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세계 최대의 탄소 배출국 중국이 전국 통합 탄소거래소를 출범시키며 유럽 거래소를 추격하고 있다.

환경문제에 수동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중국 정부는 시진핑 주석의 유엔 선언을 기점으로 탄소배출 감축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제75차 유엔대회 연설을 통해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탄소피크’,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와 관련해 전 세계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지 변신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전국 통합 탄소거래소가 거래 활성화를 통한 탄소 배출 절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뉴스락>이 살펴봤다.

사진 픽사베이 제공 [뉴스락]
사진 픽사베이 제공 [뉴스락]
◇중국 탄소거래소 개장 6일, ‘안정적’...“2028년부터 거래가 급등할 것”

중국의 전국 통합 탄소배출권 거래소가 지난 23일 장 마감을 기준으로 6일간 개방된 가운데안정적인 시장 흐름을 보였다.

상하이환경에너지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탄소배출권 개장가는 톤당 56.52위안(약 1만원), 종가는 56.97위안이었다. 누적 거래량과 누적 거래액은 각각 483만3000톤, 약 2억5000만위안으로 집계됐다. 이중 개장 첫날인 지난 16일 총 거래액은 2억1000만위안에 달했다.

탄소 가격은 크게 오르거나 내리지 않았으며, 최저가는 톤당 48위안, 최고가는 61.07위안이었다. 첫 거래가 보다 6.73% 오른 개장 첫날 종가를 제외하면 나머지 거래일의 탄소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탄소 가격 상승률(종가 기준)은 평균 3% 이하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장기적으로 오름세를 탈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우선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전력기업을 중심으로 탄소거래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향후 5년 안으로 석유화학, 화학, 건축자재, 철강, 유색금속, 제지, 민항 등 7대 고에너지 소모 산업으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이번에 해당된 기업은 2225곳 전력기업으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2만6000톤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으로 글로벌 탄소배출권 가치가 계속해서 상향평준화 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히 중국의 탄소 배출이 정점에 이르는 2028~2030년부터는 가치가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이더원(梅德文) 베이징녹색거래소 총경리는 “연내 중국 탄소배출권 거래량 2억5000만톤, 거래 규모가 60억위안에 달할 것”이라며 “중국이 탄소배출량 정점을 찍는 2030년 누계 거래액은 1000억위안을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전국 통합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은 유럽연합(EU)에서 시행 중인 할당량 기반 거래 제도(ETS)를 벤치마킹했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전국에 적용하는 산업별 단위당 생산량의 탄소 배출 기준과 기업의 해당 연도 생산량에 따라 탄소 배출 할당량을 계산할 방침이다.

할당량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면 배출량이 남은 기업으로부터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하고, 적게 배출하면 남은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게 팔 수 있다.

또한, 기업들은 정부가 인정한 친환경 탄소배출 감축 프로그램(CCER)을 통해 할당량의 5%까지 크레딧을 지급받을 수 있다. 정부 할당량과 교환 비율은 1 대 1이다. CCER 1개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1톤을 상계할 수 있다.

CCER의 경우 권역별 거래소에서는 거래가 가능했지만, 전국 통합 거래소에서는 아직 거래가 불가능한 상태다.

중국 생태환경부의 지침에따라 전국 통합 배출권 거래소가 정식으로 설립되기 전까지 상하이환경에너지거래소에서 탄소배출권 거래 업무를 총괄한다. 사진 바이두 지도 제공. [뉴스락]
중국 생태환경부의 지침에따라 전국 통합 배출권 거래소가 정식으로 설립되기 전까지 상하이환경에너지거래소에서 탄소배출권 거래 업무를 총괄한다. 사진 바이두 지도 제공. [뉴스락]
◇석탄↓·재생에너지↑...석탄 중심 에너지 소비 바뀌나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면서 중국의 에너지 소비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의 국내 발전량 가운데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큰 편이다.

옥스퍼드대 연구 통계사이트(OWID)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국내 발전량의 약 66.2%를 화석연료로 조달했다. 글로벌 평균 63.3%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한, 중국 화력 발전의 주요 에너지원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석탄(92%)인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상승하면 석탄을 비롯한 화력 발전 비용이 증가하고, 장기적으로 석탄 발전의 비중을 줄이거나 포기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니우포(牛波) 궈진증권(國金證券) 연구원은 “향후 고에너지 소모 기업들의 탄소중립 대전환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산업별 단위당 생산량의 탄소배출 기준에 따라 탄소배출 할당량을 정할 경우, 친환경화 수준 평균치보다 낮은 기업은 생산량을 늘릴수록 탄소배출 비용이 많이 들고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니우포 연구원은 “유상할당 제도까지 도입되면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의 시장 퇴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기현 SK증권 연구원은 “탄소배출권 거래소 도입이 석탄 등 화석 연료 발전 비중을 줄이고 비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가장 큰 수요처인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석탄, 석유, LNG 등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225곳 전력기업을 중심으로 거래 대상으로 선정한 것도 석탄 발전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영국의 기후단체 카본 브리프(Carbon Brief)에 따르면, 1차적으로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 포함된 발전 기업 2225곳 가운데 98%가 석탄 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석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이유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옥스퍼드대 연구 통계사이트(OWID)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석탄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량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생산한 원탄은 39억톤, 소모한 석탄은 49억8000억톤으로 집계됐다.

석탄은 78% 수준의 자립도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같은 기간 원유와 천연가스의 자립도는 각각 26.5, 15.9%이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전력 분야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앞서 중국 국가에너지국은 4월 19일 ‘2021년 풍전, 태양광발전 개발 건설에 관한 사항 통지문’에서 2030 탄소 배출 정점을 달성하기 위해 올해 풍력 및 태양광 발전 비중을 약 11%로 늘리고, 2025년에는 16.5%까지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재신증권(财信證券)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풍력 발전 설비와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지난해 282GW, 253GW 수준에서 2025년 475GW, 520GW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뉴스락 편집]
[뉴스락 편집]
◇‘CCUS’ 대안으로 떠올라...좌초자산 최소화

중국 정부가 석탄 발전량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중국에서 석탄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옥스퍼드대 연구 통계사이트(OWID)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석탄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량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생산한 원탄은 39억톤, 소모한 석탄은 49억8000억톤으로 집계됐다. 석탄은 78% 수준의 자립도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같은 기간 원유와 천연가스의 자립도는 각각 26.5, 15.9%이다.

더불어 발전량을 조절하기 어려운 재생에너지의 특성상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를 포기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중국은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에 관한 연구에 힘쓰고 있다.

CCUS 기술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순간부터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막고, 필요한 곳에 사용하거나 지하에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연간 21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14개의 CCUS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오는 2025년까지 8개 신규 프로젝트 가동을 고려하고 있다.

CCUS 기술은 뛰어난 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CCUS 기술은 정유, 석유화학, 철강 등 이산화탄소 고배출 산업에서 사용되는데, 중국에서는 경제성 부족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에 중국 내 설치된 탄소 포집 및 저장(CCU+CCS) 설비는 총 35개에 달하지만, 실제 상업화돼 가동 중인 설비는 6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탄소배출권 가격이 상승하고 철강, 비철금속 등 기업들이 탄소배출권 거래에 참여를 앞두고 있어 CCUS의 경제성도 점차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14차 5개년 규획에 CCUS를 폐기물 처리 등과 함께 녹색성장 전략에 포함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최근 CCUS 기술 개발 상황부터 인프라 운영 실태 등을 조사해 관련 인프라 건설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도 중국 CCUS 기술 발전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1월 발표한 ‘중국 넷제로: 클린 테크 혁명’ 보고서에서 중국의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서 핵심적이 역할을 한 4가지 기술(청정 수소, CCUS, 전기차, 순환경제) 중 하나로 CCUS를 꼽으며, 약 15% 정도의 인공 온실가스 배출이 탄소 포집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CCUS 기술이 현재 좌초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는 여러 중공업 기업들의 장비 수명을 연장하고, 환경 부담을 경감시켜줄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중국 정부가 CCUS 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