분 정리다.

LX그룹의 인적분할에 따라 현재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LX홀딩스 지분 15.95%를, 구본준 회장은 LG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다. 구본준 회장이 완전히 계열분리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선 LG 지분을 3% 이하로 낮춰야 한다.

현재로써 두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상대 회사의 주식을 스와프(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분 정리를 할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5년 LG에서 GS가 분리될 당시에도 주식 맞교환을 통한 지분 정리가 이뤄진 바 있다.

다만 현재는 계열분리 직후 주가 변동성이 다소 높은 상황이어서, LG 주가와의 지분가치 격차가 좁혀질 시점에 이러한 지분 정리가 추진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지분 정리를 기점으로 구본준 회장이 LG와의 거래 의존도를 서서히 낮추는 등 완전히 독자적인 길을 걷고자 할 것”이라면서 “4차산업으로의 대전환 시기에서 새로 출범한 LX그룹이 알짜 자회사를 등에 업고 신사업 발굴에 성공하게 될지 재계 안팎의 관심이 모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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